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끊은지 일주일,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그냥 좀 안 마셔볼까 했던게 일주일 지났고
중간에 한 번이라도 마시고 싶거나 하지 않아서 그냥 둔 게 일주일 채운거다.
담배 끊는 자는 은단을 한주먹씩 먹는지 어쩌는지는 모르겠고 대신 나도 뭔가 마실거리를
찾아서 커피 대신 마시긴 했다.
한옥마을 남창당 쌍화탕을 점심에 마셨으니 그걸로 대체 음료가 되었는지 커피는 생각나지 않았고
밤에 잠 드는 일도 수월한 편이었다. 새벽에 깨는 거야 어쩔 수 없이 갱년기 증상이라 쳐도 일단 잠드는게
편해졌다.
고 3때 공부한다고 가끔 마시던게 커피 한 잔이 시작이었고, 대학교 때는 100원만 넣으면 나오던 인문대 자판기에서
한 두잔씩 호로록, 그게 오십대 초반까지 이어질 줄 몰랐네.
아마 남자들 담배도 그럴 것이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커피 믹스 끊은 건 그 정도 의리는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싶어서였지만 한 잔이라도 안마시면 못살것 같은 믹스커피도 마시지 않아도 죽지 않았다.
2014년 12월 16일, 아버지도 커피믹스도 내 인생에서 사라진 날이다.
주택에서 사는 일은 고달프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졌고 주택살이 9년차에 적당히 단련이 됐지만 그래도 힘든 날이 있다.
어제가 그랬다. 승범이 방에 수납을 위해서 달았던 상부장이 점점 내려왔고 위험해서 떼어냈더니
뒷 편에는 결로로 인한 곰팡이들이 살 판 나있었다. 곰팡이랑 그동안 친구하고 지냈었구나.
아랫집은 보일러가 작동 안되다고 하고, 어쩌겠어, 다시 새걸로 교체해줘야지. 나경하우스 어제 수난의 날이었다.
1시에 시작된 보일러 교체 작업은 5시가 넘어서 끝났다.
우리집에 이상만 생기면 와서 고쳐주시는 성당 형제님이 보일러 교체하고 큰 애 방 상부장 떼어내고
그걸 버리기 아까우니가 주방에 상부장으로 다시 달고 그러느라 집은 이사하던 날 보다 더 난리가 났다.

옷은 다 밖으로 나오고 곰팡이 잔칫집 자리에 있던 상부장 세 칸은 주방에 두 칸으로 옮겨졌다.
저 때 쯤 내 영혼은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실실 웃음만 났으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래, 지나가긴 갔다. 다섯 시간 후에 말이지.

아직도 큰 애 방 방수 공사와 도배등이 나한테 남아있는 숙제고 오늘 방수액을 주문했으니
쉬엄쉬엄 싸드락 싸드락 방수공사하고 도배한 다음, 패대기쳐져 있던 옷들을 정리해주면 끝난다.
내일부터 내 영혼은 오늘보다 더 탈출 할 예정이다.
그래서 밤에 작정하고 미리 미치기로 했다.
요즘 인스타에서 핫한 쫄라맨 야광봉을 샀거든요. 그게 뭐냐면?
바로 이겁니다. 우하하하하
내가 이 춤을 췄을 때, 창원에서 1박 2일로 오페라 연주하고 온 승범이도, 낮에 어이없이 길에서 벌에 쏘여 울 뻔 했던
은진이도, 시합 끝내고 힘든 몸으로 집으로 온 막내도 미친듯이 웃었다.
한사람 안 웃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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