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두 달 동안 오지 못했던 막내가 시합때문에 태백에 갔다가 구미로 돌아오자 마자
구미역으로 뛰다시피 가서 기차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집으로 왔다.
금요일 오후 시간이 그렇게 간당간당하면 쉬었다가 토요일 일찍 오라고 했어도 그런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어떻게 해서라도 집에 오겠다는 마음으로 결국 기차를 타고 금요일 저녁 늦게 집에 도착했다.
막내가 집에 올라오느라 계단에서부터 엄마를 엄망 이라고 부르면서 올라온다. 집에만 오면 혀가 자동으로 반으로 접어진다.
그래서 엄 소리는 들리지도 않고 망소리만 들린다.
"망 망 망 망"
망망망망 하고 올라와서는 덜썩 안는 걸로 집에 온 표시를 한다. 사람아니고 강아지다.
수민이는 우리집 강아지 맞다.
막내가 왔다고 큰 애는 자기 학교 앞에서 유명하다는 마카롱 집에서 뚱카롱을 사다 주고
칼로리 덩어리인 뚱카롱을 나도 한 개 덕분에 얻어 먹었다.
여행을 가는 딸이 비행기안에서 자기가 앉아 있는 좌석의 정면을 찍어서 보내면서 다녀온다고 인사를 하더니만
막내는 집에 오면서 자기가 앉은 기차의 좌석 정면을 찍어서 집에 가는 기차를 탔다고 알려줬다.
그래서 나는 기차안에서 찍은 사진과 비행기 안에서 찍은 비슷한 사진 두 장을 전송받았다.
한사람이 여행을 가니 한 사람이 들어왔다.
한 사람 잠깐 여행가고 한 사람 그사이에 잠깐 돌아오고 기본적인 숫자는 맞추는 집이다.
셋을 부지런한게 키울 때는 셋 중에 한 명이라도 어딜 갈 일이 있었을 때는 세명중에 한 명만 없어도 집이 텅 빈것같았었는데
이제는 셋이 모두 집에 있는 일이 드물어졌다.
오로지 집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은 남편 뿐이다.
집에 있는걸 취미로 여기는 사람이니 그저 눈에 좀 안보인다 싶으면 그때는 옥상에 올라가 있을 때 뿐이고
대부분은 거실에 있거나 방에 있거나다.
얼마전에는 술 취해서 혀가 반으로 접어져서 나에게 무서운 말을 했다.
"나는 악착같이 당신 옆에 붙어 있을거야"
교토에 있을 때 들었던 "마지못해 산다"의 후속편 되시겠다.
그래도 집에만 있는 것 같아도 가장 바쁜게 남편이다.
일요일 아침이면 성당으로 아들을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오고
(자기는 신자도 아닌데 성당을 가장 많이 왕복한다고 늘 불평이다)
막내가 다시 구미에 가니까 수원역에도 데려다 줘야 되고 도서관 카페에 오면서 지갑도 없이 온 나 때문에
돈도 가지고 와야 되고 심부름센터 직원처럼 아주 바쁘다.
태백으로 시합을 나갔지만 다리가 아픈게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시합을 쉰 막내가 너무 속 상해했었다.
하지만 운동을 올 해만 하고 그만 둘 건 아니니까 좀 길게 보고 우선 회복에 전념하라고 해줬지만
아이들의 시간은 늘 조급하고
어른들은 늘 기다리라고 시간은 길다고 말한다.
마음이 불편했던 막내지만 집에 와서 이틀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진짜 뒹굴거리면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강아지처럼 있다가 갔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집에서 이틀을 보내서 마음이 좀 풀렸다고 했다.
인천ICN~후쿠오카FUK
- 출발일07.16(화) 도착일07.19(금)
- 좌석등급일반석 운항종류 왕복 진에어
총 결제금액(항공요금+유류할증료+제세공과금 포함)
137,900원 총인원 1명
여보 안심해 "왕복이야"
일단 시험끝나면 확 갔다가 다시 확 돌아올 여정이 있으니 그때까지는 최소한 열심히 공부할 이유가 한개는 생겼으니
간바랴냐까^^
막내는 일요일 저녁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갔고 아들은 부산 연주를 위해서 오케스트라 연습에 들어갔고
딸은 쾰른에서 유학중인 남자 사람 친구를 만나서 쾰른 대 성당 앞에서 찍은 사진을 남자 사람 친구의 엄마로 부터 전송받았다.
밥을 진짜 열심히 차려주고 있고 공부는 살짝 바람빠진 풍선처럼 하고 있지만
이런 날은 이런 날대로 의미가 있다고 그냥 되는대로 갖다 붙이고 마음 편히 지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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