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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내가 묻었던 삽자루는 어디에 있었던 걸까

by 나경sam 2020.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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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조금 안되게 다시 돌봄교실 대체 강사로 단기간 일을 하고 있는 알뜰한 아르바이트 인생이다.

오산에 있던 학교는 졸업하고 수원으로 나가게 되니 버스 시간으로는 그게 그거 같아도

in 수원이란것부터 마음이 편해서 (사실 환승을 해서 가는 교통편이라 한번에 쭉 갔던 오산지역 학교보다

불편할 수도 있는 데 수원이라는 이유로 마음이 편한게 있다)

 

잠깐 보고 말 아이들이라 잘해주고만 싶어도

꼭 그렇게 되지는 않는게 마음이어서

지난 주 첫 날 대면하자마자

어떤 애가 그것도 1학년이 나더러 "한국말도 못 알아듣나봐"

내가 가는 귀 먹을 나이도 아니고 어쩜 그렇게 내 귀에 쏘옥 들어오는지-.-

 

애들이 틀어 달라는 영상을 찾아서 헤매고 있을 때 그걸 큰 화면으로 바꿔 달라는 요구를 묵살한 체

계속 영상을 찾고 있었던 게 이유였다.

풀버전이 나와야 되는데 짤막한 짤만 나오길래 그걸 큰 화면으로 바꿔줄 수는 없어서 잠깐만 기다려 봐

했는데 못 참고 "한국말도 못 알아듣나봐"가 된 거다.

 

기분 잡쳐도 어쩔껴

이주는 봐야 되는 애들인데 앞에 나오라고 해서 눈에는 힘 빡 주되 말로는 좋은 말로

"그런 말을 쓰면 어른인 선생님도 상처를 받아요"

고운 말로 아이를 타이르고 사과를 받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지만 잠깐 빡쳐서 부르르-.-

 

헤묵은 옛날, 나도 고등학교 2학년 때 중간에 바꼈던 담임 선생님한테 그런 적이 있었다.

자습 시간에 조용히 "선생님 화장실 가고 싶어요" 했으나 묵살

1묵살 후 또 조용히 "선생님 화장실 가고 싶어요" 했으나 2묵살

아마 3묵살 쯤 후에 내가 혼자 조용히 말했다.

"ㅆㅂ"

아마 나는 불량 여학생이었나보다.

 

갑자기 선생님이 "ㅆㅂ 한 학생 앞으로 나와 보세요"

화장실 가고 싶다고 말 할때는 듣지도 못하더니 조용히 읊조린 "ㅆㅂ'을 기가 막히게

캐치한 담임이 앞으로 나오라고 했을 때 그때 담임도 한국말도 못 알아 듣나 봐를 들었던 내 마음 같았을것이다.

아니 아마 더 했을 수도 있겠다.

누가 들어도 "ㅆㅂ" 은 삐소리로 덮어서 내 보낼 경고음 수준이니

선생님이 애를 패도 아무 소리 못하던 1985년,담임선생님께 싸대기 안맞은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지난 주 내내 습하고 더웠지만 교실에서 꼼짝을 못하고 갇혀 있는 애들이 불쌍해서

놀이터로 나가서 일주일 내내 데리고 놀아줬다.

 

함께 시소도 타고

- 일학년 남자애 셋과 함께 타도 결코 내가 밀리지 않는다는게 비극이라면 비극이지만

그네도 타고, 모래 놀이도 하고

그러다가 모래 놀이 삽자루를 내가 모래에 묻으면 아이들이 찾기로 하고 내가 모래를 파고 숨겼다.

 

네모난 선을 긋고 내가 알만한 위치에 삽을 깊지 않게 모래를 파고 숨겼다.

 

"얘들아, 이제 찾아"

열명 쯤 되는 아이들이 열심히 모래를 파고 삽자루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숨긴 위치를 완전히 어긋나 엉뚱한 자리에서 찾길래 힌트를 주고 내가 묻은 자리를 파게 해줬다.

 

오메나 -.-;;;

그런데 삽자루가 안나오는겨

아무리 파도 안나와. 그래서 나도 이게 뭔일여 하고 함께 팠다.

대여섯명 애들이랑 내가 열심히 뒤져도 삽자루는 나오지 않았다.

 

모래를 얼굴에 튀어가면서 팠어도 결국에는 삽자루를 찾지 못했다.

오데로 갔나 오데로 갔나 삽자루

 

결국 우리들은 그걸 못 찾았고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엉뚱한 아이들이 나중에 삽자루를 찾아 줬다는 후문을 들었다.

 

내가 묻었던 모래놀이 삽자루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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