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첫 대학교 졸업식이다.
뭐든 처음으로 하는 게 첫 아이이기 때문에 부모의 마음은 각별하다.
우리 엄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네가 큰 딸이기 때문에 네가 하는 입학식이 항상 새롭고 신기했었다고 하셨다.
딸 넷에 아들이 한 명있는 전형적인 아들과 딸들 드라마의 후남이 귀남이 각의 우리집이었지만
자라면서 그런 대접받은 적도 없었지만서도, 그런 걸 떠나서도 막내 아들의 입학식이 기쁘기도 했으련만
나의 입학식이 엄마는 새로운 마음이 들었었다 하셨다.
막내 남동생이 유치원 원복을 입었을 때 보다 내가 중학교 교복 입은 게 더 신기했었다고 하셨다.
그 말이 뭔가 특별한 것처럼 감사하기도 했다.
자식을 키워보니 엄마의 말이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다.
승범이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정말 기뻤었고 초등학교에 입학 할 때도 그런 마음이었다.
둘째와 셋째에게는 미안하지만 큰아이에게 드는 각별한 마음이 부모에게는 있다.
졸업을 했으나 갈 곳은 없다.
그것이 슬픈 일이기는 하나 대학교 1학년 1학기 이후로 공식적인 용돈은 탄 적이 없는 청춘이었으니
잘해내리라 믿을 수 밖에 없다.
믿음이 좋은 엄마라면 아이의 취직을 놓고 하루에 한 번 몇 십단씩 묵주기도라도 해야 될 판이지만
둘째 재수할 때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고 살 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마음의 봄날이다.
오빠가 졸업한다고 셋째가 어렵게 얻은 하루 휴가권을 써서 구미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운동하는 아이에게 하루 휴가는 꿀이다. 암 개꿀이고 말고, 그걸 오빠 졸업식 간다고 세시간 기차타고 집으로 와서
반나절 졸업사진찍고 다시 세시간 걸려서 내려갔다.
졸업선물이라며 오빠에게 돈 오만원을 주고 갔다.
나는 애들을 잘 키운 것 같다.
아직 다 큰 애들은 아니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남편도 하루 휴가를 내서 집으로 왔고 덕분에 나는 집밥 고선생이 되어서 밥을 열심히 차렸다.
목요일에 왔기 때문에 일요일 점심 쯤에 힘이 들어서 입이 저절로 나왔다.
그걸보고 이제 자기만 졸업하면 된다며 평소보다 한시간 일찍 공주로 알아서 빠져줬다.
눈치없다 맨날 흉을 봤더니 이제 눈치가 저절로 생긴 모양이다.
인생의 순서라는게 졸업이 있으면 입학이 있으련만, 대학교의 졸업은 그걸로 끝이니 이제 우리 승범이는
인생학교에 입학했다.
셋 중에 하나를 졸업시켰다.
부모로서의 책임의 3/1은 해낸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는 지는 본인 몫이지 부모가 강요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조급해한다고 될 일도 아니지싶다.
입학시키고 졸업시키고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하나를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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