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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인생은 멀리서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by 나경sam 2018.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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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었으니

먼저 날씨가 더 더 더 추워졌고

그다음 집이 집이 얼었고

마지막으로 보일러가 얼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삼일동안 온수가 나오지 않고 보일러가 깔딱 깔딱 10도를 넘기지 못하는

혹한기의 2박 3일을 보냈다.


물론 우리 집 다가구의 모든 세입자들이 다 같은 처지였을테고

귀뚜라미 보일러는 대기자가 60명이라 연결조차 되질 않았다.


커피포트에 물끓여서 서로의 머리에 물을 부어줘가면서 강제소환 1980년

하루에 한 번 샤워가 하루의 시작인 큰 아이는 드디어 이모집으로 원정샤워를 가고

샤워가 문제가 아니라 집이 도저히 추워서 견딜수 없던 남편과 나는 급히 캠핑용품 검색 후에

"고릴라 캠핑 용품" 싸이트에서 발견한 W 가스히터를 사러 산본까지 출발

21만원 거금을 쓰고 난로를 사다가 거실에 히터를 켜놓고

고구마까지 호일에 싸서 올려놓은

누가보면 차암 근사한 겨울 풍경되시겠다.




워낙 집안의 온도가 낮았기때문에 가스히터도 집안의 온도를 올리는데에는 그다지 힘을 못쓰고

한시간 가까이에 생고구마 네 개만 군고구마 네개로 출산하시고

자기 역할 끄읕


토요일 오후 언 집을 더이상 어쩌지 못하고 서울로 상경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안나카레니나"를 보러 갔다.





정선아 / 옥주현 더블 캐스팅 "안나카레리나" R 석 14만원

남편 친구 모임에서 모임 결성 33년을 맞아 함께 뮤지컬을 관람했다.


화려한 댄서들과 정선아의 풍부하고 흔들림없는 음정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 장치

처음에는 14만원이 아무리 내 돈으로 산 티켓은 아니지만 너무 아깝다 싶었는데

두시간의 공연이 끝난 뒤에는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무대 아래에서는 소규모 오케스트라가 두시간 동안 쉬지 않고 배경음악을 연주했고

현악기보다 금관악기의 소리가 더 다이나믹하게 많이 들려서 음악 자체도 긴장감이 쭉 이어졌다.


토요일 오후 3시 오페라 하우스는 거의 만석이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비싼 돈을 주고 뮤지컬을 보다니

여태 몰랐던 신세계


저녁은 친구들과 식사 후 다함께 양재 더 ㅡ케이 호텔에서 잤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모두 데리고 다녔었는데 이제 취업한 아이부터 중학생까지의 자녀들로 구성 된

이 모임에서 아이들은 더이상 부모들을 따라다니지 않지만

집이 얼음왕국인 우리집은 예외




얼음 꽁꽁인 집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집을 지킨 큰 아이만 빼고 딸 들은 아빠 엄마 따라

저녁에 호텔로 와서 넷이서 함께 잤다.


온수가 나오는 수도꼭지는 감격이었고

덥다 싶을 정도로 후끈한 방안의 온도는 축복이었다.


집을 떠나 하루를 호강하고 나니

며칠의 고생이 그나마 보상받는 것 같고


다시 심호흡하고 보일러가 아직 얼어있는 집으로 복귀


남편이랑 힘을 합쳐 아니 둘만으로는 안돼서 드디어 "신의 손" 설비아저씨가 방문하사

온수는 뚫리고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한 보일러

뭐 물론 아직도 10도이긴 하지만 8도에서 10도로 무려 2도가 올랐으니 기다리면 올라가겠지하고 기다릴테다.


우리는 뮤지컬을 보고 호텔에서 자고 은근한 사치를 즐기다 집으로 돌아왔고

온도가 오르지 않은 우리집 거실에는 여전히 가스 난로가 켜있고

그 위에 또 고구마 네개 ( 네개밖에 얹을수 없는 싸이즈 )

 (부자가 가진 돈 다 탕진하고 집으로 돌아온것같은 이 느낌 어쩔-.-;;; )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


딱 맞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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