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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공평한 하루

by 나경sam 2021.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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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전에 박물관 관람하는 여유와 시간의 사치는 토요일 기분과 다르다.
좋다는 얘기

지적허영이 있는 나로서는 박물관은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고, 남편 친구가 과장이라서 나름 VIP관람 가능하기에

국립 중앙 박물관 반가사유상 상설 전시 1일차에 관람을 했다.

하지만 무료이니, 사람들이 많이 가서 봤음 좋겠다.

 

국립 중앙 박물관 반가사유상

 

 

미술책에서 봤던 반가사유상,우리가 간 금요일부터 상설 전시 1일차 시작이라서 kbs에서 프로그램 만든다고

취재도 나왔고 외국인 관람객들도 있는 걸 보니 반가사유상 전시가 박물관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대표 전시회 쯤 되는 것 같았다.

 

어두운 방에서 오로지 반가사유상 두 불상에만 집중해서 조용히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박물관에서

다른 유물들을 관람했던것과는 다른 기분과 마음이다.

 

정면에서 봤을 때보다 옆 선이 더 아름다워 고뇌인지 해탈인지 모를 사유상을 보고 있을 때

KBS에서 만든다는 프로그램의 인터뷰 요청까지 받아 인터뷰까지 한 건 박물관 소확행

 

문화관광부 과장을 친구로 둔 덕에 박물관 방문 기념품까지 받아서 집에 온 금요일은 소확행에 득템까지 행복한 금요일

 

하지만 인생은 참으로 공평한 것

오전에 사유의 방에서 반가사유상을 보며 마음을 내려놓는 법을 연습하고 왔는데

저녁에는 컴퓨터 학원에서 한글 문서 편집을 하며 번민과 고뇌의 세시간을 보냈다.

 

내일배움카드로 신청한 ITQ과정 33차시 중 첫 날

강사는 우리가 다 안다는 전제하에 쭉쭉 진도를 나가고 클릭하나 놓친 순간

나만 홀로 길 잃은 미아가 돼서 놓친 화면을 멍때리고 바라보고 있었으니

반가사유상을 보면서 사유의 방에서 마음을 비운 힐링의 시간이 컴퓨터 학원에서 고뇌의 시간으로 바뀌는 시차가

여섯시간이었을까

 

그래도 내 앞에 앉아 계시던 질문 많으셨던 아줌마의 컴 화면을 보니 그 분은 아예  백지였다.

 

영타치느라 머리에 지진이 나고 그걸 시험문제대로 여백주고 출력물 만드느라 반가사유상으로 힐링했음 뭐할거여

 

세시간 수업후에 영혼이 탈탈 털린 기분으로 내일배움카드로 수업 마침을 찍고 나왔지만

의지는 타올라, 다 디졌어 집에 가서 다시 바둑판 복기하듯이 복기해보즈아

 

그리고 내 앞에 앉아 계셨던 아줌마는 내가 문서 하나 만들 때 아예 백지였잖아

얼마나 고마워, 나보다 못하는 아줌마가 있다는 게

그런 분도 계신 데 나는 이 정도했으면 오늘 잘한거야 이러고 나왔는데

버스 기다리는데서 만난 그 아줌마가

"아니 무슨 강사가 그렇게 말이 빨라요. 하나도 못 알아듣겠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만 뒀어요"

어머나 세상에 왜 그러셨어요. 아줌마 의지하면서 다닐려고 했는데

아줌마 동지를 장렬하게 잃었다.

 

어쩔수 없이, 집에 와서 바둑 복기하듯이 다시 정리하면서 문서 편집해보고 표도 만들어 보고

챠트까지 만들고 한 시에 잤네.

 

인생은 그렇게 만만한게 아니더라

나이 먹어서 배우는 건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어서 스무살짜리들하고 같을 수 없으니

집에 와서 다시 해봐야 되고, 그래도 잘 안되는 나이라는 걸 다시 알게 되었네

 

오전에는 반가사유상으로 머리를 비우고

오후에는 컴퓨터 학원에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공평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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