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 생협을 그만 둔 뒤로
장바구니들고 처음 생협에 갔다.
일요일 오후면 월요일에 나갈 생협문자를 만드느라
카페에서 남들이 책으로 공부할 때 나는 생협 생활재 전단지를
보며 문구를 조합해가며 장문 문자 메시지를 만들었다.
생협 매장에 남아있는 생활재중에
(생협에서 파는 모든 물건들을 생활재라고 부른다)
집중해서 팔아야 되는 생활재나 재고중에 처분했으면 하는
생활재와 해당 주에 입고되는 신규 생활재등을 적절히
배치해서 문자를 짜는 일은 고행같았지만
나름 재미도 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문자를 보내서 그걸 보고
생활재를 사러 오는 조합원을 보면
문자가 제대로 들어맞은것같은
뿌듯함이 있었고
특히 안팔리고 매장에 남아있던 물건이
내가 보낸 문자로 팔렸을 때는 일요일 저녁 카페에서
문자만들기에 머리 쥐어짠 보람이 있었다.
매장에 있던 목화솜이불과 흑염소 엑기스를 문자에 넣어서
다음 날 그게 팔렸을 때 짜릿했던 그런 기분!!
하지만, 팔리는 물건만 있으면 장사하는 사람들
고민도 없을 터, 복숭아가 무르고 귤이 썩을 때
속도 함께 썩었고 특히 로봇 청소기 발주 잘못 넣어서
에브리봇이 줄줄이 매장으로 들어왔을 때
나는 지구가 멸망하는 것 같은 참담함을 느꼈었다.
내가 블로그에 그 얘기를 얼마나 절절히 썼는지
차**는 생협으로 에브리봇 사러 가야되나
심각한 고민을 했다했고
키라키라스토어 임대표가 다음 날 전화로 석대 주문하고
다음에 또 몇 대를 주문해 줬고 계원예고 둘째 동기 엄마가
석 대 주문해줘서 다 팔았을 때 나는 생협을 오래 다닌것도 아닌데
나는 생협 그만둔 다음 마트에 물건이 넘쳐나는 것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었다.
키라키라스토어 임대표가 사준 에브리봇은
독일 쾰른의 임대표 아들 집을 열심히 닦고 있을것이다.
우리집도 열심히 잘 닦고 있는 걸 보면 성능은 좋다.
에브리봇의 주가가 38,700원
주가 오르는 데 그때의 우리 모두는 내부거래자였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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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협일은 쉽지않았다.
짝 달라붙는 문자로 물건 몇개 팔았다고 해서
잘못 발주한 물건을 인맥으로 다 팔았다고 해서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걸
잠시 공황장애를 겪은 혹독한 시련끝에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날 당장 팔지 않으면 *되는 물건들이 매장에 남아있는걸
보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퇴근이 퇴근이 아니었기때문에
어느날은 남아있는 대구를 반값세일한다고
깜짝세일 문자를 보내놓고 퇴근을 했는데
이미 정가에 사간 조합원이
반액세일문자를 받고 열받아서 냄비에 끓여놓은
대구탕을 들고 생협매장으로 쫓아 온 일은 공포스러운 경험이었다.
물론 재밌었고 짜릿한 경험도 해봤다.
전국 1등 매출도 해봤고, 일본 카나가와현 생협 이사들이
방한했을때 2박 3일동안 가이드로서 통역을 해준 것도
잊지못할 경험이었다.
모든 게 힘든것은 아니었지만
맞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만두고 지금은 돌봄전담사 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지금 일이 나에게 더 맞고 적성에도 딱인것같다.
그리고 2020년 생협 그만두면서 조합원 탈퇴하고 생협 장보기는
한 번도 하지 않고 2022년 8월이 되었다.
투 비 컨티뉴 2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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