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알바 삼일차
뭐든지 삼일만 지나면 한고비 지난거라고 굳게 믿는 우리 엄마는 삼일이 지나면 일주일이 쉽고
일주일이 지나면 한 달이 쉽고 한달이 지나면 석달까지만 잘 견디면 된다고 믿는 날짜 신봉주의자다
나도 오늘 알바가 삼일차 알바였으니
이제 일주일이 쉬울 거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오늘은 좀 편하고 할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하루하루 배울게 많아서 갈 때마다 긴장은 되지만
일본 아줌마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태극마크 달고 뛰고 있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 내가 좀 서투르면
"다이죠우브데쓰요"를 해주면서
내일은 더 잘하라고 격려도 해주고 그래서 내가 더 남에게 민폐가 안될려면 이 모든 공정을 빨리 외우는 수밖에 없구나 싶어서
수첩에 적어서 오기도 하지만 아유 이제 금방 잊고 내가 적은 것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오늘은 "하마다"상이 야스미라서 다른 쫌 젊은 남자 직원이 와서 책임자처럼 일을 했다.
아마도 "하마다상"과 이 남자가 포장과 배송부서의 책임자같다.
종일제로 일하는 아줌마들이 한시간 쉬러 휴게실로 갔을 때라 어떤 일본 아줌마랑 나 둘과 이 남자까지 셋만 있었는데
공장장 - "코오상 이 빵 좀 드셔보세요. 사실 식빵은 이 부분이 제일 맛있어요"
나 - - "(매우 당황했으나 아닌 척 하며) 먹어도 됩니까"
공장장 - "그럼요 먹어도 됩니다. 하마다상한테만 비밀로 하면요"
나 - -"아니 이럴수가 빵집에서 일하면서 삼일째 되는 날 드디어 식빵을 먹어보다니 흑흑흑"
식빵을 자르면 가장 싸이드 부분을 5밀리쯤 잘라내고 빵을 포장하는데 오밀리의 잘라진 부분은
다 쓰레기로 버려지는 거라 했다.
하마다상은 그걸 진짜 다버리는것 같았고 이 남자가 일할 때는 아줌마들이 가져가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오밀리의 빵 부분을 먹어 본 것이다.
오리지날 교토 보로니아 마블 식빵 옆 귀퉁이 오밀리의 맛이란
"말그대로 오밀리 맛이다"
이 남자 직원이 빵 먹은 얘기 하마다상에게 하지 말라고 하면서 일본이 엄격한 면이 있죠 그러길래
처음에는 그게 불편했으나 이제 그런게 좀 마음에 들어질려고 한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또 기적이 일어났다.
포장실 안에 아직 그 남자 직원과 일본 아줌마 나 이렇게 세명만 있을 때
빵굽는 오븐실에서 포장실로 녹차 식빵이 모양이 에러가 났다고 두개를 보내왔다.
물론 그럼 그 빵도 당연히 폐기처분해야 한다.
물론 하마다상이 있었으면 폐기처분해야 했었겠지만
이 젊은 남자 직원이 또 비밀이라고 하면서 나하고 그 일본 아줌마한테 녹차 식빵을 준 것이다.
"노"라고 하고 싶었으나
"콜"이라고 하고 받았다.
어디 이뿐이랴 오늘 계탔다.
작은 빵도 챙겨주고 평소에 먹고 싶었던 부드러운 푸딩까지 간식으로 받은 아주 기분 좋은 날이었다.
게다가 하마다상과 일할떄보다 일의 강도는 훠얼씬 약해서 오늘은 쫌 미안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일본인 아줌마도 빵은 자주 안받았는지 허둥대면서 얼른 자기 가방에 넣고는 나더러도 가방에 넣으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조용히
"히미쯔" - 비밀-
벌써 동료 두명과 비밀을 공유한 사이가 되었다.
한 명은 재일교포2세라는 비밀
한 명은 녹차 식빵을 나눠가진 사이
이렇게 비밀이 쌓이다보면 나는 어쩌면 교토의 그 유명하다는 대나무 숲"아라시야마" 에가서 소리 지르고 올수도있다.
"아라시야마"
빵 몇개에 인생이 아주 아름답고 살만하다고 느끼면서 일을 하는데 빵 출하하는 날짜가 써 있는 4월 24일이 눈에 밟혔다.
오늘 만든 빵은 내일이 나가는 날이라 4월 24일이라고 쓰는데 내일이 딸 생일이라 예사로 보이지 않았으니
순간 마음이 훅하고 갔다.
그치만 나에게는 우리 엄니가 있었으니
내가 일본에 온 뒤 우리 아들 얼굴이 난리가 나서(일본에 사꾸라가 만개했을 때 아들 얼굴에는 여드름이 만개를 했다)
우리 엄니 - ""우리 승범이 얼굴이 지 에미없다고 난리났네 할머니가 맛있는거 사줄게 말해라"
승범군 - "할머니가 무슨 돈이 있다고 그러세요. 괜찮아요 할머니"
우리 엄니 - "할머니 돈 있어 말해라"
승범군 - "그렇다면 할머니 며칠 있으면 은진이 생일인데 그때 은진이랑 함께 맛있는거 사주시면 안돼요 지금말고요^^;;;
이 얼마나 알흠다운 오누이의 정인지
이들이 평소에 나누던 대화는 보통 이랬다.
승범군 - "야 뭐하냐"하고 딸 방으로 들어가면 3초도 되지 않아 곧바로 이런 소리가 들렸다.
딸 - "꺼져"
승범이라는 멋진 이름을 꺼져로 부르던 여동생은 엄마가 일본으로 떠난 뒤 제 2의 엄마가 생겼으니 그게 바로 오빠다.
밤낮으로 운전해서 데려오고 데려다 주고 밥도 챙겨주고 엄마 대신이다.
내가 돌아가면 오빠대신 엄마라고 부를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 우리 엄마랑 딸이랑 승범이랑 거기에 우리 남편까지 우리 엄마 등꼴을 뺴고 왔다.
돼지갈비로-.-;;;
그때 페이스톡을 하면서 딸이랑 아들이랑 통화를 했는데 엄니좀 바꿔주라고 했더니
우리 엄마 페이스톡인줄 모르고 귀에 갖다대서 나는 우리 엄니 귀만 봤다.
남편은 저녁에 김치 찌개를 끓였다고 페이스톡으로 보여주고
소리도 생중계
자글자글 소리가 어찌나 맛있게 나던지
저 보로니아 식빵하고 김치 찌개 한 접시하고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도 뭐 알바는 삼일 지나 이제 한고비 넘겼고
이제서야 그럭저럭 남편이나 아이들이나 조금씩 자리가 잡혀가는 것 같아 다행이고
오늘 하루도 감사한 마음으로
아리가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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