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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겨울밤"

by 나경sam 2017.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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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겨울밤에 뭘 하고 지냈었나

애들이 셋이지만 함께 모여 거실에서 티비를 보거나 이야기를 했던 흔한 일상이 사라진지 오래됬다.

각자 일이 바빠 늘 늦게 들어오거나

일찍 들어오는 편에 속하는 막내는

힘든 운동후에 돌아오는 터라 집에 오면 씻고 밥먹고

침실을 입원실처럼 바로 환자로 변해 입원들어가고 곧바로 스마트폰과 가족이 되버리니

작은 거실 쇼파는 남편과 내가 차지하고

티비도 채널을 다툴일이 없다.


너무 시끄러웠던 우리집이었는데

그래서 내가 매일 밤마다 떠든 사람 이름 적는다고 선생님 놀이를 했던 집이었는데

소음은 사라지고 가끔 적막만 남은 집

남편과 열심히 하루 일을 주고 받지만 어떨때는 그 또한 하기 싫어지기도 하니

나중에 둘이 남으면 잘 사는 연구를 할 일도 지금의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둘째가 그나마 수시로 끝내 준 요즘은 둘째가 거실에 나와 빈둥거리는 일이 많아져서





어젯밤에 갑자기 뜨개질의 접신이 들린 둘째가

초등학교때 떠줬던 목도리를 꺼내 실을 푼다.


다시 실을 풀러 그걸로 요즘 유행하는 "귀돌이"를 뜰거라고 유튜브를 열심히 보더니

의욕에 차서 아빠와 제법 떨어져서 실을 서로 당기다가

얼킨 부분에서 공동경비구역에서 만나 다시 실을 푸르고

또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둘이 하는 짓이 모처럼 귀엽다.


나는 얽힌 실을 푸는 일은 참을성이 없어서 잘못하는데

나랑 사는 동안 남편은 참을성만 늘었는지

실을 아주 잘 풀러서

둘째한테 칭찬을 듬뿍 받고 잠이 들었고

둘째는 유튜브를 보면서 귀돌이를 뜨다가

내 손은 똥손이라며 실을 던지고 잠이 들었다.


둘이 하는 짓이 너무 닮은 겨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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