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 함께 지나 간 나의 일주일"
지난 주 목요일 하루 체험을 시작으로 금요일부터 업무 시작 월요일에 계약서를 쓰고 드디어 입사완료
석달 후 사번이 나오는 인턴의 입장이긴 하지만 1.ERP 2.POS의 아이디와 비번을 부여받고 나니
열심히 일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더 더 게이지가 막 올라가는 걸 느끼면서 출근하는 아침에 너무 너무 기뻐서
전직원 중에 가장 먼저 출근해서 아직 지문 등록을 하지 않아 경비시스템을 풀지 못한 채 쭈그리고 앉아 다른 직원을 기다렸다.
9시까지 출근인데 8시 15분에 도착했으니 증맬증맬 어쩔껴
제발 좀 느긋해지기를
1.ERP:Enterprise Resoure Planning- 재무 회계 영업 구매 물류 생산 재고등 기업의 전반적인 활동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
2.Pos:Point of Sales - 금전등록기와 컴퓨터단말기의 기능을 결합한 시스템으로 매상금액 전반 정산과 소매경영에 필요한 각종 정보처리시스템
원래는 4시간씩 돌아가는 시스팀이지만 업무를 익히는 시간은 오전이 가장 좋다면서 상무님이 나더러 오전 고정 근무로 한달을 하라고 해서
나는 한달 고정 오전 근무가 되었다.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서 슉슉슉 준비하고 7시반에 자전거를 타고 화서역까지 씽씽 달려 7시 50분 지하철을 탔더니
너무 일찍 출근해서 앞에 쭈그리고 있었던 참사를 경험한 후 겨우 늦춘 시간이 8시 10분 지하철이다.
비가 계속 내렸던 일주일동안 한 손으로 우산을 받쳐들고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나는 마치 동춘 써커스 단원 같았다.
그렇게 자전거를 잘타는 줄 몰랐다. - 4학년 때 배워뒀던 자전거 실력이 52세에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태풍이 불던 아침에는 자전거가 휘청하고 흔들리는게 자전거 타고 날라갈 뻔했다.
작년에 일본에서 무서운 태풍을 겪었을 때 정전과 함께 길거리에 몰아치던 그 무섭던 바람소리가 다시 한 번 생각났다.
정전의 와중에도 머리에 헤드랜턴을 쓰고 빵 포장을 했다던 보로니아 아줌마들의 이야기까지
태풍은 지나가지만 이야기를 남긴다.
쿄토에서는 태풍으로 정전을 겪었고 제주도에서 겪었던 매미 태풍때는 단수로 고생을 해서 수민이를 데리고 2킬로 떨어진
제주 경마장 농협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왔던 생각도 나고 - 그때 아직 5살도 안되었던 수민이가 "엄마 왜 여기서 세수해? 하고 물어봤었다.
이번 태풍으로는 자전거 타고 가다가 날라갈 뻔 했다는 이야기까지 추가 되면 태풍 3종 셋트다.
그 태풍이 태풍이 물리적으로만 분 게 아니라 마음에도 불고 지나갔다.
오전 근무자의 주요 활동은 그날그날 입고되는 생활재를 확인하고 진열 정리하는게 주요 일과 중의 하나이다.
요일별로 들어오는 물건들이 있고 따로 주문을 넣었던 조합원들의 생활재도 따로 빼서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되고
날짜가 지난 것들은 뺴내고 할인율도 스스로 정해서 스티커를 붙여야 되고 진열에도 노하우를 발휘해서 구매욕구가 들게 끔 해야 되고
전날 근무자가 적어 둔 메모를 보면서 배송이 나갈 박스를 잘 챙겨 두는 것도 중요 일과 중의 하나
그리고 전화를 잘 받는 것도 중요한 일인데
문제가 전화에서 발생했다.
초란이 20판이 들어와서 각 매장별로 한정판매에 들어갔는데 초란 주문 전화가 빗발쳤다.
초란의 한정판매에 대해서 문자를 받은 조합원들의 주문 전화가 빗발쳐서 오전의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간신히 전화가 연결된 조합원은 초란에 대한 주문을 전화로 마칠 수 있었지만 운이 없던 조합원들은 통화중이거나
아니면 내가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그러니 입장바꿔 생각하면 연결이 되지 않은 조합원들은 약이 바짝 오른 상황이 되어 버린것
왜냐 - 간신히 연결이 되었을 때는 이미 초란은 끝이 난 것
사실 스무판이 나가는 건 5분도 안걸렸던것같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초란 예약이 끝났다고 하면 그냥 수긍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는데 딱 한 분이 폭발했다.
전화가 통화중이거나 우리가 받질 않아서 본인이 사고 싶었던 계란을 못샀다면서 내가 받았을 때 이미 목소리는 높은 "도"를 넘었다.
내가 미안하다고 하면서 초란이 입고 된 게 스무판밖에 아니었다고 하자 이 분은 화가 더 났다.
스무판 가지고 누구 코에 붙이라고 그걸 가지고 문자를 했느냐면서 말을 하면서 계속 화를 내는 스똬일-.-;;;
온갖 화를 왜 나한테 대고 내는지 이해 할 수 없는 - 초란이 암환자도 살리는 신비의 명약이라고 방송에라도 나왔나 싶었다.
