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9도 쯤 아침 버스를 타러 나갈 때
국룰
양말 두 켤레
기모 스타킹 안에 스포츠 양말을 신고
그 위에 기모 스타킹을 신으면
무쇠팔 무쇠다리 로케트 주우머억
목숨이 아깝거든 모두모두 비켜라
빰빰빰빰
마징가 다리로 출근을 하다가 아침에 알았다.
봄이 오는 지
얆은 가디건 입고 코트만 입었는데도
춥지 않았으니
겨울 지나 봄이 오는 것이야말로 '국룰'
겨울이 다 지나간건 아니지만
생전가야 감기 한 번 안걸리던 내가
이번 겨울에는 코로나도 걸려봤고
독감도 걸려서 생고생 아니 개고생을 했으니
기억하겠어 2022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종일
감기로 몸 전체를 전세내주고
아프고났더니 인간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감기로도 죽을수 있겠구나
깨달음을 얻었다.
가족이라는 증거로
나 다음에 승범이가 아프고
남편이 아프고
봉촌동으로 돌아간 둘째만 무사한것같으니
한솥밥 먹는 끈끈함이라는게 감기로 증명이 됐다.
전복죽으로 1차 전선이 무너졌으니
육개장을 끓일 수 밖에
딸기도 나왔겠다.
봄은 봄이다.
양지사다가 핏물빼서 육수내놓고
대파 데치고
언니네 텃밭에서 보내 준 삶은 고사리 넣고
숙주도 데쳐놓고
새송이도 데체놓고
고춧가루, 매실, 조선간장,마늘에 버무려서
숨죽인 다음, 양지 건져내서 함께 무쳐둔 다음
육수에 가만히 끓였다.
전복죽 끓일 때처럼
진득하게 기다리면 되는 육개장
딸기 두 개씩
육개장 한그릇
무짠지
각각 따로 차려서 남편이랑 승범이 나
밥동지들끼리 식사
내가 봐서는 진짜 환자같은 승범이는
정작 아프다 소리를 안하는데
남편은 입만 열었다하면 아프다 아퍼 목이 아파
하면서도, 육개장은 한 그릇 다 먹더니
'아아 안들어간다'
뭐가 안들어가냐 한그릇 다 먹었구만
감기가 오늘쯤 우리집에서 나가고 진짜 봄이
들어왔으면 하는 삼일절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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