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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리노 주교님 송별 미사

by 나경sam 2025.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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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미사 한 번, 피렌체에서 한 번, 빈에서 한 번 2주 여행하는 동안 3번의 미사를 드렸지만 어제드린 주교님 송별 미사도 특별했다. 수원 교구 주교로 계시다가 마산 교구장 주교님으로 임명되어 가시는 주교님 송별 미사에 합창단으로 전례를 맡아 미사를 드렸다.

 

이토록 유쾌하고 즐겁고, 마음이 뭉클한 미사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교구장 주교로 가시니 수원 교구의 신부님들과 학사님들 수녀님들 많이 참석하셨고 신부님들이 영성체를 모시러 나가는 행렬을 볼 수 있는 건 일 년에 몇 번 할 수 없는 특별한 미사 경험이다.

 

한 시간 반 정도 길었던 미사였지만 춥긴 했어도 미사가 지루하진 않았다. 한 사람을 맞아들이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떠나 보내는 것이 더 어렵고 마음을 많이 써야 되는 과정이구나 싶었다. 이성효 리노 주교님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수원교구 복음화 국에서 영상으로 제작해서 보여줬는데 큰 업적을 이뤄서 그 분을 좋게 기억하는게 아니라 작은 일로 감동받았던 내용들이었다.

 

'눈 오는 날 차에 눈을 치워 주시더라'  '카톨릭대학교 교수로 받은 첫 월급을 성당 기금으로 주시더라' '유학갔을 때 잘 챙겨주셨다' 그런 소소한 내용들이었다. 

어쩌면 사람이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들은 큰 일이 아니라 그런 작은 일들일것이다.

 

우리도 이성효 리노 주교님이랑 동네 탁구장을 함께 다녀서 잘 안다. 유머가 있으시고 사람을 허투로 안 보시기때문에 남편에게는 탁구 칠 때 쓰라고 헤어밴드를 주셨다. '빠뜨리시오. 땀 나면 공도 안 보이니까 이 거 써'

그러면서 주셨는데 주교님 죄송해요. 남편은 얼굴에서는 땀이 안나는 백성입니다. 그때 주신 헤어밴드는 제가 세수할 때 쓰고 있습니다.^^;;;

 

'빠뜨리시오. 공 좀 빠뜨려봐'  탁구치면서 냉당자인 남편의 세례명을 가지고 놀리셨어도 성당 다시 나가라 그런 말씀을 강압적으로 하지도 않으셨던 주교님이시라 탁구칠 때는 완벽한 한 사람의 탁구 동호인으로 밖에는 안 보였어도 어제 뵈니까 옆에 접근하기도 힘든 분이시라는 걸 알았습니다.

 

 

미사 끝나고 나가니 학사님들이 노래를 불러 주고 계셨는데 젊은 학사님들의 목소리도빈 소년 합창단 소리만큼 좋더라고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30번 버스 안에서 주교님 송별 미사를 준비했던 카톨릭 대학교 신학생 학사님들의 재잘재잘 수다를 청취하는 것도 깨알 재미였습니다. '내가 이제 카톡으로 하나 봐, 아니 대답들을 해야 말이지'

행사 준비하면서 단톡방을  만들어서 일을 진행했나본데 다들 읽씹하셨나봅니다. 앞으로는 직접 전화로 해야지 답답하셨다고... 제발 학사님들 카톡 좀 읽으세요.. ㅋㅋㅋ

 

성질 잠깐 부리더니 '뭐 먹으로 갈 건지 진지하게 메뉴 고민하는 모습이, 웃음이 났던 30번 버스 풍경이었습니다.

 

인간관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정이구나. 주교님 송별 미사에서 든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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