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은 달라도 사람보는 눈은 똑같다"
며칠 사이에 무척 추워져서 딸이 갔다 준 겨울 옷을 주변 눈치 안보고 입고 나가도 될 만큼 딱 그만큼의 날씨가 되었다.
남편이 꼼꼼하게 넣어 준 겨울 옷들 - 그건 넣어라 빼라 그 옷은 무겁다 넣지 말아라 남편과 둘이서 영상통화 해가면서 겨울옷을 챙겼다.
언제나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딸은 여전히 내가 부탁한것 외에도 이건 엄마가 필요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
그걸 아무리 무거워도 들고 오고야 만다.
이번에도 짐이 어깨에 한 개 끄는 가방 한 개 커다란 쇼핑백 한개
"신은 모든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드셨고" "엄마들을 위해서는 딸을 만드셨다"
함께 "이키나리" 스테이크에 가서 줄서서 기다려 스테이크를 먹고
타코야끼집도 가고
직접 만들어 먹는 타코야끼집인데 생각보다 잘 만들어져서 재밌었다.
딸이랑 둘이서 맥주도 마시고
분유먹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술을 없어서 못마시는 나이가 되다니-.-;;;
가운데에 꼭 끼어 있는 아이라서 포지션이 애매해서 그랬을까;
어렸을 때부터 뭐든지 다 빨라서 - 뒤집기,걷기,달리기,두발 자전거타기,롤러 스케이트 타기-
항상 키우면서 놀랄때가 많았었는데 유독 분유병떼기가 고역이었었다.
바로 15개월 아래 동생때문이었다. 27개월이었을 때 이미 분유병을 졸업했는데 아직 동생이 분유를 먹고 있으니까
26개월 쯤에 분유병 뗐다가 한달은 그냥 잘 지나갔는데
자기 동생이 분유병 빨고 있는 걸 보더니 다시 분유병을 찾아간 둘째는 그 이후로 막내가 분윳병 뗄때까지 원없이 분유를 먹었다.
한 손으로 건방지게 분유병을 들고 흔들어가면서 먹던 것들이 이제는 술을 마시다니 1,2,3번 너나 할 거 없이 -.-
2박3일은 언제나 금방이라 온 것같으면 다시 가는 날이 돌아오고 올 때마다 곤약젤리를 가방에 차고 넘치게 사서 돌아가는데
이번에는 그걸 공항에서 뺏겼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여섯번쯤 왔다 돌아가면서 늘 곤약젤리를 샀어도 한 번도 압수당한적이 없었는데 이번이 처음이었다.
수화물이 나오는데 자기 가방에 노란색 스티커가 큰 게 붙어 있어서 이상하다했더니
직원이 가방 풀러보라고 했다면서 곤약젤리는 원래 우리나라로 가지고 들어오면 안되는 거니까 압수
그걸 다시 찾고 싶으면 한달 안에 출국할 일이 있을 때 찾아가라고 했다면서
기필코 한달안에 엄마한테 또 오겠다며 "곤약젤리 찾을려면 다시 출국할 수밖에 없다" 비장한 각오
빵집은 요즘 연말이 다가오자 여기저기 빵 선물하는 사람들이 늘어 일이 바빠졌다.
언제나 그렇듯 다섯명 정말 많을 때가 여섯명이서 일을 하는 시스템이지만 그게 여섯명이서도 시간안에 일을 못 끝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알바 아줌마들은 8시간 근무라서 시간외 수당이 발생하고 나하고 카미쓰나 아줌마는 4시간 알바라서 시간외 수당이 없다.
그러니 우리는 알아서 퇴근하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더러 퇴근하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그게 빵집 알바 6개월 지나서 터득한 퇴근의 법칙이다.
하지만 애써서 키타무라랑 사이가 좀 좋아질까했던 시점에 퇴근시간을 두고 마음이 확 상해버렸다.
5시에 카미쓰나 아줌마가 퇴근을 해야 하는데 키타무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카미쓰나 아줌마에게
자기가 빵을 가지러 오븐실에 가야 되는데 함께 가서 빵을 나르자고 하는거였다.
