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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K.622

by 나경sam 2023.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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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넷 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바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K.622 2악장 아다지오다.

지난 토요일 수가합 찾아가는 음악회 광교 2동 성당에서 딸이 연주한 영상을 어느 이름모를 친절하신 분이

찍어서 편집까지 깔끔하게 해서 보내주셨다.

나도 못찍은 영상을 프로처럼 찍어서 보내주셔서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게 된 게 감사하다.


2002년 7월 17일 제헌절에 이사들어간 제주도 소길리는 우리 식구들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승범이 은진이는 바이올린을 배웠고 수민이는 제주도 사투리를 배웠다.

소길리에서 애월 납읍까지 감귤 과수원 길을 달려서 바이올린 선생님 댁으로 데리고 갔다가 

데리고 오는 걸 2년 반을 했더니 승범이는 바이올린을 전공하게 된 아이가 되었고

함께 배웠던 은진이는 바이올린을 거쳐 클라리넷을 전공하게 된 전공자가 되었다.

수민이는 마냥 놀았다. 남의집에 가서 넉살좋게 간식 얻어먹고 이틀에 한 번씩은 오줌을 싸서

관사 앞 마당에 이불을 널게 만든 오줌싸개였지만 나는 대인배였기때문에 이불 따윈 빨지 않고

그냥 제주도 햇빛과 바람에 너는 걸로 퉁쳤다.

 

궁금한걸 못 참고 어느날 옆동의 수빈이 엄마가 물었다. 수빈이 엄마는 제주 토박이 아줌마라서

완전 제주 사투리를 쓰셨던 분이다.

수빈모친: 수민이 엄마, 참말로 부지런해마씨, 아침마다 이불을 널주게

               (수민이 어머니는 정말 부지런하시네요. 아침마다 이불을 빨아서 너시네요)

나: (말해야마나 한참 고민하다 털어놨다) 그게 우리 수민이가 거의 매일 오줌을 싸요.

      이불을 늘 빨 수는 없고 그냥 햇빛에 널었다 깔고 자는 거예요. 어차피 오늘 밤에 또 쌀테니까요.

수빈모친: 그래마씨(그런거였군요) 내가 말하믄 수민이 시집못갈크라 ㅋㅋㅋ (내가 소문내면 수민이 시집도 못가겠네요) 

라동과 다동의 중간에 있던 빨랫줄에 아침마다 널었던 수민이의 이불은 밤에는 오줌에 절여지고 낮에는 햇빛과 바람에 말려져서 제대로 숙성이 되었을텐데 수많은 이사 끝에 어느 도시에서 버렸는지 기억도 안난다.

 

수민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소길리 관사 빨랫줄

옆동의 수빈이네는 아이가 셋이었는데 수민이 동갑 친구가 있어서 수민이는 그 집에 가는 걸 좋아했다.

거기서 제주도 사투리를 배워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써서 우리를 웃게해줬다.

그래서 우리 수민이가 네살때 처음 썼던 제주도 사투리는 바로 이거다.

무사 (왜?? 정도의 뜻으로 읽혀지는 제주도 사투리 무사), 우리 수민이가 우리 가족들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썼다.

아마도 무사를 주구장창 썼던 수빈이네 집에서 놀면서 자연스럽게 썼던 것 같다.

 

 


무수천 바로 위, 광령리에 있었던 제주 관광대학 음악과에 들어가서 남들이 믿건말건 2년동안 연습실에서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피아노를 쳤지만 전설처럼 남아있는 손가락에 피 난 이야기는 안혜정 교수와 나만 아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뭘 시작하면 직진형 인간이라 뒤도 옆도 안쳐다보는 황소같은 돌직구 스타일이 나라서 음악과 다니던 2년동안

낮에는 학교갔다가 밤이면 학교 내려가서 연습하고 10시 넘어 올라오는 걸 2년했었다.

밤에 올라올 때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를 들으면서 올라왔다.

오늘 밤 틀림없이 오줌을 갈겨 댈 우리 수민이가 있던 집, 낮에 정신없이  뛰어 놀았을 승범이가 있던 집, 남편이 밥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던 집, 은진이가 엄마를 목을 늘여빼고 기다리고 있을 집

우리집은 소길리에 있었고 400고지였기 때문에 관사의 남편 놈들은 술을 엄청 퍼마셔도 아침이면 술이 잘 깨는 동네라며

어지간히들 처마시고 다녔던 집들이 많았던 소길리의 우리집으로 클라리넷 협주곡 622. 2악장을 들으면서 올라올 때

나의 하루 일과는 끝났었고, 클라리넷 소리는 눈물나게 좋았다.

 

둘째가 불어주는 클라리넷 협주곡이 이 세상 어떤 클라리네스트의 소리보다 더 좋다.

너무 멀리 나간 이야기지만 임종곡을 택할 수 있다면 나는 이 음악을 들으면서 죽고 싶다.

그때는 연주자가 아닌 우리 딸이 부는 클라리넷 협주곡 622. 2악장 아다지오를 틀어놓고 편안히 영면할 예정이지만

지금은 죽고 싶지 않으니 열심히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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