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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3년"

by 나경sam 2017.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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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난지 3년 딱 3년이 지났다.

응급실 가신지 딱 이주만에 돌아가셔서 아프신 부모님이 계시는 고생이 뭔지도 모르고

아버지를 보내드렸다.

그것조차 아버지가 우리들에게 주신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가시고 첫 해

아버지 제사를 지낼 때는 설움에 복받쳐 제사상 위에 있는 아버지 사진조차

볼 용기가 나지 않았었는데


이년 지나 삼년 째인 올 해는 동생과 함께 상차림을 하면서 시덥지 않은 농담으로 웃기도 하고

이제는 목소리 컸던 우리 아버지 안계신다는것이 받아들여진다.


항상 문을 쾅하고 닫고 다닌 다고 엄마가 잔소리를 많이 하셨는데

작년과 올 해 제사 지내는 중간에

아버지 오시라고 열어놓은 현관문이 중간에 바람때문인지 큰소리로 닫혀서

아버지는 아직도 큰소리로 문을 닫고 다니는구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올 해는 입시를 끝낸 둘째와 셋째까지 데리고 갔더니

좁은 군산 친정집 거실이 가득했다.

할아버지 편찮으셨을 때 병원에서 아이들이랑 아버지를 위해서 기도하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린것이 아버지와 마지막이었고

아버지 가시는 길에도 뵙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중환자실에 계시는 아버지를 보고 눈이 많이 오던 12월의 일요일

군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오던 밤

아버지 병원에 계신 이후로 처음으로 마음이 이상하게 편한 날이었었다.


그날 새벽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아마 자식 마음 편하게 해주고 가신것 같다.


우리집 제사는 남동생이 그동안 있었던 집안의 대소사를 편지에 써서

마지막에 읽어 드리고 끝을 맺는다.

우리집만 이렇게 하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우리집은 하여간 아버지에게

시시콜콜 이야기를 들려드린다.


이번 편지에는

엄마 모시고 장가계 다녀올거고 조카들이 수영승급 심사 합격해서 누나가 기뻐하고

우리집 둘째 합격 소식도 알려드리고

다섯 집 대소사가 시시콜콜 들어간다.


딸 넷에 아들 하나여서

어려서부터 우리들을 언니라고 부르던 우리 막내가

이제는 엄마의 든든한 아들 노릇을 한다.

앞머리를 묶고 원피스를 입혀놓아도 우리가 시키는대로 하던 순둥이가

아들 셋을 낳고 아버지만큼 목소리 큰 아버지가 되었다.


다큐멘터리같은 깨알 보고에 울다가 웃다가 그러다가 제사를 마친다.

내년에 차례지낼때는 내가 일본 가는 이야기가 들어갈 것이고

아이들이 입학하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다섯집 아이들이 커나가는 이야기가 다 들어가니 앞으로도 아버지는 들어야 될 이야기가 끝이 없다.



제사상위에 아버지 좋아하시던 노란색 커피믹스 한잔을 올려 드렸다.

나는 아버지 돌아가신 후 그 커피를 딱 끊는 걸로 의리 아닌 의리를 지켰고

남편조차 내 눈치를 보느라 집에서는 믹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가끔 아버지 목소리가 그리울 때가 있다.

나를 부르실 때

"우리 큰 딸" 이라고 꼭 하셨던 내 아버지

큰 딸이라는 단어에 많은 무게감을 주셨지만 짊어진 무게만큼의 역할도 못한

가벼운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아버지 돌아가신후 마음이 더 아팠다.


이제와서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커피 마시지 않는다고

누가 알아주고 아버지가 꼭 그걸 좋아하실까 그런 생각도 들지만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부딪히고 갈등도 있었지만 돌아가시고 나니

지금은 그 아버지가 내 아버지여서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섯 키우느라 엄마도 고생이었지만 아버지 또한 삶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을텐데

결혼하고 자식 낳으니 부모 마음을 아는게 아니라

세 아이들이 점점 커나갈수록

우리 부모님 힘들었을거라는 게 한해 한해 새로웠다.


제사지낼 때 아직도 우리 막내 여동생은 울고 있고 나는 울지 않았다.

작년까지는 눈물이 났는데 내 자식 일에 진을 빼서 그랬는지 눈물이 나지 않았다.

부모 일이 슬퍼도 자식일만큼은 아니라는게 뭔지도 알것같다.


아버지는 한해 한해 우리와 물리적인 시간은 멀어져가겠지만

아버지께 드리는 마지막 커피 한잔의 향이 좋은것처럼

우리 마음에 계시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드려야지 싶다.

그러기까지 3년이 걸렸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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