이미 시간은 5시가 넘었는데 - 그리고 키타무라도 카미쓰나 아줌마는 5시까지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 부탁을 하다니-.-
마음이 약한 카미쓰나 아줌마가 시계를 보는 걸 나는 봤다.
그래서 내가 카미쓰나 아줌마는 퇴근하라고 말하고 키타무라한테는 빵가지러 나랑 가자고 했다.
밖으로 나왔더니 카미쓰나 아줌마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자기 둘째가 지금 감기로 집에 있는데 자기만 기다리고 있다"면서
고맙다고 말하고 얼른 갔다.
마음이 급한 사람들은 5분도 긴 시간인데 남의 시간을 5분 10분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시간처럼 쓸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키타무라의 입장에서는 카미쓰나 아줌마의 5분이 자기와 함께 일을 해줘야 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것 같아서 부탁을 한것이지만
그리고 워낙 빵집일이라는게 정각 퇴근이 어려운 분위기고 키타무라 자신은 5분 아니라 30분도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8시간 알바들은 잔업 수당이 확실히 있어서 넘어가는 시간만큼은 챙겨서 받는 게 있으니
나랑 카미쓰나 아줌마하고는 입장이 다른 거다. 그걸 키타무라만 모를 뿐.
이젠 이치모토마저 달라져서 퇴근이 가까운 사람에게는 일을 시키지 않는데 키타무라는 자기가 관리자라도 되는 냥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시키니 나는 그게 싫었을 뿐이고-.-
그렇게 빵을 나랑 몇 번 나르면서도 이건 된다 안된다 빵집 일 자기만 아는 사람처럼 잔소리를 여러번 해서
마음속으로 빈정이 상했다.
뭐 그래도 6시까지는 참고 해야 되니까 참자 했는데 문제는 6시가 넘어갈락 말락 하는 애매한 시간까지 나한테
빵을 가지러 가자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길래
다음번에 가질러 가는 거는 "노토우 상이랑 하세요" "저는 이제 끝납니다.6시거든요" 해줬다.
(너는 시계도 못보냐 봐라 6시다)
어차피 6시부터 9시까지 야간에 일을 하는 알바 아줌마 "노토우상" 이 있는 데
키타무라가 낯을 가리니까 노토우 상에게는 빵 가질러가자고 말을 못한거다.
노토우 상에게는 미안한데 내대신 빵 가질러 가줄수 있느냐고 부탁을 했더니 원래도 상냥한 노토우는 날아갈것처럼
키타무라를 따라서 나갔고 아무리 마스크를 썼어도 키타무라 인상이 변하는걸 나는 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짜
집에 오면서 얼마나 후련하든지 4월달에 함께 빵집 일을 시작한 알바 동기생이라서 처음엔 남다른 마음이 있었는데
남보다 더 못한 동기가 되어 버린 듯
오늘은 카미쓰나 아줌마랑 빵을 나르면서 올바른 방법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다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카미쓰나 아줌마가 갑자기 자기는 키타무라랑 함께 빵을 나를 때
이것저것 잔소리를 많이 들어서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나는 그저 빵 나르는 방법이 어떤게 좋은지 사람마다 다르다고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키타무라가 이야기에 나오다니
키타무라가 나하고 카미쓰나 아줌마에게 잔소리를 했다는 걸 알게 된거다.
그리고 키타무라가 그런 소리를 우리들에게 한 게 우리 둘의 마음에는 별로로 들렸다는거고
말이 기분이 나쁜 말이 있고 들어줄 만한 말이 있는데 전문적이지도 않은 빵나르는 일에 대해서 자기나 우리나 같은 입장인데
마치 가르치듯이 이야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거다.
남편이랑 전화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해줬더니 남편이 내린 결론이 바로 이거다.
"국적은 달라도 사람보는 눈은 똑같다"
나만 키타무라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게 아니었던것 - 위로라면 위로가 되어준 카미쓰나 아줌마의 공감 사연 -
사람말을 끝까지 잘 듣고 요점 정리를 확실히 해준 남편 덕에 속이 좀 시원해지고 둘이서 많이 웃었다.
이렇게 블로그에서 키타무라 험담을 막 해도 되나 싶게 많이 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다음에 보면 잘해줘야지 하게 되니까
뭐 이렇게 험담하는것도
"나쁘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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