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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교토에서 얼추 한달"

by 나경sam 2018.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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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얼추 한 달"


4월 2일 아침에 그 난리를 치르고 비행기를 간신히 탔고

부동산 찾아가면서 또 후속편 찍고

남편이 교토역앞에서 세상 해맑은 얼굴로 돌아가는 뒷 모습을 보고

혼자 있게 될 집으로 돌아오질 못하고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 들어와서

우리 큰 애 백일까지 잠투정하던 것처럼 나도 한 시간에 한 번씩 깨고 잠을 못 자다가

그렇게 저렇게 한 달이 얼추 되어 간다.

벚꽃이 확 피어 있을 때 왔었는데 연두잎 나온지도 한 참 되었다.


오늘 은행에 가서 다음 달 집세를 ATM에서 보내고

(수수료 바싼 거 보고 기절할 뻔-.-)

그나마 창구에서 보내면 더 비싸서 ATM기에서 직원 도움을 받아서 보냈는데 창구보다 100엔이 싸기는 했지만

잠깐이지만 일본에서 지내보니 알아 진 것이 있다.

여기는 사람이 직접 하는 일은 금액이 비싸진다.

사람이 직접 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집세를 시작으로 이런저런 공과금들이 나올테고 그게 바로 한 달을 잘살았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니

기쁜 마음으로 내기로^^


목요일은 수업이 4교시여서 슬슬 교토역 앞에 있는 교토 은행까지 걸어가서 은행에 "개인번호"등록을 마치고

앞으로 한 달 살 생활비와 집세를 ATM에서 찾아 왔다.


창구에서 찾지 않고 ATM에서 찾을 때 겨우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좀 많이 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좀 멀긴 했지만 학교에서부터 교토역까지 직접 걸어보니

구역이 나뉘어지면서 길을 더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어서 걸어서 간 보람도 있었다.


교토 타워가 높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걸어가면서는 교토 타워만 보면서 걸어가도 찾아가기가 쉬웠다.

지역난방 굴뚝 같이 생겨서 왜 교토 역 앞에 있나 했더니 나처럼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넘나 유용한 것^^



하지만 왕복 6킬로를 걸었기 때문에 집에 왔을 때 나는 좀 기절했었다.


오면서 사 먹은 "당고"




쫀득쫀득한 공깃돌 만한 떡에 짭쪼롬한 간장과 꿀이 발라져 있어서 저런게 세개 들어있는게 110엔이었다.

한 알씩 빼먹는데 맛은 달달하고 살짝 나는 간장 맛도 괜찮았다.

교토에 오시는 분들은 "당고"도 한 번 드셔보길~


여기와서 매일 걷다보니 어떤 날은 운동앱이 흥분해서 나한테 막 메세지를 보낸다.


앱 - "어머나 사모님 축하드려요. 오늘은 어제 기록을 갱신하셨습니다."

나 - "그래서 어쩌라고,축하를 할 거면 말로만 하지말고 주는 게 있어야지"

앱 - 그런건 쥐뿔도 없어요.그리고 오늘 운동 목표는 달성하셨어도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더 분발하세요"

나 -꺼져"


날마다 운동앱과 대화를 나누면서 걸은게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걸은 한 달 되시겠다.


그랬더니 운동앱이 나한테

앱 - 어머 사모님 호호호 사모님 연령대의 운동앱을 사용하는 분들중에서 상위 18프로에 드십니다.스고이"

이렇게 한 번 멧세지를 보내더니 어젠가 오늘인가는

앱 - 사모님 미치셨나봐요. 상위 4프로 찍으셨어요"

라고 메세지를 보내왔다.


한 달 쯤 살아보니

아침에 학교에 가면서 꼭 마주치면서 보게 되는 여학생도 생겼고

집 앞 시장의 반찬가게 할머니네는 간장 냄새를 솔솔 풍기면서 아침부터 반찬을 만드시는데

동네 할마씨들 거기서 많이 얘기도 하고 단골이 많은 집인걸 알게 됐다.


동네를 지나 교토 산죠역쯤 가면 또 거기서 늘 만나는 직장인 아줌마도 한 명있고 산죠역앞에는 노숙인 할배도 한 명있다는것도 알게 되었고

 운전석이 우리와는 반대에 있는 일본 자가용을 보면서 그게 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눈이 이제 익숙해진거다.


그리고 또 어떨때는 지나가는 아줌마들의 일본어 대화가 들렸다가 안들렸다가 그러기도 하고

교토에서 자주 쓰는 사투리도 들린다.

여기 사람들은 "혼토니" (정말로) 를 "혼마니"로 하고

"아리가또우" (고마워)를 "오오끼니"로 하는데 길에서 이걸 실제로 들었다.


4월 중순에 시작한 아르바이트도 벌써 5월 쉬프트를 받았고

(5월에는 쉬프트가 늘어서 힘은 들지만 자립의 길을 걸을수 있을 듯 - 살면서 외화를 벌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어^^)


 

그래도 아직 돈의 개념은 왔다갔다한다.

오늘도 집세때문에 쓰시마한테 전화를 했는데


- "쓰시마 오랫만이예요"

쓰 -네 고상 오랫만입니다"

나 -벌써 한 달이네요.월세보낼건데 오늘이 처음이니까 확인좀 하려고요. 욘쥬욘만엔(440만원-.-) 보낼게요

쓰 -아니 아니 고상 욘쥬욘만엔(440만원)은 아니고 욘만욘센(44만원) 만 보내시면 됩니다

나 - -.-;;; 그래 알겠어. 농담이었다 농담"


일본 돈이나 물건값을 보면서 우리돈으로 자동환전을 해버리는데 이제는 그냥 일본돈 단위로 읽고 환전하는 일은 없기로~

그냥 일본식으로 생각하고 입력하기


내일은 딸이 온다.

오늘 오후부터 기분이 좋아져서 행복했다.


가족과 떨어져서 살아보니 그동안 열심히 가족을 위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좀 더 잘해줄걸 그런 마음이 든다.


그래도 한 달 무사히 잘살았고

집세도 냈으니 또 한 달 잘살아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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