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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감기 뚝

by 나경sam 2022.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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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9도 쯤 아침 버스를 타러 나갈 때

국룰

양말 두 켤레

기모 스타킹 안에 스포츠 양말을 신고

그 위에 기모 스타킹을 신으면

무쇠팔 무쇠다리 로케트 주우머억

목숨이 아깝거든 모두모두 비켜라

빰빰빰빰

마징가 다리로 출근을 하다가 아침에 알았다.

 

전투복장으로 출근했던 나

봄이 오는 지

얆은 가디건 입고 코트만 입었는데도

춥지 않았으니

겨울 지나 봄이 오는 것이야말로 '국룰'

 

겨울이 다 지나간건 아니지만

생전가야 감기 한 번 안걸리던 내가

이번 겨울에는 코로나도 걸려봤고

독감도 걸려서 생고생 아니 개고생을 했으니

기억하겠어 2022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종일

감기로 몸 전체를 전세내주고

아프고났더니 인간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감기로도 죽을수 있겠구나

깨달음을 얻었다.

 

가족이라는 증거로

나 다음에 승범이가 아프고

남편이 아프고

봉촌동으로 돌아간 둘째만 무사한것같으니

한솥밥 먹는 끈끈함이라는게 감기로 증명이 됐다.

 

전복죽으로 1차 전선이 무너졌으니

육개장을 끓일 수 밖에

 

딸기도 나왔겠다.

봄은 봄이다.

 

양지사다가 핏물빼서 육수내놓고

대파 데치고

언니네 텃밭에서 보내 준 삶은 고사리 넣고

숙주도 데쳐놓고

새송이도 데체놓고

고춧가루, 매실, 조선간장,마늘에 버무려서

숨죽인 다음, 양지 건져내서 함께 무쳐둔 다음

육수에 가만히 끓였다.

 

전복죽 끓일 때처럼

진득하게 기다리면 되는 육개장

 

딸기 두 개씩

육개장 한그릇

무짠지

각각 따로 차려서 남편이랑 승범이 나

밥동지들끼리 식사

 

내가 봐서는 진짜 환자같은 승범이는

정작 아프다 소리를 안하는데

남편은 입만 열었다하면 아프다 아퍼 목이 아파

하면서도, 육개장은 한 그릇 다 먹더니

'아아 안들어간다'

 

뭐가 안들어가냐 한그릇 다 먹었구만

 

감기가 오늘쯤 우리집에서 나가고 진짜 봄이

들어왔으면 하는 삼일절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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