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의 최북단에 있는
소우야미사키(そうやみさき [宗谷岬])의
기온도 영하1도인데 수원은 영하 12도라니
잘 지내냐는 안부와 함께
겨울에 왔던 서울을 기억하면서 보낸
안부 메세지를 받고 퇴근하면서 기온을 보니
영하 3도로 쭈욱 올라가있길래
이 정도면 덥다, 맥주 마시기 딱 좋은 날씨라며
허세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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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있었던 1년동안 많이 들었던 말중 하나도
겨울 날씨에 관한 거였다.
빵집 여장부 하마다상조차 여행갔다가
서울 추위를 경험해보고
발목이 끊어지는 것 같았던 추위는 처음이었다면서
놀라운 한국사람들이라 했었다.
어지간하면 영하로 내려가지도 않고 겨울에도
집 앞에 꽃을 내놓고 키우는
교토 사람들에게 영하 10도는 상상하기 힘든
북극 날씨이긴 할 것이다.
교토에서 겨울에 봤던 어느 집 앞에 피어있던 꽃 들
누가 보면 봄인줄 알 풍경이지만
겨울에 은각사가는 길에 봤던 풍경이다.
겨울이라고해도 8도에서 12도 사이에 걸쳐있는
기온으로 겨울을 나기 때문에
저게 가능한게 교토 풍경이다.
세탁기가 없어서, 빨래해서 베란다에 너는 게
소원이었던 시절이었다.
빨래방은 늘 붐볐고, 지키고 있을 시간은 없어서
신고 나갈 양말 한 짝만 제대로 있으면
그게 소확행이었다.
은진이가 구호물자 나를 때 흰 양말 열켤레씩 묶음도
수원에서 퍼 나르는 구호물자안에 들어 있었다.
그렇게 살다가 지금은 뭐 넘쳐나는 양말을 봐도
언제 그런 때가 있었냐싶다.
그동안 남편이랑 서울 망원시장도 가고
절두산 성지 순례길도 걸어보고
합정동 핫플레이스를 거쳐 신세계 본점 앞에서
트리장식을 보기도했다.
서울에 빚 받을거 있는 부부들처럼 열심히 서울을 다녔다.
아이들 태우고 운전하고 서울을 다닐 때는 올 때마다
불편했던 곳이 서울이었다.
렛슨을 데리고 오거나
콩쿨에 가는 길이었거나
입시 실기를 가는 길이 서울이었다.
결과가 좋아도 불편했고(그게 끝이 아니었기때문이다)
좋지 않으면 숨이 답답했던 서울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가 아니라 망할놈의 이 거리
길은 언제나 나를 위해 막히는 것처럼 막혔고
차 안에서 초초했던 아이와 내 모습이
몇 년동안 한결같은 풍경이었다.
서울이 그래서 싫었는데
이제는 남편이랑 마음 편하게 다니다니
기적이라는게 특별한 게 아니다.
기적은 또 있다.
단군이래,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한 나는 이제
삼성전자우선주에 투자한 동학개미가 된 동시에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에 청약한 불개미가 되었다.
상장후에 따상이 될지 따따상이 될지 존버가 될 지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나한테 중요한 것은
내가 엘지에너지 솔루션의 기업가치를 보고
동업자가 되기로 결정했다는 거다.
1주나 받을 수 있을까 싶지만
금융문맹에 눈떠가는 과정이니
청약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특하지 뭐야
영하 3도면 어떻고 11도면 어때
아침에 깜깜할 때 나와서 동트면 버스에서 내리는
프로 출근러의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또한 행복한 순간이다싶다.
맥주마시가 딱 좋은 날들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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