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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한해의 정리"

by 나경sam 2017.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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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정리"


아직 한 달은 남아있어서 이제부터 일년 정리를 하는 모임들이 쭈욱 이어지겠지만    

좀 이른 일년 정리를 하는 의미에서 가족 여행을 당진으로 일박이일 다녀왔다.




당진 파인스톤 CC

금요일 이른 오후라서 차도 안막히고 여행가기에는 딱 좋은 도로 상태

수원에서 한 시간쯤 가니 논 한가운데 나타난 파인스톤 CC



하룻밤 자고 올 숙소치고는 너무 넓은 54평형이었지만

평소에 좁은 집에 살던 우리 가족은 잠시나마 공간의 압박에서 벗어나

하룻밤 부귀영화를 누리기로 했다.

타운하우스같은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큰 아이가

"이런게 집이지" 그런다

마치 "이게 나라다" 와 같은 외침과 같은 표현으로 들어도 될 듯 -.-;;;



잠시 "꽃보다 남자" 금잔디와 구준표 흉내를 내며 놀다가

일년을 마무리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장윤정이만 행사의 여왕이 아니다

우리집 행사의 여왕은 바로 나


먼저 "세족식"을 진행

아이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세족식"이었던지라 당황해하긴 했지만

큰아이부터 순서대로 진행

남편과 내가 큰아이 발을 씻겨주면서 미안했던 마음과 고마웠던 마음을 표현하고 발을 닦아주었다.

부모는 왜 그렇게 미안한게 많은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큰애를 키우면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부모의 역할에 자리를 잡아갔던 미안함과

그런 과정에서 아이가 받았을 상처들이 늘 큰애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한다.

초등학교 일학년 때 받아쓰기 급수시험이 뭐라고 그걸 백점 맞게 연습을 시켰던 일까지 사과를 하고

마무리


둘째는 둘째대로 가운데 낀 아이라서 신경을 제대로 못 써준것같은 미안함이 커서

사과를 하게 되고 재수가 삼수 안되게 확 끊어준데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막내는 막내대로 알아서 커줬고

대학을 결정할 때 고집부리지 않고 부모의 의견에 따라준데 대한 고마운 마음을 이야기했다.


아이들의 발을 닦아주는 일은 어렸을 때 이후로 처음이어서 자식이라고해도 떨리는 마음이 들었지만

가족이라면 한 번은 해도 괜찮을 일이었다.


아이들의 발을 닦아준후 아이들이 우리발을 닦아주는 일은 원래 프로그램에 없었지만

아이들이 해준다고 해서 발을 내주었고

세 명의 아이들이 남편의 세족식을 해주었다.

막내가 19년동안 살면서 아빠 발을 처음 닦아 드린다면서

엄마 아빠는 우리들한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미 충분히 좋은 엄마 아빠인데 뭐가 미안하냐고 의젓하게 말할때

내가 얘네들을 잘 키웠구나 싶어 마음이 쫌 울컥했고

내 발을 셋이서 닦아주면서 둘째가 그동안 힘들었던게 생각나는지

갑자기 울어버려서 내 마음이 짠했다.


고3이었을 때는 이 집에 저와 나 뿐이었고

재수하면서는 힘들때나 좋을 때도 감정의 교류가 엄마와 제일 많았기 때문에 아마도

내 발을 닦아주면서 둘째의 마음이 어땠을지가 나도 짐작이 갔다.


아이들의 보드라운 손이 내 발을 닦아줄 때

나는 얘네들의 엄마로서 부끄럽지 않게 잘살아야겠다 생각했다.

세족식후에는 우리집에서 늘 하는 전통의 퀴즈대회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데리고 가면 이런저런 퀴즈를 많이 내고

한문제당 천원씩 상금을 지급하는게 우리집 여행의 재미


문제는 그때그때 달라지는데

주로 내가 내는 문제는 친척들의 이름

겨우 할머니 할아버지 성함 정도만 아이들이 알지 실제로는 작은 아빠 성함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시작했던 퀴즈인데

몇 년에 한 번씩 해도 아이들은 잘 모르고 몇번의 고침을 거쳐 제대로 이름을 말하곤 했었다.

양가 가족의 배우자 이름으로만 문제를 내도 이십 문제가 넘으니

돈이 달려 있는 이 퀴즈 대회에 죽기살기로 덤벼 퀴즈대회를 했고

상금은 한 문제당 천원씩 정산받고 중간중간 난이도 상에 해당하는 문제는 만원씩 끼워넣어서

용돈도 챙겨 주고

저녁 행사 마무리


다섯명이서 제대로 갔던 가족 여행은 큰아이 고3 올라가면서 갔던 제주도 여행이 마지막이었었다.

이후로는 다섯이 다 함께 가지 못하고 둘이 가든지 셋이 가든지 넷이 가든지

그때그때 시간이 되는 구성원들끼리 갔던 여행이 전부


다섯명이 짧게라도 함께 간 것은 오 육년만에 처음이었다.



54평형을 떠나 다시 작은 우리집으로 돌아오면서

아 작아도 우리집이 좋다

아이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진짜 우리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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