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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질풍노도의 시간들"

by 나경sam 2019.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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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의 시간들"


중학교 도덕 시간에 배웠던 "질풍노도의 시간" 바로 사춘기 아니겠는가

중학교 도덕 선생님 이름도 생각난다. 양덕호 선생님 - 내가 진짜 싫어했었던 양덕호 선생님

체벌이 있었던 그 시절 - 내가 학교 다니면서 유일하게 맞았던 선생님이다.

생각해보니 그 날 부부싸움을 하고 오셨는지 그래서 사모님한테 맞고 온 분풀이를 나한테 한 건지 어떤건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내 짝꿍 박진희랑 맞았는데 얼마나 그게 챙피하던지 그래서 그 선생님을 용서할 수 없다.

나중에 대학생이 되었을 때 길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인사를 씹어버렸다.

나를 알지도 모를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 얼굴은 기억을 한다고들 하니 기억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혹여 돌아가셨을지도 모를 아니면 장수하고 계실지도 모를 선생님이시지만 역시 체벌은 나쁘고 화풀이를 해대는 건 더 나쁘다.


생협에서 하루는 성장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도 또 하루는 내가 이렇게도 말귀를 못알아듣는 사람이었던가

자괴감이 넘어져서 아픈데 소독약 뿌리는 것 처럼 쓰라렸다.

줸장 왜 이렇게 사람들은 오백원 천원에 목숨걸듯이 자기가 생각한 금액에서 오백원만 아니 백원만 비싸도 샀던걸 다시 반품하는지


그래서 "반품의 여왕님"들도 계시고 생협 물건이 왜 이렇게 맛이 없냐는둥 시장 물건보다 때깔이 안좋다는 둥 "불평의 여왕님"들도 계신다.

들었다 놨다 남의 물건을 헤집어 보시는 "고고학자" 님들도 계시고 정해진 가격이 있는데도 세일이 더 안되는지

훅 찔러보시는 "반격의 여왕님"들도 계셔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내 몸에서 또다른 내가 빠져나가는

유체이탈의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몇 번이나 유체이탈 비슷한 것을 겪고 요즘은 그나마 사람답게 아니 사람인것처럼 일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되기 까지에는 앞 서 언급한 수많은 여왕님들의 도움이 컸기 때문에

나를 성장하게 해준 그 여왕님들이 알고보면 고마운 존재이다.


처음에는 각종 경우의 케이스를 만드는 조합원들이 너무 싫었는데 그런 케이스들을 통해서 생협에 익숙해지는 연습이 되었다.

이제는 원하는 물건을 직접 그 자리에 찾으러 가는 원시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컴퓨터에서 재고 파악을 하는

좀 있어 뵈는 짓도 할 줄 알게 되었고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주문까지 넣어드리는 대담함까지 갖추었다.

생협 근무 정확히 한 달 20일 만에 나는 띨띨이에서 사람이 되었다.


"오늘의 이 영광을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여왕님들께 돌리겠습니다" - 리얼진심이다


수상소감 말하는 유민상


지난 주에는 일본 神奈川 생협에서 15분의 생협 관계자들이 와서 잠시 매장을 벗어나 목에 통역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이박 삼일의 일정을 해냈다.

나 이러려고 세상에 태어났나 싶을 만큼 재미도 있었고 매장에서 억눌렸던 나의 자아가 폭발하는 2박 3일이었다.


15명의 인원에 나하고 우리 쪽 생협 직원 말고 다른 생협의 나이 드신 아저씨 통역 한 명과 이박삼일의 일정을 해냈다.

1일 차 공항 도착 - 점심 식사 - 인사 및 상황 교류 - 신협 방문 상황 보고 받기 - 식사 및 교류 - 호텔

2일 차 바른 두레 동탄 매장 이동 - 동탄 매장 견학 - 수원 못골 시장 - 수원 사회적 경제센터 견학 - 점심 - 수원 화성 견학 - 저녁 식사

3일 차 바른두레 평촌 매장 - 안양 중앙 시장  - 점심 식사 - 공항


이런 순서로 움직였는데 내가 우리 엄니 황여사한테 참으로 감사할 일이 오만가지가 넘는데 그중에 한가지

좋은 피부를 주신 거다.


"젊었을 때는 진짜 매끌매끌 아무것도 안발라도 너무나 좋은 피부"였다는 우리 엄니 황여사의 피부를 내가 닮았다.

