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면 좋은 점이 있다.
작년 추석에 내가 뭘 했는지, 뭘 먹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알 수있다.
작년 추석에는 남편과 당일로 시댁 친정들렀다가
관사에서 하루 자고 베티성지를 가서 미사를 드렸다.
거기서 처음 뵙는 수녀님이 부탁해서 보편지향기도문을
읽고 미사 전례에 얼떨결에 참여했었다.
생각한대로, 계획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 즐겁기도 하고
내일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베티성지 위에 있던 밥집에서 점심을 먹고
연못에 피어있던 연잎을 마음껏 잘라와서
연잎밥을 해먹은것까지는 좋았지만
욕심껏 잘라 온 연잎은 결국 다 해먹지도 못하고 버렸다.
계획한대로 되지 않는 게 어디 연잎밥뿐이더냐
욕심을 부리지 말 것!!
알고도 안되는 거지만 작년 연잎밥 사진을 보면서
다 해먹을 수 있을 것처럼 따왔다가
결국 버렸던 연잎이 생각났고 그것또한 추석이 준 선물이려니
이번 추석은 길이 참 말도 안되게 수원부터 막혔고
시댁들어가기 전 점심을 먹고 들어간 몇 안되는 추석이었다.
다리 허리 안아프신 곳이 없으신 시어머니가
큰 댁으로 제사를 지내러 가지 않은 추석이었고
큰 집 제사에 작은 집인 우리 시댁에서 제사 음식을 해 간
첫 추석이기도 했다.
물론 나는 동태전하나 부치지 않고 막내동서와 조카가
한숨을 누군가에게 팔아도 될 만큼 쉬어가면서 부쳤을
전과 나물들이 큰집 제사상에 올라갔다.
여전히 시아버지는 제사상앞에서 여기다 놔라 저기다 놔라
잔소리가 끝이 없으셨고
어떤 대화의 흐름으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버님이 갑자기
나랑 니 엄마랑은 싸우지도 않고 살았다.
나야 물론 두 분이 싸우시는거 본 적은 없지만
그 소리를 듣고 섭섭씨가 말도 안되는 소리 들은 것처럼
하마터면 우리 시아버지 섭섭씨한테 고소당할 뻔
거짓말 하신 걸로^^
안싸우고 사는 부부가 있을까
식사준비만 하더라도
시아버지가 장을 봐다 주시면
어머니가 간신히 한끼해서 두분이 드시는
협업의 형태가 되었기때문에
요즘처럼 두 분이 사이좋을 때도 없을 테지만
(사이가 틀어지면 두 분 다 밥 한끼 드시기가 힘들게 됐다)
그래도 그렇지^^;;;
요즘 그러신 걸, 평생 안싸우고 사신 것처럼
아버님은 착각을 하신다.
아버님, 그러다가 자식들한테 고소당하십니다.
시아버지에게 블로그를 추천하고 싶다.
친정가서는 옥상에서 민화투 한 판
엄마, 제부,나, 섭섭
판을 빠삭하게 알고 있는 엄마가
막치는 나보다 더 잘붙는다는 보장이 없는게
화투판의 진리다.
청단에 구사까지 한 판 크게 먹은 나의 화투에
엄마가 한소리했다.
저녁 잘 멕여놨더니 이렇게 내걸 다 가져가냐
승부의 세계는 너무너무 냉정해
모녀간도 소용없는 화투 한 판이다.
별 재미는 없었다.
그냥 엄마가 치고 싶어하니까 옥상에서 친 거지
어렸을 때 옥상은 우리 놀이터였다.
옥상 네 귀퉁이를 옮겨가면서 형제끼리 찍은 사진이 많이 있다.
다섯이나 되니
어딜 나가지 않아도 집이 놀이터였다.
둘둘이 편먹고 연필 뒤를 반으로 쪼개서
윷놀이에 빠졌던 어느 해에는
하여간 밥만 먹고 나면 내 밑으로 넷이나 되는 동생들은
윷놀이에 미쳐서 달력 뒤에 말판을 그리고
죽기살기로 윷놀이를 했다.
그때 진짜 누구 하나 죽을 정도로 그 애들은 윷놀이를 했다.
가끔 나도 했지만 중학생이 되었을 때라
유치해보이는 윷놀이 게임에서 빠졌는데
이긴 팀은 진 팀에게 별명부르면서 골려주는 걸로 벌칙을 했었다.
자기들끼리 규칙도 있어서
한사람당 부를 수 있는 별명을 일곱글자로 한다든지하는 걸로
정해놓고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을 진지하게 쳐다보고 말하는 거다.
피부가 검은 편이었던 셋째 여동생이 졌다면
이긴 편이 깐족거리면서 아 프 리 카 껨 둥 이 놀렸다.
표정에는 깐족거림과 일곱글자에는 상대가 열받을
최고급 단어들로 채워서 손가락 곱아가면서 놀리던
어린 동생들의 미친 윷놀이는 결국 넷째 여동생의 명언을 만들어냈다.
"무조건 달어"

열받던 여동생이 화산 폭발하듯이 속에서부터
터져나온 명언이었다.
우리는 아직도 가끔 무조건 달어를 외치던 여동생을
기억하면서 웃는다.
피부가 까매서 아프리카 껨둥이라고 별명불렀던
여동생은 우리 형제 얼굴과 하나도 안닮은
전도연이 친언니일것같은 예쁜 얼굴이고
무조건 달어를 외쳤던 어린것은
집안의 자랑 공무원이다.
잔머리가 특출났던 남동생은
사료회사 1등 영업사원으로 돼지사료를 밥처럼 먹고 다니는지
엄마는 분명 아들 하나밖에 낳질 않았는데
요즘 보면 아들 둘을 낳으신게 틀림없다.
귀엽던게 살이 많이 쪘다.
내 바로 밑 여동생은 외모도 나랑 가장 닮았지만
성격은 나보다 훨씬 순해서
어렸을때는 내 밥이었는데
지금은 친구같다.
내년 추석에 보면 옛일이 되었을 올 추석
기억은 사라지지만 기록은 남는다.
블로그를 하는 이유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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