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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

by 나경sam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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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맺어진 사람들의 인간 관계 폭이 여덟살부터 여든 중반까지이니

그들로부터 듣는 말도 세대에 따라 다르다.

 

일학년 이제 들어와서 돌봄교실에 적응하며 하루가 길었을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인터폰이 울릴 때마다  '우리 엄만가' 그럴 때 아이들이 안됐기도 하고 그렇게 적응하면서 크는거지 싶기도 하다.

'다 그렇게 크는거란다. 애기들아' 그러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생각난다.


제주도에서 다시 관광대학 음악과 들어가서 병설 유치원에 은진이 수민이를 늦게까지 남겨놓고

학교에서 연습을 하고 광령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가면 우리 집 두 것들만 병설유치원에 남아 있었다.

선생님들 퇴근 시간이 4시 반이니 그때까지 연습을 하고 차로 10분 광령리 마을 샛길로 광령초등학교에 가서

친구없이 남아 있던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병설유치원에서 운동장까지 업고 나오기도 했다.

 

그냥 업어주고 싶었다. 다섯살이었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커서 업으면 묵직했다.

내 등과 아이의 가슴이 딱 붙는 밀착감이 좋았고 등에 업고 걸어나오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은진이의 목소리는 내 등으로 울렸고, 웃음 소리는 까르르 마음속에 울렸다.


어느날 병설유치원 김승희 선생님이 웃으면서 물어보셨다.

"은진이를 업고 가시던대요"

"네, 아이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업어주고 싶어서요"

늦게 데리러 가는 미안함을 운동장에서 잠깐 업어주는 걸로 대신했고 은진이는 유치원 아이들 이야기를 해주면서 웃었다.

'엄마, 우리반 양근육은 코를 흘리고, 그걸 먹는다' 까르르까르르

근호였는지, 근 뭐였던 이름이었는데 근육이라고 부르면서 놀렸던것같다.


코를 먹던 그 애도 군대도 다녀온 청년이 되었겠네.

우리 은진이도 대학교 졸업하고, 진작부터 부모한테 손 안벌리는 딸이지만

집에서 완전히 독립하려고, 엄마 등에서 내려 오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제 레지오회합에서 여든 다섯도 넘은 할머니 자매님이 오늘 며칠이유 하고 물으셨다.

3월 7일이요. 그랬더니, 한숨을 쉬면서 말씀하시는거다.

"달력 볼 일이 없어서 며칠인지도 몰라"


새학교는 집에서 딱 2키로, 걸어다니면 왕복 오천걸음이나, 학교에서 걸을 일이 새학기에는 널려 있으니

하루에 만 걸음이상을 찍는 중이고, 교육청까지 걸어갔다 온 날은 이만이천보를 찍고 기록을 세웠다.

쉬하고 싶어요. 핸드폰이 없어졌어요.배고파요.우리 엄마 언제 와요,화장실에서 손 씻는데 뜨거운 물이 나왔어요.

1학년 된 지 일주일도 안된 아기들이라 아직 애기 티가 질질 나서 나도 애들도 적응이 필요한 3월이다. 

그래도 레지오회합때 할머니 말씀을 들으니, 일하러 다니는 사람은 오늘이 며칠인지가 중요하고

요일은 더욱 중요한데, 연세드시고 특별한 일이 없으신 분들은 그날이 그날같겠구나. 싶으니

날짜와 요일이 의미있는 입장이라는게 고마운 일이구나 싶다.

미생

정신탈출 중에도 학교 도서관에서 미생 1-5권을 빌려서 2권을 읽고 있는 중이다.

 

엄마 등에서 내려오려고 버둥버둥대는 우리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미생 드라마 대사에서 찾았다.

인생은 끊임없는 반복,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가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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