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토요일에 김장을 해서 엄마가 김장을 보내왔다.
나는 가지 못하고 옆에 사는 동생이 우리 김치통을 가지고 가서 갖다 주었다.
자식이 다섯이라 엄마의 김치는 몇포기한다는 기준이 없이 거의 김치공장 수준으로 버무려서
다섯 자식 나눠주고 막내 여동생의 서울 사시는 시어머니한테까지 엄마의 김치는 올라간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나는 김치를 할 기회도 없었고 만들 생각도 못한게
엄마는 먹던 김치가 떨어지기 전이면 마치 우리집에 와서 사는 사람처럼
냉장고 파악 다 하고 김치담아 보내고 마른 반찬까지 다 만들어서 보내주셨다.
엄마의 택배를 받아보면 정리해서 넣는 것도 품이 들만큼 종류가 많아서
이만큼씩 먹지 않는다고 이제 그만 보내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고사리나물,찰밥,멸치볶음,건새우볶음,돌게무침,청국장,곶감이 엄마의 김장에 부록으로 딸려왔다.
한쪽 구석에 대파 한단과 아직 날짜가 짱짱한 두부 한 모가 박혀 있었고
엄마의 택배는 늘 빈틈이 없었다.
우리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도 외할머니 택배를 받으면 아직 말도 잘 못할 때였는데도
외할머니 택배를 알아보았다.
김치를 보낸다고 해서 받으면 김치말고도 딸려 나오는게 골고루였다.
엄마 냉장고의 반을 덜어주는 것처럼 이것저것 나오고 또나오고 요술상자같아서
아이들이 택배상자 여는 옆에 앉아 있다가 할머니 택배상자에서
꼭 나오게 되는 자기들 먹을거리를 꼭 챙기곤했다.
엄마는 딸들 김치통이 바뀌지 않게 이름을 뚜껑위에 써서 김치를 담아 주시는데
내 동생 김치통위에는 조카이름을 쓰신다.
성까지 야무지게 붙여서 박정진이라고 쓰고
내것은 꼭 "나경" 또는 "고나경"이라고 써서 보낸다.
한번은 엄마가 일반 택배를 보냈을 때 택배 안의 반찬통들 뚜껑위에 노란 포스트잇을 붙여"나경이라고
쓴 게 너무 귀여워서 버리지 않고 냉장고에 붙여 놓았던 적도 있다.
포스트잇이 세개 붙여 있었는데 한개는 "내경" 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나경" 이라고 쓴 게 보여서
웃으면서 물어보니까
바쁘니까 글씨도 안써져서 내경" 이라고 썼다가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썼다면서 웃으셨다.
택배를 보낼 때는 나한테만 보내는게 아니라 수원에 두개 인천에 한 개 부산에 한개를 보내시기 때문에
엄마는 택배 보내는 날이면 바쁘고 각 집으로 가야 될 통이 바뀌지 않도록 써서 보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는거다.
통 좀 바뀌면 어떨까만 그것도 엄마 성격이다.
아빠가 살아계실때는 무거운 것도 아빠가 다 들고 택배도 아빠가 보냈기 때문에 엄마가 할 일은
보낼 걸 야무지게 싸기만 하면 되셨는데 이제는 보내는 일까지 해야 해서 그것도 힘이 드는 일이라
그만 보내고 알아서 먹겠다고 해도
이모집서 감자 캐면 보내고 고구마도 한박스씩 사서 보내주시고 양파까지도 사서 보낸다.
수원은 비싸다는게 엄마의 확고한 생각이라 피곤하지만 받아야 엄마 마음이 편해서 어쩔수 없다.
성당 다녀와서 엄마가 동생 편에 보낸 김장 김치와 찰밥으로 점심을 먹고
아랫집 도배까지 거의 마쳤더니 하루가 후딱 지나갔다.
아이들 일로 바빴던 시월 십일월에 비하면
평화롭다.
"평화로운 일요일"
내게 강같은 평화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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