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3월 19일 저녁에 들어왔을 때 만 해도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할 줄 알았는데
줸장- 이제 일상으로 완전히 복귀해서 공부를 하려면 집안일을 그만 두고 절에 들어가든지 해 야 할 판이다.
시험이 한 달도 남지 안았는데도 날마다 날마다 새로운 일들이 발목을 붙들어
그래도 집중하고 하면 못할것도 없으련만 집중력은 안드로메다로 날라가버렸다.
지난주와 이번주까지는 초등학교의 방과후 교실에 대체 강사로 5일을 일 했다.
하루에 네 시간 일하는 그렇게 노동력이 필요한 일이 아님에도 첫 날은 네 시간 일하고 집에 와서 세 시간을 그대로 자버렸다.
초등학교 1학년들이 있는 돌봄 교실이었다.
특기적성 수업중에 "보드게임"이 있었는데 보드게임 선생님이 오늘 보드 게임의 제목은
"누가 똥 쌌어" 예요
어째 제목부터 불길하다 싶었다.
선생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애들이 아니 어떤 남자애가(실명을 밝힐 수 없다-.-)
변태가 똥쌌어요 라고 대답을 아주 크게 했다. 짱구같은 녀석이었다.
보드게임 선생님이 주의를 주면서 다시 수업을 진행하셨다.
보드게임 선생님은 역시 프로 - 흔들리지 않고 수업 개시 하지만 선생님이 다시
"누가 똥 쌌어" 게임 진행을 알려 줄게요 라고 말하자 아까 "변태"라고 대답했던 내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애가 다시 대답을 했다.
"옆집 아줌마가 쌌어요"
보드게임 선생님 머리 위로 뿜어져 나오는 김을 본 것도 같고 안 본것도 같고 내 자식도 어렵고 남의 집 자식은 더 어렵고
5일 동안 5시에 끝나서 집에 오면 세상에서 일은 나 혼자 하고 온 것처럼 무조건 누웠다.
교토에 있는 동안 했던 빵집 알바는 거의 노동에 가까웠을 만큼 체력소모가 심했었어도
집에 돌아오면 곧 바로 공부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간식까지 싸서 학교까지 이십분 넘게 걸어다녔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일같지도 않은 일을 하고는 집에 와서 그대로 뻗어버리다니
그리고 하루는 집에 곧바로 오지도 못하고 딸네 학교 연주회를 갔다.
2학년이지만 전공 악기가 클라리넷이라서 3,4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서도 연주가 가능하다.
지휘는 임헌정 교수
임헌정 교수의 지휘를 보고 싶었고 연주가 끝난 딸의 악기 가방을 남편이 들고 오는 것도 연주회에 간 목적이라면 목적이었다.
우리가 가방을 들고 와 줘야 뒷풀이에 간 딸이 술을 편하게 마실 수 있으니까-.-
3,4 오케스트라답게 연주곡이 대곡이었다.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니체의 장대한 철학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큰 감명을 받은 뒤로 이 작품에 기초한 교향시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도입부에 나오는 타악기의 울림이 나는 너무 좋았다.
만약에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어떤 악기를 하고 싶으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나는 타악기를 하고 싶다.
멜로디를 담당하는 파트는 아니지만 어딘가에서는 꼭 나와야 되는 그래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저 타악기 주자의 모습이 나는 좋다.
팀파니와 트라이앵글을 오가며 지휘자를 바라보는 타악기 주자의 긴장감이 멋지다.
도입부분 소리가 너무 커서 물론 우리 딸은 "귀가 찢어지는 줄 알았다"고 했지만
긴장감 넘치는 그 모든 소리가 지나가고 흘러나오는 베이스 클라리넷의 따뜻한 소리는 바로 딸이 부는 베이스 클라리넷 소리
(귀에 축복이 있는 자는 들릴 것이다)
지난주에 이틀 이번주에 삼일을 일하고 나오면서 마지막 날에 그동안 잠시 얼굴을 익혔던 행정실 직원에게
"퇴직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더니 나를 보고 낄낄댔고
유치원 선생님들은 "퇴직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나에게 "또 보자"고 헸다.
또 볼일이 없을 것 같아도 언제 어디서 또 봐질 지 모르는게 인간 관계다.
그래서 "또 보자는 "그 인삿말이 그렇게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은 들리지 않았다.
이번주에 했던 일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일은 자전거를 산 거다.
교토에서부터 사고 싶었던 자전거였지만 내가 살 던 맨션에는 자전거 주차장이 없었다.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애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그때 못 산 자전거를 엊그제 주문하고 오늘 받았다.
새로 산 자전거를 가족 단톡방에 올려놨더니
남편이 "당신 처럼 예쁜 자전거네"
그랬더니 그걸 보고 우리 막내가 "아빠 엄마한테 뭐 잘못했어?"
민트와 분홍 사이에서 잠시 고민하고 민트를 골랐었는데 민트로 하길 잘했다.
나 이제 자전거도 있는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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