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꽃 이쁜 거 좀 봐봐"
남편의 런닝 셔츠가 너덜너덜해진것들이 있어서 버리기만 하고 사다 채워 놓질 않았더니
빨래를 그때그때 해 놓지 않으면 런닝셔츠없어서 출근도 못 할 사태가 벌어질 지도 모른다.
그래도 꿋꿋이 사러 가지 않는 나
이러다가는 아마 남편이 런닝셔츠가 없다고 가출할지도 모른다.
이십 삼년전의 우리 어머니가 아시 면 난리 날 일이다.
신혼이었던 나는 빨래 삶을 줄을 몰라서 부지런한 어머니가 폭폭 삶아서 뽀얗게 해준 남편의 메리야스들을
결혼하고 누리띵띵하게 만드는건 순식간이었었다.
우리 집에 오셨다가 남편 메리야스가 색이 누렇게 된 걸 보고 어머니가 싹 가져다가 삶아서 뽀얗게 해서 주셨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된 것들은 그냥 버리고 새 걸 샀었으면 됐었을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살림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었으니
지금은 그걸 그냥 곱게도 안버리고 바닥이라도 한 번 닦고 버릴테지만 그땐 그랬었다.
"메리야스 여유분이 없으니까 빨아놔 줘"
남편한테서 오후에 이렇게 문자가 왔다.
세탁기가 반도 차지 않았지만 속옷없어서 출근 못 할 수도 있는 남편 생각해서
세탁기를 돌려서 빨래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자식 것 같았으면 벌써 사러 가고도 남았을 테지만 남편거는 이렇다.
그래도 남편 메리야스 뽀얗게 삶아 주시던 어머니 생각하면 남편거 사러 가지 않고 있어도
우리 남편도 어머니한테서는 차고 넘치게 사랑받았으니 메리야스 당장 사러가지 않아도 된다.
바람이 부는 옥상
빨래를 널기 전에 가지 꽃을 먼저 봐 버렸다,
방울 토마토도 잘 들여다 봤더니 열매를 방울방울 달고 있다.
비가 올 것처럼 바람이 심상치않게 불고 있었지만 가지꽃을 보고 방울 토마토 달린 것들을 보니
물을 주지 않을 수가 없어서 상추랑 쑥갓에도 물을 주고 땅 좁은 줄 모르고 줄기를 마구 뻗어가는 수박 모종에도
물을 듬뿍 주었다.
우리 어머니 같았으면 열일 제체 두고 아들 메리야스부터 널었을테지만 옥상만 올라가면 헤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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