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셋중에 둘 남아 있던 집에서 두 녀석이 오케스트라에서 하는 스키캠프를 떠나고 나니
어른 둘만 남은 집
이 얼마나 꿈꾸던 빈 집이었던가
하지만
이 기분 뭐지 싶다.
하루는 회식
하루는 상가집
요즘따라 일찍 들어 올 일이 당췌없는 불량 남편은
어제 전주 상가집에 다녀오면서
12시 쯤 수원역에 도착하니까 나올수 없냐고 한다.
이렇게 추운 날 그냥 택시타고 와 라고 어이없어 하면서 안나갔지만
사실 입장이 바뀌었더라면 남편은 내가 말하지 않았어도 나왔을텐데
미안하기는 했지만 인간적으로 어제는 너무 춥기는 추웠다.
남편이 나더러 아마 애들이 나오라고 했으면 당신은 델러 갔을텐데...
이런다. (서운함이 느껴지는 저 말투 진짜 어쩔)
당연하지 당신도 시어머니한테 나와달라고하면 어머니는 분명히 나가실거다
엄마는 다 그런거야
당신은 내 남편이지 자식이 아니다 분명히 말해줬지만
저사람은 가끔 나를 자기 엄마인줄 따흐흑이다.
스키캠프간다고 술까지 야무지게 챙겨간 아이들은
하루 타고는 오후에 너무 힘들다며 오빠는 그대로 몸살이 나고
작은 애는 오빠 약사러간다고 전화가 왔다.
제일 추운 날 몸에 익숙하지도 않은 스키를 탄다고 둘다 너무 힘들었고
특히 큰 애는 내복도 챙겨입고 가지 않아 그대로 몸살이 온 모양이었다.
작은 애 하는 말이 자기랑 오빠가 리프트타고 위로 올라갈 때 너무 무서워하니까
오빠가 잡아주면서 무서워하지 말라고 달래줬다고 해서
"설원에서 형제애가 뿜뿜" 내가 그랬더니
엄마 오빠 없었더라면 큰 일날뻔했어 오빠좋아 있으니까 내가 안심이 된다 그런다.
집에서는 오빠가 자기 방에 들어오면 바로 들리는 소리가
"꺼져"
그 두사람의 실상을 가장 잘 알고있는 나로서는 웃지않을수 없는 반전 시트콤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두사람밖에는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사이좋은 형제애가 원주 오크밸리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중이다.
주말에 좋은 사람들이랑 함께 본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그 영화도 결국 주제는 가족이었다.
윤여정과 이병헌 서번트 증후군 자폐아 동생이 함께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잔잔한 에피소드가 영화의 내용이다.
갈등과 미움이 있던 자리에 이해와 용서가 스며들어 결국 서로를 보듬어주는 가족
4월에 짐가방 싸들고 용기있게 떠나지만 결국 나도 외롭다고 징징거리지는 않을지 벌써 걱정이다.
아이들이 빠진 집 이렇게 완벽하게 빠져 나간거는 셋키우면서 처음이다.
셋을 키우다보니 셋중에 한 명만 캠프를 가도 아이들이 다 없어진것처럼 허전했었는데
셋이 다 자기 갈 길 찾아서 흩어져있다니
경사도 이런 경사가 없는 데 뭐 썩 좋지는 않은 기분이니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집에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딸 방에서는 "꺼져" 소리가 들릴게 뻔하지만
"꺼져"가 몹시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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