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2차 접종까지 마친 8월
그리고 3년 썼던 핸드폰을 플립3로 바꾼 달
수민이는 전지훈련을 한 8월
남편은 공주에서 다시 다른 먼 곳으로 발령이 난 8월
은진이는 복학하기로 하고 앞으로 자기 계획을 발표한 8월
승범이는 하던 대로 자기 일을 하고 있는 8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전지훈련을 마치고 수민이가 왔다.
태백산까지 뛰어 올라가 태백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여태까지 한 두장이 아니다.
여름마다 태백으로 전지훈련을 갔고, 정상까지 뛰어서 올라가야 되는 게 육상부다.
이번에는 뛰다보니 멧돼지랑 함께 뛰고 있더라며, 같은 육상부 아이가 찍은 멧돼지의 뒷태를 보여주는데
이건 돼지가 아니라 동물원 탈출 하마가 분명한 뒷태였다.
대학교에서의 마지막 전지훈련을 마치고 집에 온 수민이는 뼈와 근육만 남은 몸으로 집에 왔다.
집에 온 수민이를 안는 순간,나는 알았다.
셋 중 가장 몸무게가 나가던 3.75Kg으로 태어나 비엔나 소시지같던 팔뚝을 자랑하던 우리 셋째
푹신푹신하던 아기였던 우리 수민이는 이제 세상을 향해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구나
이제 겨울 훈련부터는 실업팀 어딘가에 소속이 되어서 지금보다 더한 힘든 과정을 버텨야되는구나
가을 전국체전에 나가는 수민이가 체전비가 들어왔다면서 점심을 사주고 싶다고 우기고 또 우겨서
대게집
일요일 시세는 1Kg에 77,000원- 손이 떨려서 2.08Kg 두마리에 해물라면 한 개, 게딱지 볶음밥 두개
시켰더니, 우리 식구는 두 마리를 다 못 먹고 포장해왔으니 음식으로는 많이 먹는 가족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술로 끝장을 보는 집구석이었던 것이었다.-.-;;;
막내한테 이렇게 얻어 먹어도 되는거야
우리 엄마는 우리 수민이 운동장에서 뛰는 것도 못보는데(가슴 아프다고)
우리는 수민이가 운동해서 번 돈으로 한끼를 먹어서 없앴지만, 가끔은 자식이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것도
부모 노릇이다.
맛있게 먹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가 먹었던 음식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면
돈으로 돈 이상의 가치를 살 수 있는 것이니
고맙다, 수민아! 맛있는 점심이었어.
승범이 말 처럼 이주 연속 주말이면 열무로 돌려 막기했던 메뉴가 수민이 덕분에 뒤집기 한 판 성공한거다.
열무 국수, 열무 비빔밥의 메뉴에서 갑자기 대게라니
수민이는 긁지않은 복권이었었나봐
남편도 수민이 못지 않은 복권 노릇을 하고 다른 곳으로 짐을 꾸려 갔다.
금요일 오후 발령이 다시 먼 곳으로 발령이 났다.
주말부부라고 하면 남들은 나를 부러워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사는 일은 힘이 들 때도 있고 혼자서만 감당이 안되는 하루도 있고 남편하고 이야기가 아닌 대화를 하고 싶은
날도 있기 때문이다.
있던 곳의 짐을 챙겨서 돌아온 남편의 정리 가방은 단촐했지만 묵직했다.
왜냐고
![](https://t1.daumcdn.net/keditor/emoticon/friends1/large/014.gif)
아니 이런 깜찍한 남편 놈을 봤나
날아다니는 돈을 흰봉투에 꾹꾹 담아 두고 그걸 챙겨왔으나, 감춰둘려면 자기 주머니에 넣어 두었어야지
저걸 마카롱 담아주는 투명 비닐 봉투에 담아서
그것도 흰 봉투에 비상금이라고 친절하게 한글로 적어서 초등학교 1학년도 볼 수 있게 해서 가지고 오는 사람이
내 남편이다.
그것도 자기가 들고 집에 올라왔다면 안 들켰을까!
나한테 들고 가라고 가방째 주고 자기는 바로 약속 장소로 갔으니 허술하기가 웃음도 안나는 수준이라
![](https://t1.daumcdn.net/keditor/emoticon/niniz/large/043.gif)
잘쓰겠다. 남편, 고마워 짝짝짝
저 돈이 있어서 지난 주부터 그렇게 나한테 얼마면 돼를 외쳤던거였어
일주일도 안돼 드러날 남편의 계획이란 이런 거였다니
남편의 순도24K 허당에 한숨은 나지만, 돈 봉투만 보면 웃음이 나와
![](https://t1.daumcdn.net/keditor/emoticon/friends1/large/014.gif)
이거 절대로!!
주말 부부 연장으로 웃는게 아니라는 거 -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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