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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엄마"

by 나경sam 2018.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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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당분간 고식당은 영업하지 않을 계획

화원하는 동생네 바쁜 봄장사를 도와주기 위해 한 달 일정으로 엄마가 올라오셨다.

엄마는 일단 올라올 때는 남동생 차를 타고 올라 오면서 엄마 냉장고의 어지간한 먹을거리는 다 털어서 가지고 오신다.


고기며 생선이며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 마늘 양파 대파 당근 하여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싸가지고 오시므로

우리 엄니 올라 오실 때는 짐만 몇 번을 나르고서야 일단 입성이 끝나고


엄마는 편한 옷으로 갈아 입으신 후

동생네 씽크대부터 닦고 엄마가 쓰기 편하게 양념통 정리하고

한달 지낼 작업 환경을 만들고 수원 딸 네 살림살이 시작


가스렌지 묶은 때 벗겨내고 주방 바닥까지 세제로 닦아내는 일흔 훨씬 넘은 할머니 투혼 발휘

엄마가 오신 날부터 큰 딸이나 그 집 주인 작은 딸년이나 엄마한테 묻어가는 한달을 산다.

 밥을 해도 두 집, 찌개를 끓여도 두 집 분량을 해서 끼니 때마다 두 집으로 나누고

끼니 때마다 겹치지 않게 메뉴를 잘도 짜서 이 집 저집 거둬 먹이신다.


별게 아닌 메뉴다.

김치찌개, 된장국,나물 무치고 어느날은 김치전도 해주시고 김치 수제비도 해주시고

팥칼국수도 해주시고

평범한 메뉴라고 해도 엄마가 해서 주면 다 맛있다.


늙은 엄마 너무 부려먹는것 같아 내가 뭘 하려고 해도 설겆이도 못하게 말리기 때문에

집안 조용하려면 아예 밥먹고 가만히 있는 불효를 저지르는게 집안이 평화로운 길이다.


엄마 하는 걸 보면 나는 내 자식들에게 엄마 만큼은 못할것같다.

그건 팩트다.


오늘 점심은 엄마가 해 준 김치 수제비를 먹고 둘이서 뒷산으로 산책을 갔다.




높지 않은 뒷산이라 한바퀴 돌아도 10분이고 경사도 낮은데 엄마는 저 길이 힘들어서 내가 뒤에서 밀고

올라갔다.


평지는 그나마 잘 걷는편인데 조금만 경사가 있으면 걷는 걸 힘들어 하시길래

운동 좀 하시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고분고분 알겠다고 대답을 하셨다.


내 자식들은 뒷모습만 봐도 흐뭇한데 부모는 뒤에서 보면 짠하다.

성질이 한 성질하셔서 다른 자식들한테는 아직도 칼칼한 성격이 남아 있지만

나는 큰 딸이라고 그런지 엄마가 내 말은 늘 어린 애처럼 잘듣고 어려운 일은 나하고 상의를 하신다.


그래서 엄마가 내가 일본간다고 그렇게 섭섭해했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엄마랑 일본가기전에 둘이 재미있는 일좀 해보자 작정하고 가요무대 신청을 해서 오늘 당첨 확인




두시에 당첨 확인 문자가 와서 엄마랑 산에서 둘이 손잡고 소리 지르고 좋아했다.

엄마가 좋아하시면서도 "그거 티켓 값 내는 거 아니냐"

딸이 돈 쓸까봐 걱정부터 하신다.

우리가 내는 시청료 이러라고 쓰는거지 무슨 돈을 내냐고 알려드렸더니

당첨됐다고 했을 때도 좋아하시더니 돈 안낸다고 하니까 더 좋아하셔

아무튼 -.-


다음주 월요일은 동생 네 밥 걱정 우리집 밥 걱정은 하지를 말고 우리는 아침부터 서울로 튄다고

말씀드리자 말 잘 듣는 일곱살짜리 아이처럼 알겠다고 아주 착하게 대답을 하신다.


하루를 함께 보내고 나는 또 엄마가 싸주신 일용할 양식을 싸들고 우리집으로 퇴근



아 진짜 -.-

방금 전에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엄마 "뭣허냐"

나 "쉬고있어"

엄마 (목소리 깔고) "테레비 안나온다"

나 (하하하)

엄마 (심각하게) "웃을일이 아녀"

나 "알겠어 고치러 갈게"

테레비 안나온다고 불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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