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4월 부활절에 대구 칠곡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그동안 스쳐 지나간 부활절이 스물 다섯번이었다.
어느 해에는 발바닥만 성당에 다니다가, 또 몇 년은 발바닥도 쉬고 가슴도 쉬고 머리도 쉬다가
이제는 자리잡고 조금씩 철이 들어가는 신자가 되어 가는 중이다.
물론 그것도 어느 순간 확 뒤짚히는 순간이 있어서 내가 사람 될 려면 한참 멀었구나 할 때도 많이 있긴 하지만
이번 부활은 참 의미가 있었다.
연중행사처럼 찍고 지나가는 부활이 아니라, 사순의 고난 시기를 보내고 맞이하는 부활이 얼마나 기쁜 소식인지
그래서 부활 시기에 부르는 성가들이 신나고 흥겨운 멜로디인지 조금 알게 된 것이다.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면 절대 되지 않는 천주교의 교리가 가슴에서 조금 이해되는 2024년 부활이었다.
1999년 세례 받고 그동안 내 마음이 겨울이었다면 이번 부활을 기점으로 봄으로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니
신앙이 자라나는 것은 계절 하나 바뀌는데 25년이 걸린 셈이다.
좀 너른 마음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겠다. 그것이 이번에 내 마음에 와 닿은 부활 메시지였다.
남편도 봄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내 구역은 대문 앞 화단이고 남편은 옥상텃밭이 자기 거라 서로 건드리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는 우리 부부는 주말에 각자 지역구 관리하느라 나는 꽃을 사다 나르고 남편은 삽질을 했다.
그동안 질서없이 흩어져있던 옥상텃밭을 구획으로 나누어서 정리하려고 보니 이게 완전 대공사가 되어서
남편이 파헤쳐놓은 옥상 텃밭은 정말 대참사 수준이었다.
![](https://blog.kakaocdn.net/dn/HU9kR/btsGhEvkzLV/FrjMoXVmy02IhIgxE5ZCKK/img.jpg)
흙이 어지간한 밭 한뙈기 분량은 되었으니 이를 어쩔거야
그리하여 남편의 인생 삽질이 시작되었다.
![](https://blog.kakaocdn.net/dn/cSuNde/btsGg0SU9Aq/XudclFT3JoIAg8mhaYU4a0/img.jpg)
삽질하세 삽질하세 부인은 성당 가서 없고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없는 옥상에서 그의 삽질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리하여...
![](https://blog.kakaocdn.net/dn/sJv4b/btsGhS1d2j5/ZfTVkcadcWET31ydc98qP1/img.jpg)
남편은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이 아니라 그림같은 텃밭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는 떡실신을 했고 남편이 죽지 않고 살아서 잔 다는 증거는 끙끙 앓는 소리로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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