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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훅하고 가을이 들어왔다. 미리내 성지, 옥상 할로윈

by 나경sam 2021.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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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성지

지난 주 토요일 안성 미리내 성지에 가서 가을이 얼만큼 왔는 지 확인하고 왔다.

사진을 찍고 보니 마스크 끼고 있는 사람은 분명히 남편님이신데 대선 출마하신 후보 ㅇㅈㅁ 이랑 좀 닮았네

위대한 마스크의 힘이다.

 

남편이랑 서울 바람이 나서 서울 다닐때만 해도 가을이 이렇게 온 줄 몰랐는데

안성미리내 성지로 미사드리러 와서 보니 이미 한 참 깊은 가을날씨에 가을 풍경

 

주교님도 오시는 특별한 미사이고, 천주교 수원교구 성음악위원회 우니따스 소속인 승범이와 은진이가

이번 미사에는 반주를 맡아서 특별한 미사가 될 것 같아서 미리내로 서둘러 출발

 

성가대 네 분과 바이올린 둘에 클라 한 명이었던 이번 미사는 모든 것이 좋았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가을다운 쌀쌀함, 낙엽이 쌓여서 밟으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던 길

일곱시에 집에서 나간 은진이는 춥다고 스카프를 갖다 달라고 해서 남편이 딸에게 줄 스카프 한 장을 들고

뛰던 오르막길

신부님들은 워낙 이동거리가 넓으니, 골프장 카트를 타고 다니시던 길

현숙쌤은 느리게 자기만의 속도로 올라오고, 나는 잽싸게 걸으면서도 낙엽 밟는 소리를 발로 느꼈다.

 

성당안은 추웠지만, 운치있는 성당에서 코로나로 단축된 미사만 드리다가

제대로 긴, 아주 긴 미사를 드리고 나니 정신이 번쩍 났다.

 

세 시간 쯤 미사를 드리고 나니 정신이 혼미해지기는 했지만

자신의 기원을 쓴 기도문을 앞에 나와서 붙이라 했을 때 미리내 성지에서 미사시간에 대신 기도해주나 보다

했는데, 나중에 신부님이 다른 사람 기도문이 적힌 종이를 떼가서 가정에서 기도해주라는 말을 하셨을 때는

"아!" 소리가 저절로 났다.

이런 사악한 신부님을 봤나-.-

그래도 신부님 말씀이 맞다. 다른 사람 기도문 떼가서 기도하라고 했을 때

저절로 났던 아! 라는 탄식은 깨달음을 부르는 감탄사였으니, 숙제 기분 좋게 했다.

하지만 생각날때마다 그 분을 위해서 기도해야 할 것 같다.

A.S 차원에서 한 번 더, 힘내시라고

날씨가 쌀쌀해서 뜨끈한 거 먹으러 안성 시내에 있는 안일옥에 가서 설렁탕 먹고

안일옥 설렁탕집

 

집에 와서는 할로윈 파티를 옥상에서 가리비찜과 와인과 라면 메뉴로 해버렸다.

 

이태원에 넘쳐나는 할로윈 동기들 속에 끼지 못하고 성당 미사에 붙들려 오전을 보내고

오후는 줌 렛슨 두 탕 뛰고 한 명 가르치고 하루가 훅 가버린 딸을 위해서 기꺼이 옥상 할로윈 파티

 

미리 주문해두었던 가리비로 찜을 하고, 스파클링 와인 한 병 따고 한우 치맛살 굽고

열무김치와 상추 겉절이를 곁들여서 깔아두고 의상은 짱구 잠옷에 군밤 모자 쓰고서

옥상에서 할로윈

 

 

신라면에 가리비 넣고 끓인 게 그렇게 맛있을 일이냐구 진짜

편의점 와인이 그렇게 맛있기 있기 없기

반칙이다. 진짜

 

남편이 일주일에 한 번씩 정리하는 분리수거 비닐에 술병이랑 맥주 캔이 쌓이는 걸 보면

참 많이도 마셨네 싶어도

 

와인도 마시고 맥주도 나눠 마시면서 우리는 가족의 정을 쌓아가고

남편은 분리수거 병이 쌓여간다.

 

할로윈이 별거냐

우리집 옥상에서 하면 루프탑 할로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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