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짧아 지고 바람이 달라졌을 때 집에 들어가는 길은 길었다.
온전히 혼자 살았던 2018-2019년이 그랬다. 교토는 일교차가 큰 동네였다. 4월에도 낮에는 여름처럼 덥지만 해가 떨어지고 나면 공기가 확 차가워 지는 그런 동네였다. 나는 아직도 기억난다. 일교차 컸던 교토의 밤 공기. 헤이안지구 앞 스타벅스에서 공부하다 집 까지 걸어 왔던 초 봄의 밤 공기. 불 켜진 집들이 따뜻해 보였고 성냥팔이 소녀처럼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궁금했었다.
가족이 모여서 저녁을 먹겠구나. 티비를 보겠구나. 두고 온 우리집이 한없이 그리워 지는 시간은 저녁 시간이었다.
낮에는 학교에서도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도 사람들과 늘 이야기를 하게 되니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듯한 허전함이 있을 수 없지만 밤에는 오로지 혼자 지내야 되니 외로움을 견뎠던 시간, 비록 일 년이지만 나는 그 시간을 통해서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저녁은 그런 시간이다.
어제는 아랫층에 사는 세입자가 잠시 일을 쉬게 되어 낮에도 집에 있다면서 집에다 저걸 설치했다.
카페처럼 꾸미고 싶어서 한다는데 우리가 싫어요 할 이유도 없어서 낮에 함께 있던 남편이 도와서 둘이 설치했다는데
저녁에 집으로 들어오는 짧은 걸음에 담을 자꾸 보게 됐다.
딸은 들어 오면서 저걸 보니까, 행궁동 갬성이 느껴져서 좋았다고 했고 아들과 마주친 아랫층 세입자 아저씨는 어떠냐고 묻기까지 했다는걸 보면 조명에 진심인 아저씨였다.
자기 돈 들여서 우리집 벽에 꾸미기까지 해 주셨으니 나는 고마울 뿐이고 태양광으로 조명이 켜지니 전깃세 걱정도 없고
해가 빨리 지는 겨울동안 우리 식구들을 즐겁게 해 줄 조명이다.
"어서 와, 집으로" 우리를 부르는 따뜻한 집안의 풍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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