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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식당

곶감+리코타치즈말이

by 나경sam 2022.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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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 리코타치즈말이

 

곶감을 끊을 수 없다.

경험하지 못한 알콜 중독이 이런 것일까

집에 곶감이 있으면 몽유병 환자처럼 꺼내서 먹고 있다.

 

냉장고에 있던 스무개의 곶감이 이틀 새 몇 개 안남았는데

어제 아침 곶감 세 개와 커피 한 잔

 

오늘 아침에는 유통기한 지난 우유로 만들어 놓았던

리코타치즈를 곶감안에 넣고 돌돌 말아

곶감 리코타치즈말이

 

리코타치즈만 따로 먹는 것 보다 곶감안에 넣고 말았더니

더 맛이 있어졌다.

 

곶감말이를 놓은 접시는 이십 몇 년전에 전주 아중리 살 때

동네에 새로 생긴 그릇 가게에서 샀던 커피 잔 받침이다.

 

그릇이 좋았던 때라서 필요도 없었는데 화려한 색에 

홀딱 반해서 커피잔 셋트를 샀었다.

 

여섯셋트였는데 다 깨지고

커피잔 받침(소서) 한 개만 남았다.

결혼 생활 이십 팔 년

스무 번 넘는 이사에 무엇인들 온전했을까

 

심지어 제주도로 갔던 이사는 배로 갔기 때문에

우리 집의 이삿짐은

이사 들어갈 때 배로 한 번, 나올 때 한번

물건 건사는 고사하고 아이들 세명에 남편 하나 챙겨서 

이사다니는 것도 큰 일이라 커피잔 받침이

한개 남아 있는 것도 신기하다.

 

지금은 안그렇지만 옛날에는 이사가면

차도 차량등록사업소에 가서 이전을

따로 받을 때라 대구에 이사갔을 때는

큰 애를 태우고 대구 차량등록사업소에서

이전을 받고 번호판 새로 달고 읍내동으로

돌아오는 길을 잊어버려서 

결국 같은 자리 뱅글뱅글 돌다가 파출소가서

길 안내를 받고 고속도로타고

집으로 돌아온적도 있었다.

 

네비가 없을 때였고 스마트폰이 없던

호랑이와 곶감 동화같은 이야기다.

 

"고속도로에 차를 얹으시소"

경찰 아저씨가 했던 말은 고속도로를 타라는 말이었는데

차를 얹으라는 대구 사투리를 못 알아들어서 

경찰아저씨는 "고속도로에 차를 얹으라고요" 

나는 "차를 어떻게 하라고요?"

자기 말만 하다가 나중에 겨우 알아듣고 고속도로를 타고 읍내동 집에 왔던 

서른 하나, 서른 쯤이었던 나는 젊었을 것이고

그때는 아직 다섯번도 하지 않았던 이사여서

커피잔도 여섯셋트 다 있었텐데...

 

지금은 접시 하나만 남아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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