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에 대한 마음의 변화"
처음에는 일본에 와서 알바를 하면서 필요한 생활비도 벌고 말하기도 늘고 싶고
아직 혼자 지내는 일에 적응이 되지 않아 알바라도 하면 시간이 잘 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어쨌든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나에게는 대기업 입사시험 같았던 알바 구직과정을 거쳐
이제는 앞치마를 어엿이 입은 빵집 사원이 되었다.
(뭐 여기는 4시간 일하는 나에게도 취업 증명서를 떼주는 나라니까 사원맞다)
늘 보는 내 남편도 집에서 추리닝입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밖에서 만날 때는
이 사람 양복입고 멀리서 걸어올 때 아직도 설레는데
(한국에서 함께 살 때는 그런 얘기 해주지도 않았다-.-)
그건 바로 일하러 나가는 사람이 갖춰 입은 옷의 매력같은거겠지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마음가짐도 달라지는것일테고
나도 자주색 앞치마를 유니폼으로 받았을때 기뻤고
또 그걸 입었을 때 마음가짐이 달라지기는 했다.
내가 잘해야 욕을 안먹겠구나
서로 의사소통이 되어서 협업으로 작업이 진행되는 직장이다보니
이 사람들이 나를 쓴 것은 굉장한 모험이었다싶은게
일을 하면 할 수록 든다.
단순히 경험과 돈과 시간 때우기로 생각했던 처음과는 그래서 마음이 점점 달라진다.
며칠 전에는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작업에 실수가 있었다.
같은 종류의 식빵은 한 곳에 담아야 되는데 다른 종류의 식빵이 한 박스에 담겨서 배송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날은 나도 일을 했고 다른 누군가도 근무를 했기 때문에
"하마다상"은 그날 일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앞으로는 더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을 했다.
하지만 나는 "하마다상"의 말이 꼭 나한테만 주의를 주는 것처럼 마음이 불편했고
내가 있어서 이런 실수가 일어났나 하는 마음이 하루종일 들었다.
플레인 식빵을 담는 봉지에 견과류의 점 같은 티끌이 들어가도 그건 아웃시키는 빵집이 보로니아다.
플레인 식빵을 사서 먹는 사람이 견과류 알러지가 있으면 봉투에 들어간 점만한 견과류에도 알러지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사람이 먹는 일에는 이런 책임감을 가져야 되는구나
그래서 이렇게 두번 세번 제품이 배송되기전에 검사를 하는구나
알바 보름만에 깨달았다.
알바가 2시에 시작이면 50분까지는 출근을 하라고 했지만
이제는 40분까지 들어간다.
나는 아직 일이 서툴기때문에 조금이라도 일찍 가서 더 배워야 내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
(반대로 말하면 폐가 되는 일을 덜 수 있기 때문에 "메이와꾸")
시간외라는 규정이 해당되지 않는 알바지만 조금이라도 일찍 출근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그리고 며칠전에는 6시안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익숙하지 못하게 해서 6시 40분쯤 끝냈었다.
"하마다상"도 나더러 시간이 됐으니 가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나도 이건 내 일이니 이건 마치고 가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그냥 6시 40분까지 했다.
일을 마치고 나자 하마다상이
하마다 - ""고상 아직은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러니 다음에는 잘하실거예요.오늘은 일이 늦게 끝났네요"
나 - "제가 일이 서툴러서 그런 거니까 괜찮고 다음에는 더 잘하도록 할게요"
시간이 초과되었다고 해서 속상한 마음도 들지 않았고
이제 내 일은 확실히 잘해내야겠다는 오기도 생기고
누구나 다 작업장안의 기계는 다룰줄 알아야 되고 어떤 일에 투입이 되어도 해내야 되기 때문에
나 혼자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공정이 어려운 기계의 조작도 아줌마들이 사수가 되어서 가르쳐주고 있는데
내 속마음으로는 저 일은 좀 어려워서 저건 자기들이 좀 하지 저것까지 가르치냐 그럼 마음이 들었으나
자기들은 하고 나는 열외가 될 일이면
처음부터 나를 뽑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어렵다 나는 저건 못하겠다
그런 일은 없는 것이다.
그냥 다 해야된다.
내 일이 6시 10분 전에 끝났어도 오늘은 일이 일찍 끝났으니 돌아가세요 소리를 안한다.
청소라도 시켜서 꼭 시간을 채운다.
그동안 "인정"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관습의 테두리안에서 살아왔던 나로서는
너무 야박하다 깐깐하다 너무하네 등등의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돈 받고 하는 남의 일에 "인정"이란 있을 수 없다.
"책임"만이 있을 뿐
알바 보름만에
일본 교토살이 한달만에
"나경아줌니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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