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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남편의 빵이 빵 터진 날

by 나경sam 2021.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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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에 만나, 일요일 저녁에 헤어지는 2박 3일 부부의 일정은 짧지만 바쁘다.

특히 남편이 그렇다.

아직도 아이들 따라다니면서 운전해 줄 일 있으면 해주고 기다리고, 내가 시키는 심부름도

다 해야 되고, 지난 주에는 성삼일에 부활성야+부활미사까지 있어서 다른 때보다 더 바빴다.

 

정작 본인은 중학교때 세례받고 성당 오빠로 잠시 살다가 냉담한지 어언 삼십년도 넘었구만

성당은 우리 식구 누구보다도 가장 뻔질나게 드나든다.

 

그래서 우리 식구들이 남편을 보고 하는 말이 있다.

"남들이 보면 신잔줄 알것어"

 

아무튼 바쁜 남편은 나와 함께 성가대 간식을 사러 빗길에 코코호두 갔다가, 노브랜드 가서 음료수 사고 다시 성당으로,

데려다 주고, 성금요일부터 부활 성야와 부활 당일 날 까지 바쁘고, 부활을 지낸 승범이와 내 감정까지 공유했다.

징글징글한 가족-.-

 

남편이 죽어 하늘나라 가게 되면 성당 문 앞까지 하도 많이 알짱거리고 다녀서 위에 계신 높은 분도

"내가 너를 어디서 많이 봤는데, 낯이 익는 얼굴인데 어디서 봤지?" 할 지도 모른다.

 

성당이고, 애들일이고 다 끝났다 싶으면 옥상에 벌려놓은 자기만의 놀이터 텃밭에서 하우스안에서 키운

모종들을 옮겨 심기도 하고 언니네 텃밭에 질세라, 오빠네 텃밭 가꾸기에 열을 올린다.

 

날이 좋으면 토요일, 일요일 꼭 가는 칠보산에도 둘이 가야 되고

요즘 빠져 있는 가슴 만들기 일명 빵 만들기 프로젝트도 해야 되고 남편의 주말 일정은 바쁘다.

 

당근마켓에서 무료 나눔으로 받아 온 덤벨로 가슴 근육 만들기에 들어간지 한 달 쯤 되었나

 

가슴빵아 붙어라 으얍!!!

 

배꼽을 향해 달리던 남편의 가슴에 빵이 붙기 시작하면서 오미리 십미리 올라오는 거에 재미를 붙여

가슴을 내놓고 달라진 모습을 점검 받는 남편이 몸만들기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남편 "자 잘봐봐, 왼쪽 잘봐, 지난 주 보다 쫌 올라왔지?

나  "올라왔네, 그래도 오른쪽 보다는 왼쪽이 조금 빈약하기는 하다"

 

 

빈센조에 빛나는 송중기와, 은근한 재미를 주는 국정원 안군과, 유머코드가 딱 맞는 지푸라기 법무법인

변호사 사무장만 보기에도 바쁜 내게,

나빌레라 발레리노 송강과, 박인환과 나문희의 눈물나는 연기만 보기에도 바쁜 내게

남편의 빵까지 주말 점검 ,그것도 수시로-.-

아니 어떻게 된게, 잠깐 가슴 운동 좀 하고나서 이 인간이 그걸 또 봐달라고 깨방정을 떤다.

 

그래도 남편이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그게 또 감사할 일 아닌가 싶어 멋져부러, 당신 나이에 이런 가슴도 읎어

 

그랬다가

 

우리 둘은 칠보산에 가서 웬수를 만나고야 말았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능선을 따라 정상을 향해 걷던 중 우리 부부의 바로 건너 편에서 우리 쪽으로 걸어오던 한 남자가 있었으니

아니 저 놈의 아자씨는 밥먹고 가슴 빵운동만 했나

 

이 정도는 돼야 빵이지

사진 속 아저씨만큼은 아니래도, 정말 가슴에 빛나는 빵 두개를 장착한 중년 아저씨가

우리 부부의 앞을 쓱 지나갔다.

 

나는 자동반사로 남편의 빵을 보고-.-

남편의 빵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오른쪽 빵, 왼쪽 빵

"여보 저런걸 보고 빵이라고 하나봐, 내가 그동안 본건 그냥 쭈쭈네, 쭈쭈"

 

칠보산을 내려 온 남편은 집으로 돌아가서 당근마켓 무료 나눔 덤벨로 더욱 열심히 가슴 빵 운동을 했다.

 

 

그래도 당신의 빵이 최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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