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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안단테"

by 나경sam 2017.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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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테"


가을지나 겨울이 되면서

우리집 남천(南天) 나무는 열매가 빨갛게 들었다.




이 집으로 이사오면서 화원하는 동생이 심어준 나무다.

중국에서는 이사하는 집에 남천을 심으면 집안의 나쁜 일을 몰아내고 부를 준다고 하던데

어쨌거나 남천 나무는 일년 반 사이에 키가 삼심센티는 더 웃자랐고

첫 해에는 열매가 안열리더니 해거름을 하고 두 해째에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를 맺고 겨울 들어가면서 저렇게 빨갛게 색이 들었다.


빨간 열매가 줄줄이 달린 나무가 부를 준다고 하는데 실제로 우리집으로 돈이 들어오든 아니든간에

저 나무에 빨간 열매가 익는걸 보는 일은 소소한 즐거움이긴 했다.


손바닥만한 화단이라도 가지고 있게 되면서는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계절은 훅 치고 들어온다.

무성했던 자주 달개비가 하룻밤 추웠다고 냉해를 입고 수명이 다해 축 늘어졌을 때

식물이라고 해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 죄송하기까지 했으니

일단 주택에 사는 일은 부지런함이 필수라는 걸 이렇게 알아가는 중이다.




저 고구마를 병에 담궈놓고 한 달도 더 지났을 것이다.

크고 투박한 고구마에서 싹이 났다.

생김새가 너무 투박해서 그냥 물에 담궈놓고 저게 과연 싹이 날까 했는데

참고 기다리면 싹이 난다는걸 고구마가 가르쳐주었다.


토요일이 오긴 왔다.

주말에도 하던 일을 일을 처음으로 쉬게 된 토요일이고

딸의 입시도 금요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려서 토요일에 한가롭게 노는 나나 딸이나 서로 낯설지만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다.

쇼핑을 좀 하고 카페에서 앉아 있는 저 한가함이라니

딸은 저런 사진을 "감성사진"이라 부른다면서 낄낄댔고

잠시 쉬다가 탈색약을 사러 나갔다.


머리를 탈색하고 아마도 회색 머리 쯤으로 돌아다니고 있는 딸을 보게 될 일이 멀지 않았다.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일들이

하나 둘 정리가 되고


뭐든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것 처럼

나도 올 한해를 용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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