결국 나는 죄송합니다와 미안합니다의 돌려막기로 전화를 정말 간신히 끊었지만 화가 제대로 삭지 않은 이 분은 오후에
사무실에 항의전화
초란 -.- 너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냐 씀발이다 진짜 - 씀발 1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초란이 몰고 온 태풍은 찻잔에 부는 태풍이었다.
이후 정말 큰 태풍을 만났다.
금요일 오후
아직 남아있는 중학교 학부모 수업 떄문에 근무 조를 오후로 바꾸고 출근한 금요일
오전 보다는 조금 느긋하겠지라고 생각했던게 안드로메다로 날라갔다.
내가 하는 시간 대만 힘든게 아니라 일이라는 게 자기가 직접해보면 시간 대 별로 힘든게 다 각각이다.
문제는 오징어채에서 발생했다.
"오징어채 너의 정체도 무엇이냐 씀발2"
오전 근무자가 배송용으로 포장해놓은 오징어채 10개가 조합원이 받았을 때는 9개밖에 없었던 것
그걸 포장해서 배송보낸 직원은 이미 퇴근을 했고 잘못 배송이 되었다는 전화는 내가 받게 되었다.
이때부터 오징어채 태풍이 불기 시작했다.
조합원 - "오징어 채 10개 배송받기로 했는데 9개만 왔어요."
이미 화가 나 있는 상태
나 - "오전 근무자가 챙겨놓은 대로 배송 보냈기 때문에 저는 10개로 알고 배송박스 열지 않았어요"그러니 잘 찾아보세요"
화가 나는 단계라는게 만약 1부터 10까지의 순서가 있다면 이 분은 나의 그 말 한마디 "잘 찾아보세요"라는 -.-
폭발했다.
"뭘 잘 찾아봐 내가 없다면 없는 거지 내가 지금 거짓말 한다는 거야 뭐야 이따위로 일처리 할거야 여기 와서 오늘 배송 온거 당신들 다 가져가"
1로 시작한 화는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도약을 해서 10으로 장렬하게 폭발했다.
하지만 나는 10도 모잘라 그 분의 화를 더욱 돋구었으니
저는 지금 일한 지 일주일도 안되어서 그런 시스템은(배송된 물건을 다시 찾아 오는) 잘 모르겠고 지금 몹시 바쁘니까 조합원 님 전화를 받을수 없습니다.
끊겠습니다 뚝 뚝 뚝
이래놨으니 이미 진화 작업은 물 건너 갔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되버린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
그야말로 화재현장에 기름을 한 말은 들이붓고 전화로 파르르 떨던 그 분의 음성이 전해지는 지경이었지만
없는 오징어채를 어디서 찾을 거야 - 배송 기사 아저씨도 차에 없다고 하지
매장에도 물건이 없지 씨씨 티비에도 안보이지 도대체 방법이 없는 걸 무조건 찾아내라는 건 무리데쓰
그 분의 음성이 높아져도 나는 마음의 음정이 아래로 내려가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흥분하는 조합원님과는 달리 마음의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 역시 알토로 다져진 칠년의 세월이 아깝지 않구료
하지만 내가 전화 응대를 좀 잘했더라면 어쨌을까 그 분이 그렇게까지 화를 안 내도 되게 하는 스킬이 부족했구나 싶었다.
처음에 오징어채가 한 개 부족하다고 전화했을 때 잘 찾아보세요 라고 싸가지없게 말하지 말고
"네~ 속상하셨겠어요. 죄송합니다.이 쪽에서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 확인 후에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라고 할 껄
오징어채 사건은 다음 날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결국 상무님 귀에 까지 들어 간 오징어 채 한 개 부족 사건은 그 분이 받지 못했다는 한 개의 오징어 채는 반품건으로 잡고
그 분의 출자금으로 넘겨 드리는 걸로 마무리
그리고 다음 날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내가 먼저 그 분께 전화를 드렸다.
"처음에 그렇게 전화 응대를 해서 제 잘못이 크다"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 분도 쿨하게 본인도 너무 화를 내서 미안했다고
사과를 해서 받았지만 은근히 뒤 끝이 오늘 까지 남아 있던 나는 미사 중에 그 분을 위해서 기도 하는 걸로 뒤 끝 폭발
"그 분이 화를 그렇게 냈던 걸 아주 후회하게 해주세요 제발요"
만약 다음주에 그 분이 커피라도 사들고 와서 나한테 그때는 미안했어요 라고 얼굴 보면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
하느님은 살아계신다고 동네방네 자신있게 외치고 다닐 열혈신자가 될 것 같다.
자기 전에 다시 기도하고 자야겠어
"그분이 꼬옥 후회하게 해주세요"
그래도 초란과 오징어채의 사건아닌 사건을 겪고 나니 앞으로 닥칠 다른 일들이 대수롭지 않을 것 같은 강단이 생겼다.
내가 남편한테 세상에는 그렇게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 많더라고 했더니 눈썹하나 깜짝하지 않고
당신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야 라고 하는 남편
태풍을 보내고 일주일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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