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하나, 딸 두울, 남편하나 다섯 식구 많다고
너희 집은 먹는 입이 많으니
하나라도 더 갖고 가라고 엄마는 늘 우리 식구
먹성까지 챙기셨는데 이제는 집에 식구가 줄었다.
해남으로 전지 훈련 가있는 셋째는 애지감치부터
가족과 떨어져 입 하나를 줄였고
남편은 들어왔다 나갔다 주말부부 밀당 중이라 함께
살만 하면 발령나서 딴데로 짐을 싸서 가느라
입이 또 하나 줄었고
둘째는 원룸을 얻어 당근에서 살림살이를 사서
갬성원룸 갬성술집으로 꾸며 산 지 벌써 이년째다.
부모와 분리불안이 아니라, 집과 분리불안이 있었던
초 초 초 집순이였던
둘째가 나가서 사는 걸 보면 애들은 크면 그걸로 끝이다.
군대갔을 때와 3학년 때 원룸얻어 살 던 큰 애만 집에서
집돌이로 남편처럼 내 밥을 얻어먹고 있으나
함께 먹을 일은 드문, 손님같은 아들,하숙생같은 아들이다.
자식 다 그렇지않나^^;;;
나는 운동하고 출근하느라 아침 일찍 나오고
애들은 내가 잘 때 들어와
주중에는 문 열리고 닫히는 소리로 생사확인만 하고
얼굴 보고 밥먹고 함께 떠들며 술마시는 건 주말이라
어젯밤에도 애들이 들어오는 건 소리로만 확인했는데
아침에 우리집 작은 식탁위에 이런게 있었다.
둘째가 자기가 받은거지만 엄마 쓰라고 올려놓은 스벅 카드
큰애나 둘째한테 그동안 받은 스벅카드만 해도
몇십만원어치 될 정도로 많이 받았었다.
크리스마스에 세 놈 코묻은 돈 용돈으로 받은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또 선물이냐,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도 되나 싶게
아침이 행복했다.
상하이 스타벅스를 기억하다니!!
1월에 갔던 상하이
정말 추웠었다.
오학년이었던 둘째가 학교 계단에서
다리를 다쳐 기브스를 해서
다섯 식구 여행가는데 휠체어를 대여해서 갔었다.
남편이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휠체어를 펴서
둘째를 앉히고 밀고
아기처럼 보살피면서 다녀온 상하이였다.
스타벅스를 상하이에서 처음 가봤다.
들어가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돈이 아까워 환율계산하고 있을 때
중학생이던 큰 애가
"엄마 우리나라 돈 아니라 개념이 없을 때 망설이지 말고
그냥 한 잔 마셔"
여행와서까지 돈 걱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 아들 말이 맞다.
스벅 커피가 뭐라고 망설이며 환율계산하고 있다니!
그걸 또 아들한테 들키다니
상하이에서 마신 스벅 커피는
내 생애 최초의 스타벅스였다.
딸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의 나를, 오학년이었던
어린 은진이가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의 엄마를
꿀과 함께 눈물이 뚜욱 떨어지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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