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뚱범이 니가 어딘가에 점으로 쳐박혀서 연주해도 에미는 안다"
백혜선씨가 아무리 유명한 피아니스트라고 해도 우리 부부는 백혜선씨를 보고 있지 않았다.
아들이 앉아 있던 뒷 열의 바이올린 파트만을 보느라 초 집중
객원으로 참여한 강릉시향 정기 연주회
집에서는 그냥 그런 아들이지만 무대에 앉아서 연주를 할 때는 참 멋진 바이얼리니스트이며
우리 성당 할매들한테는 방탄 소년단보다 인기있다. (이것은 msg)
블로그를 하는 이유중에는 아이들도 있다.
승범이와 은진이의 연주를 기록해두고 수민이의 시합을 기억해 두고 싶다.
기억해두지 않으면 연기처럼 날라가는 것들이 아까워서
나 혼자만 알고 있지 않고 좀 더 주변 사람들과 유익한 정보를 나누고 싶어서
가끔은 눈물나게 힘든 날
내가 쓴 일기를 보면서 내가 나한테 위로를 받고 싶어서 시작했던 블로그였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블로그 시작한 지도 시간이 제법 지났다.
공개적인 일기와 같은 거라 가끔은 나의 사생활이 너무 드러나는 것 같아 망설여질 때도 있지만
기록으로 남겨두고 나중에 나중에라도 아이들이 꺼내서 볼 수 있도록 정리해두고 싶은 것들이 많이 생겨난다.
4월에 있었던 "강릉 시향"의 정기 연주회도 그 중에 하나다.
강릉시향에서 악보를 담은 누런 봉투를 우리 승범이 이름으로 우리 집에 보냈을 때 부터 가슴이 설렜었고
강릉까지 남편이랑 가면서도 피곤한 줄 도 몰랐었다.
우리 승범이
뒷 줄에 콕 박혀서 연주하고 있는 머리만 봐도 저게 우리 아들인것을 안다.
제주도의 소길리에서 애월 납읍까지 비포장 산길과 산 속 도로를 30분 운전해서 태우고 다니면서 시작했던 바이올린 렛슨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지금은 벌써 대학교 4학년이 되고
시향의 객원 단원으로 연주도 나가게 되었고
어제는 1학기 실기 시험 마치고 금요일 오후에 털레털레 집에 와서 밥 먹고는 졸업 연주 곡 연습하러 가야 된다고
연습실에 가는 걸 보니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구나 싶었다.
백혜선씨가 카리스마 뿜뿜 뿜어대면서 당당하게 무대로 나오는 순간
연주자들이 일어설 때 우리 승범이의 얼굴이 잠깐 보인다.
아르테 티비에서 백혜선씨 협연 강릉 시향 정기 연주회를 보여주고 있었다.
자기 얼굴을 보겠다고 회원가입을 해서 아들의 아이디로 로그인 해서 집에 온 승범이와 나는
백혜선씨 등장 부분에 잠깐 보이는 승범이의 얼굴을 두 번 쯤 앞으로 돌려서 보면서 우리는 함께 웃었다.
아무리 훌륭한 연주자가 협연을 해도 부모 눈에는 뒷 줄 중간 쯤에 콕 박혀 있는 자기 아이 모습만이 보일 뿐이다.
그리고 아마 아이들은 모를 것이다.
어디에 있어도 엄마들은 자기들을 알아본다는 것을
얘네들이 나만큼 나이 먹을 떄 쯤에야 알 수 있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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