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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언니네 텃밭 꾸러미 언박싱

by 나경sam 2020.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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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에서 유해진이 차승원을 부를 때 "차"라고 하듯이

나도 "차"라고 부르는 차돌처럼 야무진 선생님이 있다.

어느샌가 "차" 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름 다 붙여서 부르는 것보다 "차"라고 부를 때 내 맘은 더 정겹다.

 

사실 안 지는 십년도 안되었는데 그 전부터 알았던 것같은 사람

삼 주 전인가 점희샘이랑 차랑 나랑 셋이서 맥주 마시다가 차가 알려 준 언니네 텃밭에 나도 조합원가입을 하고

꾸러미를 신청했다.

 

그게 오늘왔다.

이름도 참 거시기하게 마음에 들었다.

언니네 텃밭

정확한 명칭은 언니네 텃밭 여성농민 생산자 협동조합이다

 

생산원칙이 있다.

친환경 농산물

공동계획 공동 생산

제철 농산물

토종 씨앗농산물

 

내가 받는 꾸러미는 무안공동체 언니들이 보내 주는 제철 꾸러미다.

방사유정란과 무농약 초당옥수수,유기농 새송이버섯,유기농 참나물,유기농매실청,무농약 고추,비트,연잎밥

 

언니네 텃밭을 통해 여성 농민의 삶이 변화하고,고정적인 수입이 생겨 농사에 ,삶에 재미를 느끼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삶을 살고 있다고 언니네 텃밭 소개 글에 써 있었다.

 

NON-GMO방사 유정란은 경희 언니가

무농약 초당옥수수는 송자언니가

유기농 새송이 버섯은 꿈여울 농장에서

비트는 귀자언니네

5년숙성 유기농매실청은 미령언니네

무농약고추도 미령언니네

연잎밥은 무안공동체

 

돈독이 올라 알바를 두 개 뛰고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로 집에 왔더니 언니네 텃밭 상자가 반겨줘서

한 밤중에 뜯어보면서 과자종합선물셋트 뜯어 보면서 설레던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돈페페 주방장이 그만 둬서 갑자기 주방장 보조로 차출이 되어서 피자 굽느라 손 덴 곳만 세 군데

팡팡 놀고 있을 때는 돈 쓰는 일 말고는 벌러 나갈 곳은 한군데도 없더니만

주방보조 일 시작하자마자 초등학교 돌봄 교실 대체 강사로 일 하러 오라고 콜이 들어와

낮에는 학교에서

밤에는 피자집 주방에서

갑자기 두 개를 하려니 악 소리가 저절로 신음처럼 터져나왔다.

 

내가 늘 조심하는게 "쓸데없이 열심히 살지 말자"인데 열심히 사는 일주일을 보내고 있었다.

이러다가 내가 피자집 주방에서 순교하겠다.

도저히 두개는 일을 못할 것 같아서 남편의 친구인 사장님에게 "제발 나를 잘라 주시오"

"이대로는 못 살겠소, 주방에서 순교할 것 만 같으요"

 

청원이 받아들여져 이번 주까지만 하고 주방보조는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며칠 해 보니 너무 힘들어서 내가 주방에 일하러 간다고 할 때 왜 나를 말리지 않았냐며 남편 멱살을 잡고 원망을 했다.

"당신을 어떻게 말려-.- 그리고 나는 말렸어, 당신이 듣지 않았을 뿐-.-"

남편 말이 맞다.

돈에 눈이 멀어 남편 말도 싹 무시하고 내 발로 나가놓고도 남편 멱살만 잡았다.

 

주방에서 순교할것 같다고 협박하자 사장님이 이번주까지만 해 달라고 하니 그걸로 마무리 되었고

집에 오니 언니네 텃밭 선물상자

그래 밥이나 우리집 밥이나 열심히 해 멕이자

주방은 우리집에서 취직하는 걸로

그리고 덜 열심히 사는 걸로

남편 멱살은 더이상 잡지 않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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