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일을 하니 일 년의 시작이 두 번, 끝이 두 번 이다.
1월과 3월 시작, 2월 말과 12월 31일의 끝
학교 회계는 2월 중순 쯤 예산 털고 정산작업하기때문에 학교는 2월에 끝이 난다.
오늘 돌봄교실의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등교하고 교실 문을 닫았다.
애들과 마지막 날을 운동장에서 노는 걸로 정리를 하고 횡단보도까지
친절하게 건네주고 빠이빠이했다.
겨울방학동안 내 등꼴을 빼먹은 것들이지만
가는 뒷 모습은 어쩐지 짠해서 잘가라 얘들아 해줬다.
9시부터 2시까지 겨울방학 두 달을 붙어있어야되니 사이좋은 부부도 싸울 판에
말 안듣는게 특기이자 취미인 애들이라 두 달 겨울방학동안 수요일쯤 되면 피곤했고
목요일 금요일은 이를 악물고 다녀야 됐다.
날밤을 까고도 다음날 쌩쌩했던 젊은 날이 청춘이었나봐.
그렇지만 석 달 넘긴 필라테스는 꿈나무 아줌마 돼서 젊은 것들이 안되는 동작이 나 혼자만
된 적도 있었다.
나도 깜짝 놀랐다. 여섯명 그룹 렛슨에 나 혼자 특이한 동작이 돼서
신기하다하고 하면서 하고 있을 때 강사가 한숨을 쉬면서 그랬다.
"제가 거짓말 하는 줄 알겠어요. 나경님 동작 되는거 보세요."
바렐위에서 동춘써커스 동작같은게 되는 신기한 나를 다섯명이 열개의 눈깔로 볼 때
한 번 시원하게 웃어줬다.
살아있는 운동신경, 그래 아직 죽지않았어!!

필테동작 완성도와 체력은 별개, 6시간 일하는 주제에 피곤함은 8시간 일하는 사람처럼
쩔어서 겨울방학 언제가냐 이를 악물고 있었는데 드디어 끝이 난거다.
일도 많이 늘어서 오티자료도 만들어서 넘겨주고
급식비 정산도 환불부터 업체 대금지급까지 별탈없이 끝내고 나니
2021년 겨울방학때 급식비 25,000원이 공중에 날라가서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초보시절이 떠올라, 스스로 많이 성장한 나에게 진심으로 쓰담쓰담
교류신청낸 수원의 집과 가까운 학교로 발령이 나서 3월부터는 드디어
걸어다닐수 있는 거리의 학교로 출근하게 된 것도 마지막 겨울방학을 버티는 힘이 되었다.
국민학교 때부터 학교가 가까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1학년때 입학해서 다녔던 국민학교는 어린아이들이 걸을 수 있는
통학거리가 아니었던 것 같다.
동네를 몇 개 지나야 우리 동네가 나왔던 시골의 국민학교였으니
너도나도 다 못사는 그 시절에 2학년 때 학교 급식빵을 엄마가 신청해서줘서 빵을 타오는
날이면 어딘가에서 대나무 막대기 같은걸 들고 길에 나타나 빵을 내놓으라며
장대를 휘두르던 못된 악당도 있었다.
떡하나 주면 안잡아먹지의 사람버전이지 싶다.
악당 "야 빵 내놔"
나 "싫어"
가방을 매고 필사적으로 빵을 지키기위해서 악당의 구역을 빠져나가던 나는 2학년이었고
빵을 뺏으려 했던 자는 4학년쯤이 아니었을까
비겁하게 막대기를 들고 어른들이 없는 길에서 빵을 약탈하려했지만
그 인간도 어딘가에서 지금은 중년의 어른으로 살고 있을것이다.
그리고 나는 급식빵을 뺏기지않고 가방에 넣고 집에 잘왔었다.
달리기도 잘했으니까^^
급식빵을 타는 날이면 항상 나타나던 빌런은 스르르 사라졌었다.
악당이 무섭다고 길을 돌아가지 않던 나는 전생에 장군님이었나보다.
피곤에 쩔어서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말랑해진 땅의 빈 틈을 뚫고
잎을 보인 어린것을 보았다. 우리집 화단에 시작을 알리는 어린 애기다.
겨울방학보내느라 나만 애쓰고 산 줄 알았는데 살아있는 모든것들이
겨울을 보내느라 참으로 애를 썼나보다.

드디어 끝난 겨울방학, 새로운 학교로 전입
완벽한 정산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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