그래서 결론은 일본 생협의 직원들과 이사들이 내 피부를 보고는 "고상은 화장품 어디거 쓰시나요" 하고 묻길래

"생협에서 나온 히알루론 앰플을 써요 "라고 말 한 순간 동탄 매장의 히알루론 앰플이 동이 났다.

두개 셋트로 사시면 20프로에 사실 수 있어요 라고 말한 순간 홀린듯이 모두들 두개씩 구입을 해서 순식간에 스물 몇개를

팔아치웠다.


" 완판녀" 등극하셨네


[비디오스타 리뷰] “무려 1100억 매출!” 안문숙, 이제는 홈쇼핑 완판녀! 

홈쇼핑은 안문숙이 완판 하셨고 나는 동탄 매장 히알루론 앰플 완판 시켰다.

"이걸 바르면 고상처럼 된답니다 여러분" 이러면서 자발적 충동구매를 해주신 일본 가나가와 생협 이사님들도 임직원 분들

감사드립니다. 아리가또~


물론 그 이후에도 "생강 젤리" 을마나 맛있게요~ 하면 생강젤리 완판


얼마나 맛있게요~ 깜짝폭립 자꾸자꾸자꾸 생각나는맛

"쿨링오일" 을마나 시원하게요 하면 "쿨링오일 완판"


내가 함께 가는 매장마다 내가 짚어주는 상품들이 대박에 초 히트 상품이 되어 버렸다.

일본어 한마디도 못하시는 우리 상무님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내가 째 진짜 잘 뽑았어"그러셨을거다.


그렇지만 내가 써봐서 좋았던 생협의 제품들과 먹어봐서 좋았던 제품만을 말한거라 나는 떳떳하다.

이박삼일동안 같이 다니다 보니 정이 안들래야 안들수가 없다.

일본 생협 아줌마 직원들이 나더러 "테레사 텐 "일본 가수를 닮았다고 나더러 "테레사 쨩"이라고 불러주길래

 "테레사 텐" 의 "쯔구나이"도 조금 불러주고 가짜 "테레사 텐"이 되어 아줌마들에게 싸인까지 해주고 놀았다.



ジェルソミーナ(gelsomina)の歩いた 道 / テレサ·テン (테레사 텡, 등려군)


증맬증맬 이박삼일 동안 열일했다.


사진을 찾아놓고 보니 "테레사 텡"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네 저렇게 예쁜데 나를 닮았다니 - 잘 보니 얼굴 형이 닮았네

후덕한 저 얼굴 형

우리 엄니 황여사는 나에게 매끈한 피부를 주셨고 아버지는 각진 얼굴을 주셨으니 아버지 하늘에서 반성 쫌 하시오


마지막 날 안양 시민 공원에 가서 소녀상 옆에서 모두 단체 사진을 찍었다.



소녀 상에게 사죄의 인사를 하는 분들도 계셨고 쓰다듬어 주는 분들도 계셨다.

사람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 아니겠나 - 우리가 그들에게 사과하라 사과하라 하지 않아도 미안해 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미안해한다.

우연히 지나가다 본 소녀상이 우리에게 뭉클한 느낌을 주었다.



공원을 지나 안양 중앙 시장으로 가서 각자 자유롭게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내가 이 분들에게

어떤걸 드시고 싶으세요 물었더니 한결같이


"돋 보 기" 를 먹고 싶은데요 "돋 보 기" 요

돋보기는 노안용 안경인데 지금 아니 시방 여러분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돋보기를 드시겠다니

이게 뭔 개소리여

이런 어이없는


그래서 나의 취조와 심문끝에 밝혀진 돋보기의 정체는 바로

"떡볶이" 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귀한 몸 떡볶이, 길거리 음식 되기까지


그래서 우리는 돋보기를 먹지 않고 떡볶이를 먹고 안양 중앙 시장 앞에서 헤어졌다.

헤어질 때 살 짝 일본 가나가와 생협 이사장님이 다음에 통역으로 섭외하면 그때 따로 해주시겠냐고 제의를 날려주시고

공항으로 가셨다.


그리고 아줌마들이 나더러 혼자라도 가나가와 생협으로 놀러 오라는 이 무슨 친절한 말씀들이신지

정신없이 지나간 이박삼일이었지만 또하나의 인간관계의 카테고리가 생겨났다.


토요일 오전까지 손님 접대를 하고 오후에 매장으로 가서 앞치마를 입고 활동가로 다시 맹활약을 하고 집으로 귀가


열일했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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