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상"
날씨가 4월 초부터 덥긴 했지만 가끔 비가 오면 기온이 팍 내려가기 때문에
여기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지만
그래도 4월 말이 되니 교실에 에어컨을 너무 당연한듯이 켜고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타이완 쉡 "소상"은 개그맨 김준현처럼 뚱뚱해서
교실에 들어올 때 왼손은 "오하요우~"를 외치면서 손을 흔들고 오른손으로는 땀을 딱는게 정해진 행동 규칙이다.
삼주가 되어가니 이제 아이들 특징 뭐 그런게 눈에 팍 들어온다.
오늘 아침은 비가 온 후라 좀 선선했는데도
"소상"은 들어오면서 "오하요우"와 땀을 동시에 닦으면서
머리에 쓰고 있던 빨간 모자 ( 마치 갈비탕 특 짜 대접처럼 생긴 )를 벗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소상" 의 빨간 모자가 귀여워서 잘 어울린다고 말을 해줬다.
나 - "소 너란 녀석 빨간 모자가 잘 어울리는 구나"
소 - 누님 아리가또,누님은 언제나 알흠다우세요"
나 -시끄러워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 그만 듣고 싶어"
소 - 누님 쓰미마셍"
수업이 수요일쯤 되면 좀 힘들고 일요일부터 쭉 알바를 했던터라 나는 더했다.
그런데 오늘은 "소상"이 열일했다.
"소상" 너란 녀석 "가와이이이네^^"
수업 시간에 잠깐씩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문장째 테스트하는데 오늘 테스트 중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다) *
이 문장에서 졸랐다에 해당하는 일본어 단어를 찾아서 쓰는 것이 문제였다. 답은 (네다루)
하지만 우리반 "소상"은 "네다루"라고 답하지 않고 "츄우몬시따"
해석하자면 "주문했다"라고 대답
선생님이 원하는 답 -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다"
소상-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주문했다"
반 아이들 모두 깔깔깔
또 다른 문제
선생님이 원하는 답 - "빌딩위에 올라가서 마을을 (조망했다)" 답은 (나가메루)
소상 - "빌딩위에 올라가서 마을을 (떨어뜨리다") 소상의 일본어 대답 (오토스) - 떨어뜨리다
반 아이들 모두 또 깔깔깔
오늘 수업 시간에는 일본의 유명한 이야기 "겐지모노가따리"에 대해서 배웠는데
"무라사끼시키부"라는 작가가 쓴 일본의 대표적인 이야기다.
선생님이 "겐지모노가따리"설명을 해주시고 직접 그 중 한 권을 가져와서 우리에게 보여주셨는데
선생님이 들고 오신 책이 좀 컸다.
그 책을 선생님이 케이스에서 꺼내는데
소상 - "앗 먹을거다"
그게 마치 쵸코렛 상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반 아이들 모두 또 깔깔깔
수요일 수업은 "소상"이 한 몫을 해줘서 수월하게 지나갔다.
소상은 착하기도 해서 수업 마치고 나가면서 자기 쓰레기와 함께 반아이들 쓰레기도 자기가 챙겨나가서 대신 버려주는 착한 쉡인데
주로 자기랑 친한 중국 아이들 몇몇 것 만 쓰레기를 챙겨서 나가곤 했었는데
오늘은
소상 - "누님 버릴것 있음 저한테 주세요 제가 대신 버려드릴게요"
나 - 소상 그 작은 눈으로 나를 잘 봐봐 내가 버릴게 어디있냐 ㅋㅋㅋ"
소상 -네 누님 쓰미마셍"
소상덕분에 즐거운 수업을 마치고
내사랑 "보로니아"로 1시 40분까지 축지법 실시
오늘이 이번주 마지막 4번째 알바라서 나름 마음은 주말처럼 홀가분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오늘은 일도 좀 손에 익어서 그다지 허둥대지 않고 시키지 않아도 다음 공정을 "쓰바라시이"하게 해내서
나를 면접했던 "하마다상"이 드디어 나를 보고 "스고이"를 해줬는데
데모 -.-
이 안에서도 나름 나를 가르치는 사수같은 역할을 하는 아줌마가 한 분 계시는데
그 분이 일을 이것저것 잘 가르쳐줘서 고맙게 생각을 마구마구 하고 있었는데
빵 포장지를 세어서 30개씩 묶어 놓는 일을 시키면서 나더러 숫자를 소리내서 말하면서 세보라고 했다.
아니 나도 숫자는 셀 수 있는데
그리고 일본어로 30개 세서 그걸 따로 묶어 놓으라는 말까지 다 알아들었는데 이 아줌마 나더러 숫자를 세보라고 하는건 좀 쟌넨-.-;;;
내가 봉투 세는거 아줌마가 옆에서 매의 눈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일본어로 숫자 30까지 소리내서 세지 않았어도
아줌마는 내가 틀리는지 맞는지 알 수 있었을텐데 시킨 걸 생각하니까
좀 기분이 상했다.
아줌마 그냥 숫자는 우리말로 셀게요
일,이,삼,사,오,육,칠,팔,구,십,십일,십이,십삼,십사,십오,십육,십칠,십팔,십구.이십.......
앞으로 숫자는 그냥 우리 말로 (갯수만 맞으면 되니까요^^;;;)
그런것도 모를까봐 나를 무시했다 그런 마음이 들어서 순간 욱했으나
나는 교토 보로니아를 사랑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아줌마도 일을 똘똘하게 가르쳐줘서 일이 손에 좀 익은데는
그 아줌마 덕이 컸음으로 그냥 숫자 말하기는 그 분의 지도 방법이었다고 오해없이 생각하기로 정리
그래도 별거 아닐 수도 있는 일에 마음이 확 올라오는 걸 보면 여기가 남의 나라땅이라 그런다.
철저하게 공정을 마치는 사람들을 보면 숫자 세라고 시킨건 당연한 일이기도 한데 나 혼자서 마음이 북치고 장구치고 그런다.
내일은 수업이 4교시라 너무나 좋은거
그리고 알바도 이번주꺼는 끝났고
토요일에는 딸이 오고
마음이 이렇게 좋을수가 없다.
오늘도 아리가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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