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엄마가 가끔씩 말하는 요구르트와 환타에 대한 신세 한탄같은 말에 나는 엄마랑 어딜 가게 되면
꼭 환타를 사서 엄마 한 병, 나 한 병 마신다.
우리집의 가전제품은 텔레비젼- 냉장고 - 짤순이 - 세탁기의 순으로 영입되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집에 세탁기가 있는지 체크하는 항목도 있었던 거 보면 세탁기는 중요한 가전이긴 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다섯인 우리집을 생각해보면 우리집 가전제품은 위에 쓴 순서의 반대로 들어왔었어야 했지만
불행히도 세탁기가 가장 나중이었기 때문에 엄마는 내가 중학생일때까지 다섯명 빨래, 엄마 아버지까지 일곱의 빨래를
맨주먹 붉은피 혼신의 힘으로 빨아 입혔다.
주말이면 엄마가 빨래를 모아놓고 반나절은 빠는 걸 본 적도 있었지만
그런 엄마를 보면서도 한 번도 고생하는구나, 우리 엄마-.-
그런 효녀다운 생각은 어떻게 된 게 해 본 적이 없다.
망할놈의 지지배였나보다. 나는
힘든 빨래가 끝나면 요구르트 한 병이 그렇게 마시고 싶었고, 환타 한 병을 원샷으로 마시고 싶었는데
우리들 입을 생각하면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며 그래서 포기한 빨래 끝 요구르트 한 병과 환타 한 병이
엄마의 젊은 날의 베르테르같은 슬픔으로 남아 있다.
막상 우리들은 먹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크게 부족함없이 자란 편인데
엄마는 먹을 수 있어도 스스로 참고 드시지 않았다.
막내 남동생이 콜라를 좋아해서 박스째 콜라를 위로 쌓아가면서 우리 형제 다섯이서 마셨는데
막상 엄마를 위한 환타는 한 병도 없었던 우리집
그러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도 엄마한테 원망을 두고두고 듣고 있기는 하시지만
(아버지 돌아가신지 언젠데 아직까지 엄마가 아버지 욕하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아버지 엄마한테 욕 들을만했네)
엄마는 과자도 안좋아한다고, 우리가 과자 먹을 때 드시지도 않았다.
철들어서 안 게 아니라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알았다.
엄마가 좋아하지 않은 게 아니라, 우리 때문에 안드신걸 저절로 알게 될 수 있을 때 안 걸 보면
나 또 망할놈의 지지배맞네
(빨래건에 이어 망할놈의 지지배 아이템2 획득)
하지만 그래도 엄마랑 닮은데가 있는 걸 알게 됐다.
주말에 막내가 올라와서 갈치조림이 먹고 싶다길래 한마리에 삼만원짜리 갈치를 사다 조렸다.
삼만원짜리 갈치였으니 앞뒤로 퉁퉁한게 먹을 게 꽤 있었으니 애초에 다섯토막을 쳐달라고 했으면 됐을 걸
이미 게임 OVER
엄마가 요구르트, 환타 피처링으로 본인의 인생을 씹을 때
아마 나는 갈치로 피처링을 하고 있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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