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고 새벽 알람을 맞추고 조조영화를 보러 나갔다.
공부도 그렇게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대단한 정신력이다.
어드벤져스인지 뭔지 언젠가 몇 년전에 딸이랑 둘이 보면서 나는 잤고 ( 도대체 내용을 모르겠어서 잤다 )
그때 봤던 그 영화가 이제 마무리라고 꼭 봐야 된다고 했다.
학교에서 애들이 보고 줄거리를 이야기해대서 그걸 들으면 보기 전부터 김이 샐까봐 아예 학교에도 가고 싶지 않다고
술도 안마시고 헛소리를 해서 내가 때릴 뻔했다.
금요일 오후에 집에 들어 온 아들은 배고프다는 소리와 함께 귀가를 했고
그럴까봐 미리 만들어 둔 나경표 특제 돈까쓰 소스에 돈까스를 튀겨서 줬더니 돈까스 세 장을 다 먹어버리고
은진이도 모처럼 새벽 귀가를 벗어나 9시안에 집에 들어 오는 이상한 짓을 해서 마지막 남은 돈까스 한장에 쏘스를 다 먹었다.
그러고보니 다음 날 먹을 게 없어
한밤중에 감자탕을 한 솥 또 끓여놓고 밥도 새로 해놓고
술마시느라 들어 오지도 않고 전화도 안받는 못된 남편을 조금 기다리다가 언제 잤는지도 모르게 잤더니
아침에 일어나보니 새벽에 들어와서도 감자탕을 조금 먹고 잤는지 밥먹었다는 흔적만 식탁위에 표시해놓고는
작은 눈을 더 작게 하고는 자고 있었다.
"니가 여섯시에 일어나서 영화를 보러 가면 내가 십만원을 준다"라고 절대로 일어나서 갈 수없을 거라고 내가 장담을 했던
딸은 정말로 영화를 보러 갔다.
어제는 하마다상에게 오랫만에 라인으로 안부를 물었더니
"고상이 가고 나서 자기는 너무 쓸쓸하다고" 답장이 왔다.
조만간 이와다상과 함께 올테니 그때 보자고 했다.
손가락도 아프니까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라고 답장을 했더니 나더러 섬세한 자상함이 있다고 감격해했다.
하마다상은 손가락이 아파서 일을 할 때 항상 보호대를 하고 일을 했는데
몸은 갸날퍼도 사람이 얼마나 강단이 있는지 한사람 몫을 하는게 아니라 늘 내가 보기에도 두사람 몫을 해냈었다.
빵집에 애정이 있다못해 넘치던 사람이었었다.
비가 그친 토요일 도서관에 딸린 카페에서 공부를 하면서 작년에 일본 가 있느라 못 본 아이들 연주회를 찾아서 봤다.
역시 우리 승범이는 연주 할 떄가 가장 멋지다. "카르멘 서곡" 연주 57초 떄와 1분 17초 표정"
바이올린 가장 뒷 열에서 무표정으로 연주하는 아들의 표정이 좋다.
다뉴브강의 잔물결 연주에서 솔로로 잠시 나오는 클라리넷
작년에 내가 놓쳤던 것 들이다.
이렇게라도 찾아 볼 수 있으니 유튜브가 고마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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