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구입해서 딱 10년을 사용했다.
우리집 컴퓨터의 역사는 2000년 전주살 때 데스크 톱 컴퓨터로 시작해서 2010년 삼성 노트북
2020년 어제 배송받은 노트북도 아닌 넥스트북으로 교체
정리하고 보니 공교롭게도 10년주기로 바꿨으니 슬기로운 컴퓨터생활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 데스크톱 컴퓨터를 사용했을 때 둘째와 셋째가 세살, 두살 승범이는 여섯살이었었다.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가 내 인생 최고점을 찍을 때라서 나는 고스톱게임을 종종 했다.
아니 미쳐가지고 많이 했었다.
시아버지 이름으로도 아이디를 만들어서 돈을 다 날려 먹고 (물론 게임머니였지만)
어머니 이름으로도 돈 날려먹고 하여간 도박에 미쳐 있었다.
컴퓨터가 있던 거실 책상이 하우스였었다.
애들 똥을 열심히 치우고 고스톱판에서 벌어 진 똥도 열심히 치우고 펑하고 폭탄도 날리고
하루가 엄청나게 바빴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오락실에서 너구리와 갤러그에 빠져서 오십원짜리 깨나 들어 먹은 전력이 있었고
대학교 다닐 때는 1994 전투기 게임에 빠져서 공중전에 헤매고 다닐 때도 있었다.
내가 게임하고 있는 걸 보고 옆에서 구경하던 모르는 남학생이
"전투기 조종사는 여자들이 해야 되겠다" 조용히 씨부렁대는 것도 들은 적이 있다.
결혼하고 아이들 낳기 전에는 가끔 남편이랑 테트리스를 하러 오락실에 갔었다.
그러고 보니 게임 좋아하는 아줌마였지만 고스톱게임이후로는 남들 다하던 핸드폰 게임 조차 딱 끊었다.
전철안에서 모두들 방울을 떠뜨릴 때도 일체 게임은 하지 않았다.
게임의 세계를 빠져 나오게 된 데에는 우리집 둘째때문이었다.
내가 거실 컴퓨터 책상에 앉아 고스톱을 하고 있으면 세살이었던 둘째가 엉덩이를 실룩거리면서 옆에 왔다.
바탕화면 가득히 초록색 담요위에 화투가 쫘악 깔리면 세살 짜리가 패를 읽고 나한테 훈수를 뒀다.
"엄마 똥 먹어"
세살 짜리가 엄마보고 똥 먹으라니 내가 미쳤지 애를 이 지경이 되도록, 화투 패를 다 알도록 방치시켰으니
잡혀가도 마땅한 엄마라는 자각이 들어서 그 길로 손을 씻었다.
엄마 똥 먹어 뿐만 아니라 엄마 폭탄이다도 알았고 아마도 우리 둘째는 화투로 말을 배웠어요 라고 해도
말이 될 지경이었다.
이후로 손을 씻고 게임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데스크톱 컴퓨터로 게임만 한 게 아니라 삼성전자 주부 모니터도 할 때여서 의류 건조기도 받고 나름 스마트한 컴퓨터 생활을 즐겼지만 둘째의 똥먹어에 충격받고 게임생활 사망
요즘말로 순삭
이후로 컴퓨터로는 글만 썼다.
무게가 2.3Kg이나 나가서 등에 매고 있으면 한짐 진 것처럼 무거웠던 검정 노트북을 교토까지 들고 가서
유용하게 잘 썼다.
알바가 없는 날이면 교과서랑 삼성노트북을 들고 헤이안진구 앞에 있는 스타벅스까지 가서 블로그도 쓰고
공부도 하고 일드도 보고 외로운 교토 생활에 남편같은 역할을 해줬다.
더 쓰고 싶어도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가 힘들고 화면은 색깔이 바래버린 것 처럼 흐릿해져서 글 쓰기도 눈이 아프고
답답해서 이제는 그만 놔줘야 되지 질질 끌 수가 없어서 바꿨다.
하지만 저 검정 노트북으로 블로그도 시작했고 브런치도 시작했으니 충분히 의미가 있는 노트북이 되어 주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치우며 살자가 나의 다짐이지만 당분간 저 노트북은 집에 잘 모셔두는 걸로
그래야 덜 섭섭하지.
수고했어.그리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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