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남편이 티비를 보다 새벽에 들어오면서 말했었다.
'에이씨, 졌어'
세상 망한 것처럼 한숨을 쉬면서 살다가 드디어 파이팅의 날, 대전 교구 신부님 말씀대로 '지랄발광'을 한 그 분이 널뛰다 무대에서 떨어지고 선거의 날이 5시부터 밝았다.
투표 사무원으로 일했으니 나에게는 5시부터 새날이 밝았고..
4시반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려주고 나 혼자 가면 위험하다고 함께 투표소까지 자전거 라이딩 해 준 남편
얼굴이 박보검이 아니지 마음이 관식이가 아닌 것은 아니지.
투표 용지 절취선 자르는 걸 선관위에서 준 고기자르는 칼로 하려니 불편해서 가위갖다 줘, 불러내고..
덕분에 1500명 넘는 유권자들 투표용지는 우리집 학생용 가위가 열일했습니다.
선관위 여러분들, 고기자르는 칼로 종이자르라고 주지 마세요. 일의 속도가 나지 않습디다..
점심때도 우리집 관식이 출동, 수박 도시락 싸들고 투표소 앞에서 만나 점심 함께 먹고 그늘에 앉아서 수박까지 먹은 다음
투표소 복귀..
하루에 1,5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을 내가 이런 날 아니면 언제 만나보겠냐고요.
그러다보니 이상한 사람들도 많아. 투표소에 와서 어디에 찍어야 되냐고 묻는 사람, 자기는 15년동안 공작원에게 미행당하고 있다고 주장하시는 분, 신분증 자기가 잃어버리고 투표 사무원들에게 화 내는 사람, 들어오면서부터 화 내고 들어오는 꼰대 할아버지.
도대체 무엇때문에 화가 났는지, 그러니까 잘 뽑아봅시다 이 말씀입니다.
아니 그런데 웬열... 스쳐 지나가는 가랑비같았던 걸로 잠시 놀랐으나 결과는 심판하고 싶었던 마음 그대로 반영됐고 아침에 가볍게 자전거로 바람을 가르면서 출근..
십칠만칠천원. 아까워서 봉투에 그대로 넣어놓고, 그냥 보고만 있기로.
기분좋은 새 날이 밝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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