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다가온다.
아버지 밥공기 엎어놓고 둥근 생활계획표를 그려놓고
나는 그걸 얼마나 지켰을까
내가 나에게 했던 생애 첫 공약은 방학생활계획표였지싶다.
아침밥먹고 공부 두시 간 점심먹고 한시간
말도 안되던 생활계획표였지싶다.
빠지면 섭섭한 티비시청도 있었고
아"^^ 어제 우영우보면서 섭섭한대요라는 대사가
그렇게 멋진 말인줄
청주 도련님하고 얼굴이 전혀 딴판인 준호가 "섭섭한대요"
영우에게 말했을 때 나는 우영우도 아닌것이
박은빈과 얼굴도 전혀 딴판인 아줌마가
왜 주책맞게 떨리냐
도련님이 집에 오면 당분간 말끝마다 "섭섭한대요"를
남발하도록 시켜야겠다.
정말 대사멋졌어"섭섭한대요"
전혀 섭섭하지 않은 "섭섭한대요"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나는 겁이 났다.
아이 셋이 집에 있는 상황은
정리하자면 이렇다.
아이들은 방학이고 엄마는 개학인거지
그래도 내가 아이들 데리고 나가놀기 좋아하던 엄마라서
그건 또 도련님이랑 죽이 맞아서 애들을 끌고 밖에 나가
노느라 바쁜 여름을 보냈다.
전주살 때는 진안,순창,남원 지금은 가기 힘든 곳들로
애들 태우고 발탄 강아지마냥 돌아다녔고
제주도 살 때도 점심만 먹으면 해수욕장에서 놀다 왔다.
2년쯤 살았을 때는 협재나 곽지같은 알려진 곳보다
제주도 현지 직원이 알려준
알려지지 않은 동네의 작은 해수욕장에 가서
물놀이를 하면서 작은 게도 잡고 보말을 따면서 놀던게 즐거웠다.
작은 해수욕장 "한담"해변이었는데 지금은 한담도 시끄러운
동네가 된 것같아 "섭섭한대요"
거기서 그때 물놀이하던 어떤 아빠가 자기 아이가 없어졌다고
소리를 질러서 혹시 사고가 난 줄 알고 물놀이하던 사람들이
모두 달려들어 꼬맹이를 찾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자식을 잃었을지도 모른다고 절규하던 젊은 아빠의 얼굴을 기억한다.
뭉크의 절규가 딱 그런 표정이었다.
다행이 아이는 딴 곳에서 놀다가 아빠에게 왔었고
해수욕장은 다시 즐거운 놀이터가 됐지만
잠시 우리들은 아이를 찾기위해서 모두 애를 썼으며
아이가 나타났을때 박수를 쳤던것같다.
그런거 생각하면 아이들이 별 일없이 집에 있어주는 것만 해도
감사할일이긴 하다.
국민학교 예비소집에 엄마는 뭐가 바쁘다고 중학생이었던 나를
보냈을까, 수녀님이 된 내 친구 혜숙이랑 함께 가서 넷째 여동생
국민학교 입학 수속을 해서 그랬는지
나는 명신이가 일기쓴것도 몰래 보고 그랬다.
예비군훈련이 있어서 학교가 일찍 끝났다는
내용으로 1학년땐가 2학년때 일기를 썼는데
예비군 훈련을 - 애비군술년이라고 써놔서
눈물이 빠지게 웃었었는데
그랬던 넷째가 6급공무원이 돼서
학교 일할때 힘들때마다 엑셀 파일 만들어주고
캡처 편집도 알려주고 문서의 달인이 됐다.
내 생활을 정리해보려고 주간계획을 만들어봤더니
세상에나 일주일에 책을 한 권도 안읽다니
"섭섭한대요"
그리고 또, 일본어를 귀로만 공부하고 있었다니
"섭섭한대요"
써가면서 책으로도 해야지
"섭섭한대요"
당분간은 섭섭한대요를 쭉 써보기로!!
주식 "섭섭한대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 방학이다 (0) | 2022.07.24 |
---|---|
모두 다 꽃이야 (0) | 2022.07.23 |
이제와서, 세금환급 (3) | 2022.07.20 |
블로그 떡상 (0) | 2022.07.19 |
주식회사) 나경투어 (1) | 2022.07.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