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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너무 맛있어서 미안했던 참외

by 나경sam 2020.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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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딴 참외 - 잘라서 네 쪽 나와 내가 두 쪽 먹고 남편에게 나머지, 너무 달아서 참외한테 미안했다.
달달 참외

 

끝물 상추,부추,쑥갓 덕분에 원없이 겉절이 해서 먹었다.

 

비가 징그럽게, 너무 내려서 결국 우리 아랫집은살짝 비가 비친다는 민원이 들어왔고

첫 해 둘 째해 같았더라면 어쩌나 어쩌나, 당장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잠도 못잤을 정도로 불편한 마음이었겠지만

이제 마음에도 굳은 살이 박혔다.

 

비가 그치면 괜찮아지겠지 라는 마음으로 오늘이 되었고

그동안 더 이상의 전화는 없었으니 해결이 되었으리라 그냥 그렇게 믿는 게 마음이 편하다.

사람도 나이 먹으면 여기저기 아픈 것 처럼 집도 서른 가까이 되었으니 약한 부분에 빗줄기가 들어갔을것이고

그나마 아랫집 한 집만 그랬다니 다행이다 싶기까지했다.

 

옥상에 넝쿨만 무성했던 참외를 남편이 해체하고 열매라고 열려있던 참외를 한 개 따서 주었다.

두 개 열렸었다.

한 개는 노란 색이 들었고 그나마 한 개는 파란 색이었다.

남편이 만들어 놓았던 스파이더맨 거미줄 같았던 참외 덩쿨이 의지할 수 있는 격자형 무늬 끈을 보면서

항상 웃었는데, ( 거기에 뭐가 달린다고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비웃었다는게 맞다)

세상에 참외가 너무 맛있었다.

 

작게 잘라서 겨우 네 조각이 나온, 거짓말 조금 보태면 왕밤보다 조금 더 컸던 귀여운 참외가

단 맛이 잔뜩 감추고 있었다.

저렇게 단 것을 나는 옥상에서 볼 때마다 비웃었구나 싶으니 아무리 참외지만 미안할수밖에 없었다.

 

토요일에는 남편이 음주를 하고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애매한 시간에 귀가했다.

술먹고 집에 와서 밥을 차려달라고 하면 앞으로 만원을 받겠다고 했더니 오만원을 주길 래

만원이면 밥하고 국만 주지만 손님이 오만원 주셨으니까 반찬도 드리겠다고 서비스 팍팍 내주고

돈 오만원에 일반 진상 손님에서 VIP로 신분이 수직 상승

 

저녁에 감자탕을 끓였는데 원래는 내가 떠서 주는 대로 먹는 사람이

저기요, 김치를 더 많이 넣어주세요.고기는 좀 빼시고요

당당히 요구를 했다.

 

돈 5만원의 힘

남편이 식당 아줌마한테 하는 말 처럼 해서 내가 한밤중에 엄청 웃었다.

 

애들이 밥 달라고 하면 새벽 두시든 세시든 정신 못하리고 차려주면서 왜 남편이 달라고 하면

돈 받기 전에는 차려주고 싶지 않은지 미안할 노릇이지만

그게 나로서는 자식과 남편의 차이라서 어쩔수가 없다.

 

오늘날까지 남편이 그렇게 열심히 벌어서 주지 않았다면 생활도 못했을텐데

남편은 왜 술마시고 들어오면 밥 한그릇 떳떳하게 먹질 못하나

오늘 반성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돈은 받을테다.

그냥 만원만

오만원은 됐고- 만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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