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이 불금이 안된지도 어언 몇년인지 모르겠다.
금요일 저녁 수업을 마치고 봉담에서부터 수원까지 어디든 친절하게 구석구석 막혀 있는
길을 뚫고 집에 오니
남편과 막내는 사이좋게 삼겹살을 구워서 라면에 드시고 계셨고 (닥치고 먹자파들이라서 있는대로 먹고 본다)
기름은 전기렌지위에 반들반들 아이스링크로 만들어 놓고
먹고 난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쎈쓰
엄마 왔다! 부인왔다~
나는 자기들 대신 먹은거 치워 줄 사람이므로
(패주고 싶은거 꾸욱 참고)
박박 설거지
기름이 튀는 거 해먹고나면 제발 전기렌지위 한 번 만 닦으라고
남편의 작은 귀에 오백번쯤 말했지만
오백번 말하면 천번을 까먹는지 -.-;;;
지난 주까지 입시치르느라
금요일이면 짐싸들고 서울로 올라갔는데
금요일 저녁마다 호텔에서 잘 때 집보다 더 편하게 잠을 잤다.
남편이 나더러 자기는 집이 아니면 잠도 잘 못자는데
당신은 잘자냐고 이상하다고 물었다.
나는 밖에서는 집안일 안해도 되니까 그냥 편하게 쉴 수 있는거고
집에서는 눈에 보이는 족족 대부분 내가 할 일이라 집에와서도 쉬질 못한다는 걸
남편은 모르는거다.
연년생 둘에 위로 큰애까지 세 아이를 키울 때도
대부분 집안일은 밤중에 하느라
나는 밤을 낮처럼 살았었다.
설거지도 밤에
빨래도 밤에
청소도 밤에
밤이 되면 할 일이 차고 넘쳐 낮에 못한 집안일들을 하느라
잠도 못자고
그때는 몸이 힘들어서 아프기도 많이 아팠었다.
애들이 어릴 때도
다 큰 것같은 지금도 밤에 할 일은 참 많다.
전쟁이 나도아침밥은 먹고 피난가야 할 것 처럼
아침을 꼭 먹는 막내를 위해서 저녁에 밥도 새로 하고 찌개라도 만들어 놓고
지금도 청소는 밤에 해버릇해서
나는 밤이 분주한 여자다.
이러니 집을 떠나 밖에서 잠을 자면
몸이 편할수밖에 없다.
그걸 남편만 모른다.
아니 남편만 모르는게 아니라
이 집에서 나와 이름의 앞글자가 다른 네명의 인간 모두 모르는 거지
그래도 시월 한 달을 일주일에 한 번씩 밖에서 지냈던 지친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청소가 남아 있어도
밥을 해야 해도
오늘은 이 집이 몹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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