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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뭐 이미 왔고 서서히 뒷모습 보이면서 가는 가을의 한복판이다.
도시에서 가을을 알기란 쉽지 않아
아침에 일어나면 쌀쌀한 느낌으로
잘 때는 전기장판을 약하게 켜놓았을 때 기분이 좋은 정도로
가을을 알 수 있지만
조금만 밖으로 나가보면
사람들이 이계절을 왜 가을이라고 부르는지
온 몸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알게 된다.
제주도에 살 때는 가을이 온 걸
억새로 알았었다.
그전까지 갈대라고 알고 있던 걸 제주사람들은
억새라고 불렀었고
우리가 살던 소길리에 참 많이도 피어 있었다.
산책로에 늘어서 피어 있던 억새들은 우리 아이들보다 더 키가 컸었고
바람이 불면 한방향으로 휘어지면서
나무 보다 더 큰 소리를 냈던 것 같다.
지금은 아침에 운전하면서 가로수에 낙엽든걸 보고 가을이구나한다.
막내 딸을 데려다 주는 길
중앙 분리대 위에 심어진 가로수들이
계절 바뀐 티를 내느라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나한테만 얼어붙은것처럼 가지 않던 시간들이 흐르고 흘러 벌써 가을이다.
둘째가 "가"군의 학교만 시험을 보고 재수를 결정한게 올 1월 초였는데
그때는 나만 마흔 여덟시간을 사는 사람처럼
하루가 길었다.
저녁 잠도 잘오질 않아
새벽 두 세시까지는 정신이 깨어 있었고
낮도 길고 밤도 긴 시간을 보내는게 참 괴롭던 1월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괴로워도 즐거워도 죽을것만 같아도
시간은 간다.
살아보니 그게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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