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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금요일"

by 나경sam 2018.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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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아버지 제사였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첫 제사에 갈 때 대문앞에서 심호흡하고 들어갔었지만 현관문 열고 들어섰을 때

부지런한 엄마 이미 거의 다 차려놓은 아버지 제사상을 보고 마음이 주저 앉아졌었다.

돌아가시고 일 년 뒤에 지내는 제사였어도 아버지 첫 제사를 치르는 마음은 또 그대로 각별한 구석이 있었다.

이제는 사진으로밖에는 남지 않은 우리 아버지

아버지 돌아가시고 그저 유일하게 한가지 아버지한테 지키는 내 나름대로의 의리가 있다면

노란색 커피 믹스 끊은거

그거 한가지밖에는 없다.

아버지 제사가 돌아와서 그랬나

꿈에 아버지가 엄마랑 시원하게 부부싸움을 하는 꿈을 꿨다.

살아생전에도 목소리 하나는 유별나게 크셨던 우리 아버지

승질을 있는 대로 내면서 엄마랑 부부 싸움을 하시길래 꿈이라도 짜증이 났었는데

아마도 당신 제사가 돌아와서 화가 나서 그러셨나보다.


어린애 손에 쥐고 있던 풍선 놓친것마냥 금요일에는 마음이 위로 둥 떠서 하루를 보냈다.

알바 끝나고 집에 왔더니 동생들이 카톡이며 보이스톡에 문자를 남겨놓았다.

혼자 마음쓰고 힘들어하지 말라는 남동생의 듬직한 위로가 따뜻했다.


큰집 사촌 언니가 아버지 제사라고 인사를 와서 엄마에게 용돈을 드리고 갔는데 엄마가 자꾸만

 안받는다고 하니까 사촌 언니가 그럼 그 돈을 나를 주라고 했단다.

그래서 아버지 제삿날 결국 아버지 제사 비용으로 사촌 언니가 엄마한테 준 돈이 아버지 제사가 끝나기도 전에

내 통장으로 입금이 되었다.

구구절절 사연을 적어서 여동생이 카톡을 보내고 여동생이 제사가 끝나기도 전에 내 통장으로 입금을 한거다.

성질 급한 아버지 성격대로 돈도 빨리 입금이 된거다.


우리 아버지 진짜 기도 안막힌다.

돌아가셨어도 나에게 용돈을 주신다.


부모는 참 모를 사람들


나도 부모지만


돌아가셨어도 살아있는 자식들 걱정하는게 부몬가 싶어서


나는 참 마음이 오늘까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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