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달이 되었다"
생협 일기라고 카테고리를 하나 더 만들고 싶을 만큼 한달사이에 참 많은 일들을 겪고 생협 새내기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생협의 특성 상 조합원님들은 회사로 말하자면 주주와 같은 사람들이고
생협에 좋은 물건을 대주는 생산자들도 생협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사람들이라서 어쨓거나 사람이 중요한 생협되시겠다.
샙협 물건을 비조합원 자격으로 10프로 더 주고 가끔씩 사먹던 나는 이번 참에 출자금 3만원을 내고 조합원이 되었다.
3만원의 조합 출자금을 내고 자격을 얻고 일주일에 한 번씩 생협에서 장을 볼 때마다 출자금 명목으로 천원씩을 내면
그게 처음에 냈던 3만원의 출자금에 합져져서 나의 출자금이 된다.
가끔 나이드신 조합원님들 중에서는 그렇게 내는 출자금이 몇 십만원이 되는 분들도 상당히 있다.
일반 조합원도 있지먼 한달에 한 번씩 출자금을 만원씩 내는 책임 조합원들도 있고 이사님들도 계시고
몰랐던 생협의 세계가 조금씩 재미있어질려고 한다.
아직 포스를 보는 게 헷갈리고 어려워서 한달동안 혼자서 실수도 많이 했다.
특히 내가 들어갔을 때가 추석이 있을 무렵이어서 고가의 물건들이 판매가 많이 되었었는데
그중에 강화에서 들어 온 "강옥보"라는게 있었다.
가격이 좀 나가는 물건이었었는데 그걸 6셋트 시키신 분이 배송을 부탁했었다.
40만원 영수증을 포스 기계에 대고 배송전표를 누르면 배송송장이 출력이 되는데 그걸 할 줄 몰라서
처음에 매출로 찍고 배송 송장을 출력해야지 했는데 안양 매장의 새로운 매출로 잡혀버렸다.
어 이게 아닌데 뭐지-.-
그래서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포스에 영수증을 갖다 댄 순간 안양점의 매출로 잡혀버린 40만원
결국 영수증을 몇 번이나 갖다 대면서 배송 전표를 다시 출력하고 싶었던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것은 고스란히 안양점의 매출로 잡히고 또 잡혀서 갑자기 안양점의 매출이 동탄을 포함한 여덟곳의 수도권 매장중에서 갑자기 톱을 달렸다.
물론 나는 그게 매출로 잡힌 것도 모를 만큼 무식할 때였으니 나의 기분은 그저
"왜 배송전표가 안나오나 이상하다-.-"
그마음밖에 없었으나 매장과 붙어 있는 사무실의 분위기는 갑자기 샴페인 터뜨릴 분위기가 된 것
배송전표때문에 원래의 40만원짜리 영수증을 계속 포스에 찍어서 매출을 일분단위로 올리고 있는 나에게 갑자기 상무님이 나오셔서서
"나경씨 이름표가 아직 없네.만들어야겠다"라고 아주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물론 상무님은 언제나 다정하고 좋으신 분이시지만 특히 그 날은 특히 더 그렇다고 느꼈다.
나중에서야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이 안되는 배송전표때문에 함께 일하는 활동가를 불러 도와달라고 했더니
내가 잘못 찍은 영수증으로 인하여 가짜 1등을 달리고 있는 안양점의 매출이 바로 잡혀지고
비로서 포스의 기계는 배송전표를 토해냈다.
일분단위로 40만원씩 올라가던 매출이 이번에는 일분단위로 40만원씩 반품이 되는 꼴이 되버린 것
바른두레 생협 중에 안양이 본점이기는 하지만 아파트 단지에 있지 않고 안양역 눈에 잘 띠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에
오래된 단골이 아니면 운영이 안되는 입지적인 특성이 있어서 안양은 본점이라는 이름값을 못하고
매출 일등이 아니고 하위권인데 내가 실수로 일등을 만들었으니 잠깐이지만 상무님은 얼마나 좋으셨을까
그게 내 실수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셨겠지만 그래도 상무님은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열심히 하라고만 하시고 일은 할 만 하느냐고 격려해주신걸 보면 상무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다.
조합원들도 본인들이 사다 쓰는 물건에 대해서 꼼꼼히 따져보고 원산지나 성분 표시까지 작은 글씨조차 읽어 달라고 하는 걸 보면
생협의 조합원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게 분명하다.
계란은 유정란만 입고가 되는데 계란 후라이를 했더니 노른자가 세개나 터졌다는 걸 진지하게 말씀해주시는 조합원님이 계셨다.
작은 것 같아도 그런 작은 것들이 중요한 곳이 생협이다.
나를 제외한 세 명의 활동가들이 물건 값을 거의 외워서 조합원님들이 물으면 막힘없이 대답을 하는게 처음에는 신기했었는데
한달이 된 지금은 나도 막힘없이는 아니라도 근사치에 가깝게는 말해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재고 폐기 잡고 입고 잡고 물건 주문하고 재고 이동하고 반품하는 것 까지 한 달 동안 열심히 배우고
이제는 포스도 척척은 아니지만 볼 수 있게 끔 된 걸 보면 한달 사이에 많은 걸 배웠고 적응하느라 애썼다. 진짜
얼마전에는 물건을 다 사놓고 계산을 기다리면서 사과즙을 살까 말까 망설이는 조합원이 계셔서 내가 지나가는 말로 쓱 한마디했다.
"조합원님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면 의사 얼굴이 파래진다는 말도 있어요 사과를 먹으면 의사한테 갈 일이 없을 정도로 건강해진데요"
그 말이 끝나고 조합원님은 망설임의 마침표를 찍고 사과즙 한 박스를 사셨다.
이러다 생협 판매 여왕되는거 아녀 진짜
한달이 갔고 한 달이 꽉 찬 출근부를 회계 담당 직원이 확인하라고 건네 줬을 때 그걸 보면서 급여 일이 기다려지는 걸 보면
직장 맞네 맞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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