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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한밤중에하는해적룰렛"

by 나경sam 2018.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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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해적 룰렛"


귀가 떨어질것처럼 추운 날

문구점에 갔다가 해적룰렛 게임기를 사왔다.

세일하느라 길에 내놓고 싸게 팔고 있었는데 해적 얼굴을 보는 순간 망설임없이 사버렸다.


술마시고 12시쯤 들어 온 남편이랑 애들이랑 해적 게임기를 했다.

다섯바퀴 도는 동안에는 해적 머리를 튀어 나오게 하는 사람이 천원을 내고 여섯바퀴 째에는

반대로 해적 머리 튀어 나오게 칼을 꽂은 사람이 그동안 모여진 오천원을 몽땅 가져가게 규칙을 정하고


별거아닐것 같은 게임이지만

돈이 왔다 갔다 하면 표정들이 달라져서

해적 머리가 튀어 오르는 그 순간에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마지막에 오천원을 다 가져간 큰애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가족이 모여서 12시 넘어 게임을 하면서 진짜 재밌게 놀았다.


 어렸을 때 나도 매일 동생들이랑 집에서 지지고 볶고 놀았을 때가 있었다.

겨울에는 밖에 나가면 추우니까 안방에 모여서 달력 뒷면에 그림을 그려서 윷놀이를 했다.


윷도 연필을 칼로 잘라 가운데를 갈라서 네개로 만들고 우리끼리 거의 매일 윷놀이를 했었는데

다섯명이다보니 팀을 돌아가면서 짜서 하고

이긴 편은 진편의 별명을 일곱글자로 부른다거나 아홉글자로 약올리는 말을 하는걸 주로 했었는데

그 일곱글자나 아홉글자에는 완전히 엑기스로 약올리는 말을 집어넣고

진사람들 앞에서 한글자씩 손가락을 꼽아가면서 약을 올렸었다.


바보멍청이똥개

손가락 하나 꼽으면서 바

두번째 접으면서 보

세번째 손가락 접어보이면서 멍

이런식으로 하면 진짜 어린 나이에도 혈압이 팍팍 상승해서

한번 시작한 윷놀이는 결국 달력 뒷면이 찢어지고 격투기현장이 되기도 했고

내가 기억하는 겨울은 윷놀이와 약올리기.


아버지가 매달 사다주셨던 소년중앙과 어깨동무를 이불속에서 다리펴고 앉아서 읽던 것도

겨울의 따뜻했던 추억이다.

얇은 비닐에 포장되어 있던 소년중앙과 어깨동무를 매달 보면서도

그게 그렇게 사치인줄도 몰랐었는데

내가 나중에 아이들을 키워보니 월간 잡지 꼬밖 꼬박 보여주시던 아버지가 너무 대단하셨다는 생각을 했다.


해적 게임기 덕분에 12시 넘어서 하루를 웃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들의 윷놀이가 오랫동안 기억나는 것처럼

짧은 순간이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도 해적게임에서 해적 머리가 날라가던 순간의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재미있는 스무살 너머의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 같은

귀가 떨어질것처럼 추웠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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